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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에이스' 린드블럼의 지긋지긋한 '아홉수', 극복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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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에이스' 린드블럼의 지긋지긋한 '아홉수', 극복법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8.07 0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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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9승 이후 6차례 등판서 무승…"승패는 내가 좌우하는 게 아니다"

[울산=스포츠Q 이세영 기자] 경기 후반에도 등판을 자청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별명인 ‘린동원’보다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100완투를 달성한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이 떠오른다.

롯데 자이언츠의 ‘외로운 에이스’ 조시 린드블럼(28)이 9승 문턱을 넘을 듯 넘지 못하고 있다. 투구 내용은 나무랄 데 없지만 타선이 도와주지 않거나 불펜이 부진해 승리가 날아가고 있다.

린드블럼의 ‘승리 시계’는 지난 6월 26일 넥센전에 멈춰 있다. 당시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9승째를 챙겼던 린드블럼은 이후 6경기에서 1패만 떠안은 채 승수를 쌓지 못했다. 이 가운데 퀄리티스타트는 모두 네 차례. 이 중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찍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린드블럼을 향해 미소 짓지 않았다. 지독한 아홉수다.

▲ 린드블럼이 4일 KBO리그 울산 두산전에서 8회초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4일 울산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8이닝 동안 3점만을 내준 린드블럼은 다승 선두 유희관을 상대로 호투했지만 팀 타선이 한 점도 뽑아주지 못해 패전을 떠안고 말았다.

오랜 시간 동안 승을 챙기지 못해 사기가 떨어질 법도 하지만 린드블럼은 다음 날인 5일 구장에 홀로 나와 몸을 풀었다. 특히 관중석 계단을 오르 내리는 훈련을 소화하며 하체 힘을 키웠다. 낮 최고기온 36도. 폭염경보가 내려진 뜨거운 날씨였지만 린드블럼은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훈련을 마친 그에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10승이 속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해봤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린드블럼은 “승패는 내가 좌우하는 게 아니다. 나는 그저 공을 던지고 상대팀 타자와 맞붙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승부에 있어서 겸손한 태도를 지닌 린드블럼의 마인드를 엿볼 수 있었다.

비록 성적에 비해 승수는 적지만 린드블럼은 145이닝을 투구하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이닝이터로 자존심을 지킨 린드블럼이다. 팀 타선이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집중력이 유지하기가 어려울 법도 한데, 평점심을 유지하며 긴 이닝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린드블럼은 “승리하고 싶다면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나는 어떤 경기든 우리 팀이 0-1로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공을 던진다. 그렇게 해야 집중이 더 잘 된다”고 말했다.

비결이 있었다. 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을 프로에서도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다. 린드블럼은 “어릴 때 아버지께 야구를 배울 때부터 공 하나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던졌다. 아버지께선 ‘공 하나, 스트라이크 하나의 의미를 되새겨야만 아웃을 잡을 수 있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으면 이닝을 막을 수 있고 한 이닝을 막아내면 경기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아홉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린드블럼의 ‘아홉수 극복법’이었다. 오로지 팀을 생각하는 린드블럼이 있기에 롯데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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