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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그것이 알고 싶다' 세모자 사건, '세뇌'의 충격 "공범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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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그것이 알고 싶다' 세모자 사건, '세뇌'의 충격 "공범은 그만!"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5.08.02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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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류수근 기자] “어떻게 해야 저렇게 세뇌가 되나요? 실제로 세뇌가 되니까 저렇게 행동하는 거겠죠? 세상이 무섭고 무섭네요.”

1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세모자 사건’에 대한 한 시청자의 댓글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5일에 이어 일명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실과 그 배후를 다뤘다. 폭로의 주인공이었던 어머니 이씨는 보통사람들이라면 입에 담기도 어려운 내용을 전혀 주저함이나 거리낌없이 방송 카메라 앞에서 주장했고, 평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까지 성폭행 혐의로 줄줄이 고소했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이지만 어린 두 아들은 이런 엄마의 주장을 강력히 뒷받침하며 유일한 증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무속인의 존재가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2주 동안 집중적으로 추적한 세모자 사건의 진실이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예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비종교 사건들이 연상됐다. 사이비교주의 비논리적인 주장과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신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거짓을 진실이라고 굳게 믿고 엉터리 신조를 반복해서 주장하며 울부짖는 신도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어떠 면에서는 사이비종교 사건들보다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추적한 세모자 성폭행 폭로 사건의 진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특히 몸서리처지고 울분이 치솟았을 것이다.

▲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모녀 사건 방송 캡처]

“아무렴 저게 가능할까?” 거짓된 신념에 어린 아이들이 유일한 증인으로 거듭 등장했다. 방송이 끝나는 순간까지 전혀 믿고 싶지 않았던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세모자 사건 아이들의 일관된 엄마 편들기가 ‘엄마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아이들이 이모할머니로 부르는 무속인의 주장과 지시를 따르는 것은, 그렇게 해야 사랑하는 엄마가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슴이 저려오는 이야기다.

북한체제를 보면서 우리는 ‘세뇌교육’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간접적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 이웃에 이런 일이 현재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세뇌(洗腦)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던 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게 하거나, 특정한 사상ㆍ주의를 따르도록 뇌리에 주입하는 일”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세모자 사건은 ‘세뇌’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어떤 조직이나 집단의 신념과 가치관에 개인의 감정과 사상이 조종당하고, 그에 따라 행동까지 영향을 받는 것을 영어 단어로는 ‘컬트(cult)’라고 한다.

▲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모녀 사건 방송 캡처]

어떻게 정상적인 사람이 거짓된 신념을 진실로 믿게 될까? 전문가들은 누군가에게 특정한 신념을 불어넣고 유지시키기는 데는 '고립과 통제'가 선행된다고 말한다.

1976년 이후 '세뇌'를 연구해온 미국의 전문가 스티브 핫산은 컬트가 신념을 통제하는 수단을 'BITE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행동, 정보, 생각, 감정’ 통제가 바로 그것이다. 한 가지 정보에만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다른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정보를 진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세뇌교육에서는 비판적 의심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들이 주장하는 교리나 믿음이외의 정보접근권을 봉쇄함으로써 의심의 여지를 없앤다. 여기서 속임수가 적용된다. 추종자가 갖는 두려운 감정을 최대한 활용하며, 죄책감을 심어줌으로써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더라도 지도자나 조직이 아닌 개인의 잘못으로 느끼도록 만든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추적보도 내용에 따르면 지난 10년동안 세모자는 무속인과 접하면서 가족들과도 멀리해 왔다. 고립과 통제의 세뇌 효과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에서 세모자를 아무리 설득하려고 해도 사고의 틈을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 이씨는 끝까지 무속인이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방어하고 두둔한다.

▲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모녀 사건 방송 캡처]

어떤 경우에 비상식적인 신념에 더 빠져들까? 의외로 허황된 교리를 내걸수록 사람들은 더 잘 속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거짓말의 정도가 크고 엄청날수록 인간은 그 신념에 빠질 가능성이 아이러니하게도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말세론 등도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상식적인 믿음을 주입시키기 위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곤하게 만드는 방법도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금식과 고행 등을 통해 극도로 지친 상태에서는 이성적 판단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세모자 사건의 실체는 앞으로 사법당국이 낱낱이 밝혀내야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어떻게 이런 황당하고 비참한 사건이 대한민국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제부터라도 함께 성찰하고 고민해야 한다. .

▲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모녀 사건 방송 캡처]

컬트적 사고에 쉽게 매몰되는 사람은 대부분 사회적·경제적으로 소외됐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고립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취약 계층에게는 거짓된 믿음이나 교리가 침투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다.

우리 모두가, 별생각없이 무심코 행한 언어적, 육체적, 정신적 사소한 폭력이나 일탈 행위가 어쩌면 상대방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어 엉뚱한 교리나 신념에 의존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이것이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세모자 사건처럼 어처구니없고 충격적인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세모자 사건은 우리 모두가 평소 내 가족과 사회 구성원들을 한 번 더 돌아보고 관심과 배려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자성의 기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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