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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전도연 '협녀, 칼의 기억' 연기의 포만감, 과잉의 아쉬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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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전도연 '협녀, 칼의 기억' 연기의 포만감, 과잉의 아쉬움 [리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8.0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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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은 차(茶)와 칼, 민란이 지배하던 고려 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배신과 복수의 대서사를 무협멜로 장르에 채워냈다.

혼돈의 세상을 바꾸고자 뜻을 모아 민란의 선봉장이 된 세 검객 풍천(배수빈), 월소(전도연), 유백(이병헌). 유백의 배신으로 풍천은 죽고, 월소는 홀연히 사라진다. 18년 후 유백은 자신이 개최한 무술대회에서 월소를 꼭 닮은 소녀 검객 홍이(김고은)을 발견한다. 두 눈을 잃고 세상을 등진 채 살아가던 월소는 홍이가 유백과 마주쳤다는 사실을 알고 그간 감춰왔던 진실을 털어 놓는다.

무협 멜로 '협녀, 칼의 기억'에서 고려 최고의 맹인 여검객 월소 역을 열연한 전도연

‘협녀, 칼의 기억’은 이병헌 전도연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가 엮어내는 애증의 멜로 드라마가 스크린을 태워버릴 듯 뜨겁다.

천출의 신분에도 탁월한 검술과 빼어난 지략으로 최고 권력자가 된 유백을 연기한 이병헌은 우직한 청년 덕기에서 세도가들의 멸시와 계략에 맞서 살생도 서슴지 않으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얼굴을 습기 머금은 눈빛으로 표현한다. 뻔할 법한 캐릭터에 깊이를 불어넣는 역량을 다시금 발휘한다.

맹인의 길을 선택하면서까지 배신자 덕기에 대한 사랑을 지워버리려 했던 고려 최고의 여검객 월소 역을 맡은 전도연은 눈동자를 움직이지도, 감지도 않은 채 내밀한 감정 표현을 해낸다. 우아하면서도 매서운 검술 역시 호연한다. 사형인 풍천, 수양딸인 홍이, 연인이자 적인 유백에 대한 감정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캐릭터를 충무로 여제답게 돌파한다.

'협녀, 칼의 기억'은 액션에조차 감정의 결을 묻혀내려 한 정성이 확연히 느껴진다. 물결치는 갈대밭에서 이뤄지는 월소와 홍이의 검술 장면이나 눈발이 흩뿌리는 가운데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칼날이 부딪히는 유백과 홍이의 결투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가을 겨울 봄을 끌어들인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영상, 고려 말 이국적인 벽란도의 풍광, 유백의 화려한 무령궁 세트와 월소가 숨어 사는 신비로운 다원, 시대상을 반영한 1500벌에 달하는 의상 등 프로덕션 디자인은 수려하다.

이병헌이 '협녀, 칼의 기억'에서 권력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힌 유백 캐릭터를 입체적인 연기술로 소화했다

반면 영화 전편을 지배하는 과잉은 불편하게 다가온다. 홍이의 성장기와 복수극, 유백의 권력찬탈, 월소의 비극적 사랑, 출생의 비밀 등 많은 이야기가 나열되면서 지루한 느낌을 준다. 지나치게 빈번하게 사용되는 와이어 액션과 장중한 음악, 우연적 요소는 감상의 재미를 떨어트린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협녀'는 호방하고 의협심 강한 여자를 의미한다. 너무 많은 장치를 담아내려 했기 때문인지 더 매력적일 수 있었던 월소 캐릭터가 십분 살아나지 못한 점은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11년의 세월을 숙성시켜 완성한 ‘협녀, 칼의 기억’은 기존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시도(고려말이라는 시공간, 대의와 복수에 투신하는 여성 캐릭터, 아름답고 웅장한 검술액션)로 자신만의 가치를 입증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8월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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