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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매치의 굴욕, '11년만의 골 실종사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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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매치의 굴욕, '11년만의 골 실종사건' 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27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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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2004년 이후 무득점 무승부…양팀 포워드 묶이면서 헛심 공방 90분

[상암=스포츠Q 박상현 기자]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에서 11년 만에 무득점 무승부가 나왔다. 정규리그에서는 수원이 창단된 1996년 이후 19년 만이다.

서울과 수원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2015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맞대결을 벌였지만 그 누구도 상대의 골문을 열지 못하면서 0-0으로 비겼다.

최근에 두 팀이 득점없이 비겼던 것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2004년 8월 8일 컵대회 이후 3975일 만이다. 정규리그로 따지면 1996년 8월 24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경기 이후 6881일 만이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수원 삼성 골키퍼 정성룡(왼쪽)과 FC 서울 박주영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 K리그 클래식 맞대결에서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전 슈퍼매치에서는 0-0 무승부가 나오는 것이 드물 정도로 치고 받는 난타전이 벌어졌다. 지난 4월 18일에서는 수원이 서울에 5-1 대승을 거두며 6골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74번째 슈퍼매치는 역대 통산 세 번째 무득점 무승부로 끝났다.

수원은 17경기에서 28골로 전북 현대(25골)보다 더 많은 골을 기록, 시즌 최다 득점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염기훈과 정대세의 호흡이 맞아 들어가는데다 산토스까지 복귀, 득점력이 배가됐다. 서울은 올시즌 17골로 경기당 한 골에 그치고 있지만 정조국과 박주영의 투톱 조화가 점점 맞아들어가면서 활력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슈퍼매치에서 무득점 무승부는 예상 외의 결과였다.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을 무릅쓰고 상암벌을 찾은 3만9328명, 올 시즌 최다 관중도 기대했던 화끈한 골 공방전을 보지 못했다.

◆ 계속된 염기훈 오른쪽 실험, 잃어버린 전반 45분

수원에 전반 45분은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서정원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전반 내용만 놓고 본다면 역대 슈퍼매치 가운데 졸전 중의 졸전이 아니었느냐"는 돌발성 질문에 "부끄러운 전반이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됐어야 했는데 전반은 우리가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수긍할 정도였다.

왼발을 주로 쓰는 염기훈의 오른쪽 측면 실험이 잘 맞아들어가지 않는 것이 첫 원인이다. 서정원 감독은 최재수와 홍철을 동시에 왼쪽 측면으로 내세우면서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면서 맡도록 하고 염기훈에게 오른쪽 측면 공격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염기훈은 전반 내내 단 1개의 슛도 기록하지 못했을 정도로 공격에서 큰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최재수와 홍철이 버틴 왼쪽 측면도 원활하게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최재수는 전반 38분 고요한에 대한 거친 파울로 옐로카드를 하나 받은 뒤 전반 44분에도 고광민을 거칠게 밀어붙이다가 파울을 기록, 하마터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할 뻔 했다.

결국 서정원 감독은 최재수를 전반 45분만 뛰게 한채 권창훈과 교체시켰다. 권창훈이 산토스와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로 들어가고 홍철이 왼쪽 측면 수비, 이상호가 오른쪽 측면 공격으로 포지션이 바뀌면서 비로소 염기훈이 자기 자리인 왼쪽 측면 공격으로 들어감에 따라 공격에 활력을 얻었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수원 삼성 염기훈(왼쪽에서 두번째)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 서울과 2015 K리그 클래식 맞대결에서 슛을 노리고 있다.

이미 염기훈은 전북과 경기에서도 오른쪽 측면 공격을 맡았던 전반에서는 큰 활약을 해주지 못하다가 왼쪽 측면 공격으로 돌아선 후반에 가서야 제 모습을 찾은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서정원 감독은 "염기훈이 오른쪽 측면에 있다고 해서 포지션이 고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상호가 오른쪽 측면으로 가면 염기훈이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로 옮기는 등 자유롭게 자리를 바꿀 수 있다"며 "측면 공격수라면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두 잘할 능력이 있는데다 자리가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염기훈의 오른쪽 측면 공격은 분명 맞지 않는 옷이다. 옷을 사람에 맞춰야지, 사람이 옷에 맞출 수는 없는 일이다.

염기훈의 부진으로 정대세는 서울 스리백에 막혀 고립됐다. 정대세는 90분 내내 단 2개의 슛에 그쳤고 그나마도 유효슛은 하나였다. 공격형 미드필더 산토스가 1만2475m로 부지런히 움직이긴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염기훈도 1만963m로 양팀 선수 가운데 다섯 번째로 부지런히 많은 거리를 뛰었지만 오른쪽에서는 별 다른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 박주영의 순망치한, 정조국이 부진하면 살아날 수 없다

서울은 경기 시작부터 정조국과 박주영이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던 경기 영상을 틀어주며 수원을 자극했다. 2007년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컵대회 경기에서 서울은 전반 6분 만에 마토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박주영의 해트트릭과 함께 정조국의 후반 42분 추가골로 4-1 대승을 거뒀다.

최용수 감독은 2007년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박주영과 정조국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는 발휘되지 않았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FC 서울 박주영(오른쪽)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 삼성과 2015 K리그 클래식 맞대결에서 윤주태의 패스를 받아 슛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은 전반 45분을 사실상 지배했다. 볼 점유율에서 서울이 55-45로 앞섰을 뿐 아니라 공격을 줄기차게 했던 쪽은 서울이었다. 하지만 정작 정조국과 박주영의 슛은 전반 내내 단 한 차례 나오지 않았다. 수원의 몸을 던지는 수비에 경기를 지배하고도 단 2개의 슛에 그쳤고 그나마 유효슛은 하나도 없었다.

박주영과 정조국은 후반에 들어가서야 슛이 나왔다. 전반에 슛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두 수원의 노련한 수비벽에 막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특히 박주영은 후반 17분과 33분에 두 차례 유효슛을 때렸지만 골키퍼 정성룡의 품에 안기는 등 골운도 없었다. 정조국은 후반 8분에 한 차례 슛을 때린 뒤 후반 11분 윤주태와 교체됐다.

특기할 것은 윤주태가 들어간 뒤 박주영의 공격력이 더 좋아졌다는 점이다. 윤주태가 공격 쪽에서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박주영에게 슛 기회가 오기 시작했다. 바꿔서 말하면 정조국과 박주영의 호흡은 전혀 맞지 않았다. 박주영과 투톱을 이루는 정조국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두 공격수의 위력이 동시에 떨어진다는 것만 확인했다.

그래도 박주영은 1만594m로 서울에서 오스마르(1만1648m)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동거리를 기록했다. 활발한 움직임은 있었지만 헛심이었던 셈이다.

최용수 감독은 "수원과 기회를 주고 받으면서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치긴 했지만 결정력 부분이 너무나 부족했다"며 "날씨가 더웠던데다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것이 무득점 무승부로 이어졌다"고 홈에서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 [상암=스포츠Q 이상민 기자] FC 서울과 수원 삼성 선수들이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 K리그 클래식 맞대결에서 11년 만에 무득점 무승부를 거둔 뒤 아쉬운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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