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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결여' 속 모녀들, 경박하고 속물스러우며 애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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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결여' 속 모녀들, 경박하고 속물스러우며 애잔한
  • 안은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2.04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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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는 막장이 없는 대신 진상 코드가 늘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차마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운 광경' 또는 '허름하고 나쁜 것'이라는 뜻이 담겼지만 '진짜 밉상'이 옳은 용례다.

밉상 캐릭터들이 사고치고, 물고 빨고 하는 드라마는 시청자를 떨궈내지 않는다. 밉상들의 행동거지 말본새에서 내 안의 얄미운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밉상 밉상' 하면서 미운 정이 든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는 STV 주말극 '세 번 결혼 하는 여자'에선 밉상 모녀지간이 등장한다. 모정으로 주목을 받았던 초반을 지나 딸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훨씬 입체적인 구도가 됐다. 가장 소란한 커플은 최여사(김용림)와 태희(김정난)다. 떠르르한 저택에 살면서 십 원 짜리 하나 남에게 나가는 것이 아까운 최여사는 명품백과 액세서리 사들이는 취미로 살아가는 늙은 딸을 '된장녀'라고 일갈한다. 겉으로는 장군멍군하면서 싸우는 것 같지만 태희는 최여사가 며느리 구박하다 자충수를 두면 '싸질러 놓은 똥'을 치우는 속 깊은 딸이다.

▲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김용림, 김정난 [사진=SBS 제공]

최여사 역시 며느리건 가사도우미건 태희에게 맞설 태세가 보이면 '왜 건드려?!' 하면서 단단한 보호막을 쳐준다. 둘의 밉상 포인트는 탐욕, 관전 포인트는 결핍이다. 욕심이 체해서 답답하고 외로운 모녀, 둘은 그것을 채워가며 깃들어 살아간다.

은수(이지아)와 슬기(김지영)는 진보된 한편, 가장 비현실적인 모녀다. 이혼한 전남편에게 마지못해 딸을 넘겨주고 준구와 결혼한 은수는 밤이면 밤마다 슬기 생각에 잠을 설친다. 딸을 떼어놓고 제 살길을 찾아 나섰다는 죄책감을 버릴 수 없다. 가슴이 찢어지게 사랑하지만 지엄한 재벌가 며느리인 마당에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다.

동화를 읽어 녹음하고, 딸이 SOS를 칠 때마다 뒤늦게 알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 그의 최선이다. 둘만 놓고 보면 가장 비현실적인 관계다. 엄마는 늘 미안해하고 딸은 엄마를 위로하느라 또래의 천진함을 잃어간다.

순심(오미연)과 현수(엄지원)는 세 커플 중 가장 등장 빈도가 낮다. 그만큼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 흔한 엄마와 딸의 관계다. 자애롭고 헌신적인 엄마와 철이 일찍 들어 무뚝뚝한 장녀. 그런데 종영을 앞둔 요새 별 일 없을 줄 알았던 이 관계에 가장 큰 핵폭탄이 떨어진다. 미혼으로 늙힐 망정 절대 딸을 내줄 수 없는 '개날라리' 광모(조한선)를 15년동안 짝사랑해왔고, 둘이 사귀는 것도 모자라 결혼하겠다고 광모가 쳐들어온 판국이다.

여기서 만고불변의 진리가 튀어나온다. 엄마는 딸의 비밀을 절대 알 수 없다. 딸은 엄마를 이해하면서 자라지만(슬기) 엄마와는 전혀 다른 노선을 택하거나(현수) 엄마를 품으며 엄마같은 딸(태희)이 되기도 한다. '나 울 엄마 딸이야'이라는 태희의 쐐기는 모든 딸들에게 훈장이자 천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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