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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집만 가면? KBO리그 '제2홈구장'의 4색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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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집만 가면? KBO리그 '제2홈구장'의 4색 희비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7.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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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KIA-롯데-한화, 두번째 홈구장에서 엇갈리는 성적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숨 가쁘게 달려온 2015 KBO리그가 어느덧 전반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적게는 78경기, 많게는 85경기를 치른 10개 구단은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통해 유종의 미를 달성하려 한다.

이 가운데 한화와 삼성이 제 2구장에서 홈경기를 치러 눈길을 끈다. 아울러 롯데도 올스타 브레이크 직후 NC를 두 번째 홈구장인 울산으로 불러들여 ‘경남 더비’를 가진다.

현재 KBO리그엔 삼성을 비롯해 한화, KIA, 롯데가 두 번째 홈구장을 가지고 있다. 네 팀은 연간 세 차례 홈 3연전을 제 2홈구장에서 치르며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야구팬들에게 큰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 삼성 이승엽이 KBO리그 통산 400호 홈런을 때린 곳이 바로 포항구장이다. 삼성은 포항에만 가면 떨어졌던 힘이 되살아난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평소에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적기 때문에 제 2홈구장에서 경기가 열릴 때마다 많은 관중들이 몰리고 있다. 어느 팀이 상대로 오든 흥행이 보장된 셈.

하지만 역대 기록을 살펴보면 모든 팀이 제 2구장에서 웃은 건 아니다. 지역 야구발전에 도움이 되면서 좋은 기억을 가져간 팀이 있는 반면, 이상하게 두 번째 홈구장에만 가면 모든 게 꼬였던 팀도 있었다. 제 2홈구장을 쓰는 팀들의 속사정을 정리해봤다.

◆ '폭발하는 타선' 삼성-KIA, "매일 여기서 하면 안돼?"

삼성과 KIA는 두 번째 홈구장에서 좋은 기억을 많이 갖고 있다. 시리즈 스윕을 심심찮게 달성했고 극적인 승리도 여러 차례 따냈다.

2012년 3경기를 시작으로 포항구장을 제 2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삼성은 25경기를 치러 20승 5패의 압도적인 성적을 올렸다. 2012년 2승(1패), 2013년 7승(3패), 지난해 8승(1패), 올해 3승(무패)을 싹쓸이한 삼성에 포항구장은 약속의 땅이자 승리의 메카다.

경북 영덕 출신인 류중일 감독이 자란 곳이 바로 포항이며 이승엽이 400홈런을 치기도 하는 등 삼성과 포항구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 잡고 있다. 최형우의 1000안타와 안지만의 150홀드 역시 이곳에서 나왔다. 앞으로 포항에서 더 많은 경기를 치르고 싶은 삼성이다.

KIA도 세컨드 홈그라운드인 군산구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내야수 김선빈이 군 복무를 하기 전 큰 부상을 당한 곳이기도 하지만 짜릿한 기억도 있었다. 2013년 9월 11일 신종길이 팀 5연패를 마감하는 끝내기 안타를 치기도 했다. 당시 KIA는 군산 4경기에서 2승 2패를 기록했다.

아울러 12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2009년에는 당시 강팀으로 군림한 SK를 두 번 모두 잡아내기도 했다. 같은 해 김상현이 생애 첫 3연타석 홈런을 때린 구장도 바로 이곳이다. 군산이 고향인 김상현은 이듬해 8월 7일 두산전에선 팀의 군산구장 5연패 사슬을 끊는 역전 만루 홈런을 폭발했다.

◆ '실책에 장타 허용' 롯데-한화, "두번째 집 방문이 두려워"

롯데는 현재 NC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마산구장(현 창원 마산구장)에만 가면 힘을 쓰지 못했다. 2008년 1승 5패로 부진하더니 이듬해엔 마산에서 열린 5경기를 모두 졌다. 사직구장에서 5할을 훌쩍 넘기는 승률을 기록했지만 마산에선 실력이 발휘되지 않았다.

특정 구장 10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갖기도 했다. 2008년 5월 14일 삼성전 이후 마산 10연패 수렁에 빠졌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기로 소문난 마산 팬들은 경기에서 질 때마다 롯데 선수단의 버스를 멈춰세우고는 청문회를 열었다. 지긋지긋한 연패에 고개를 숙인 롯데는 2010년 6월 11일 한화전을 이기며 간신히 연패에서 탈출했다.

롯데가 마산에서 부진했던 가장 큰 문제는 심리적인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 멘탈게임인 야구에서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는 1988년 이후 마산 경기에서 4할을 조금 넘기는 승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라커룸 등 구장 시설이 낙후돼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야구할 수 없었던 것도 성적 하락에 한몫했다.

다행히도(?) 롯데는 2012년 마산구장을 홈구장으로 선택한 NC의 창단에 맞춰 제 2연고지를 울산으로 옮겼다. 2014년부터 치르고 있는 울산 경기에선 마산에 비해 웃는 날이 많았다. 지난해 3승 4패를 기록한 롯데는 올해 2승 1패를 거두며 ‘제 2홈구장 잔혹사’에서 벗어나고 있다.

2010년 5월 11일 류현진이 LG를 상대로 한 경기 최다인 17탈삼진을 뽑아낸 곳이 바로 청주구장이지만 한화는 청주에서 안 좋은 기억이 더 많았다. 타자 친화적이라 ‘청주 쿠어스 필드’라고도 불리는 청주구장은 홈런이 많이 터지기로 유명하다. 지난해까지 가운데 펜스까지 거리가 국내 최소 수준인 100m에 불과해 타고투저 양상이 극심했다.

한화는 지난해 7월 8일 넥센전에서 3-17로 패하는 등 넥센 3연전에서 32점을 헌납했다. 삼성과 2경기에선 16실점을 했다. 작년 한화가 청주구장에서 기록한 팀 평균자책점은 8.47.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6.35)보다 2점 이상 높았다. 또 지난해 청주에서 치른 5경기서 7실책을 기록, 경기 당 실책 1.4개를 기록하며 시즌 평균 0.883개를 크게 웃돌았다. 2012년부터 최근 3시즌 청주구장 승률도 0.316(6승 13패)으로 전체 승률(0.376)보다 6푼이나 낮았다.

지나치게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 되자 청주시가 팔을 걷어붙였다. 대대적인 공사로 청주구장의 펜스를 늘린 것. 중앙 펜스 거리가 115m로 늘어났고 펜스 높이도 4m에서 5.8m로 높아졌다.

제 2홈구장을 옮기거나 보수하면서 잔혹사 탈출을 노리고 있는 롯데와 한화가 앞으로 두 번째 집에서도 자주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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