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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의 몸짓, '소통'의 춤사위...김동규 LDP무용단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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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의 몸짓, '소통'의 춤사위...김동규 LDP무용단 대표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9.0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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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한국 현대무용의 젊은 에너지인 LDP무용단 김동규(35) 대표가 창단 15주년을 맞아 정기공연 ‘15th LDP’를 4~6일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치고 있다.

LPD의 재탐색이란 의미의 ‘Re-Explore’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번 공연은 해외 안무가 3인이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폭발하는 에너지를 자랑하는 체코 안무가 야렉 씨미렉, 복합장르의 예술개념을 현대무용으로 확장하는 독일 안무가 미샤 푸루커, 철학적이고 연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국 안무가 길서영은 각각 ‘Heaves(호흡곤란)’ ‘Murmurs and Splotches(중얼거림과 흔적)’ ‘Social Factory(사회적 공장)’로 실험적인 무대를 선사하고 있다.

 

현대무용가 김동규를 공연 개막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조명을 점검하다 허겁지겁 달려온 그의 말이 LTE급으로 빨라졌다.

◆ 대표 취임 후 ‘해외 안무가 영입’ ‘댄서 무한책임주의’ ‘콜라보레이션 강화’ 표방

올해 초 2년 임기의 대표 취임 후 해외 안무가 공연 유치와 작품 선택·연습량·공연 성패에 책임을 지는 댄서 무한책임주의를 내걸었다. 이번 공연도 이 연장선 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단원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선택, 무용수로 참여한다. 안무가가 자신의 작품에 무용수를 캐스팅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야렉 씨미렉의 경우 단원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면서 대화를 나눈 뒤 확정했다. 미샤 푸루커는 LDP 초창기 시절 2~3개의 작품을 했던 인연이 있고, 김 대표 역시 댄서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의 강추로 참여하게 됐다. 길서영은 지난해 정기공연 때 일찌감치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터라 이견 없이 합류가 이뤄졌다. 세 안무가 작품의 콘셉트가 LDP무용단의 방향성과 맞아 떨어지며 ‘해체’와 ‘새로운 탐구’로 보다 구체화됐다.

LDP무용단은 지난 4월 LG아트센터 초청공연에서 신창호-김판선의 안무작을 무대에 올려 전회 매진 돌풍을 일으켰다. 무용 공연으로는 이례적인 흥행 성공이었다. 6월에는 밀라노 페스티벌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노 코멘트’(안무 신창호)를 공연했으며 오는 12월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초청 공연이 예정돼 있다. 여기서는 지난해 초연된 김동규 안무의 ‘퍼펙트 아이디어’를 올린다. 개개인의 생각이 다르므로 완벽한 생각에 다다르기 위해선 소통이 중요함을 담은 작품이다.

 

2003년 입단한 그는 ‘소통’에 천착한다. LDP의 성장 이유도 소통과 혁신으로 꼽았다.

“단원과 관객의 니즈를 파악한 뒤 변화를 유연하게 이뤄내야 해요. 소통은 서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예술성을 탐구하는 바탕이 되죠. 15주년을 맞은 LDP 역시 기존의 강하고 속도감 있는 스타일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합니다. 해외 안무가 공연도 그 일환이지만 앞으로 미술, 클래식음악, 영화 등 타 장르와의 협업을 더욱 강화해나갈 방침이에요.”

역대 대표들 모두 각자의 스타일로 LDP무용단을 이끌었고 성과를 올렸다.

“실험적인 무대, 대규모 공연, 몸집 키우기와 시장 확대, 우리 공연의 해외 수출 등 전임자들의 업적을 봤더니 내가 뭔가를 하겠다고 하면 ‘잘해도 본전’이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 하던 대로 하자’라고 결심했죠. 기획·준비·연습할 때 필요한 시스템의 확보, 콜라보레이션 강화에 대한 구상을 LDP로 끌고 왔어요.”

최근 몇 년간 무용계의 화두는 통섭이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서도 댄서간의 소통과 단원간의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징성을 띈 LDP 단체의 색깔을 돋보이게 하면서 타 장르와 콜라보레이션을 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다. 예를 들어 교향악단과 협업을 했을 때 LDP가 가진 움직임의 특성을 오케스트라의 작품과 효과적으로 혼합해 새로운 장르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스튜디오와 극장에서만 공연하고, 관계자들만 관람하는 폐쇄성을 보여 왔다면 이를 뛰어넘는 좋은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라고 여겨요. 서로 다른 분야의 잘난 사람들끼리 모여도 잘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죠.”

 

◆ 비보잉 소년에서 현대무용수로, 30대 들어 관객 생각하는 안무가로 ‘터닝’

청소년 시절 힙합과 비보잉에 빠져 지냈던 그는 중3 때 예고에 진학했다. 무용과는 자신이 생각했던 곳과는 달라 말 그대로 가방 든 채 학교만 다녔다. 그러다가 현대무용가 신창호의 공연을 보고 매력을 느꼈다. 스토리텔링을 몸을 사용해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비보잉 동작도 사용할 수 있겠구나 싶어 고3 무렵 본격적으로 현대무용을 파고들며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입학, 전문사 과정까지 마쳤다.

무용수 겸 ‘퍼펙트 아이디어’ ‘Sinful Thought’ ‘에고이즘’ ‘가장 중요한 것’ ‘내가 사는 이유’ ‘Most Important Thing’ ‘The Hole’ 등의 안무가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그는 20대와 30대라는 혹독한 터닝 포인트를 경험했다.

“20대엔 자신을 알아가고픈 열망에 집중하던 시기였어요. 이는 춤에도 이어졌고요. 콘셉트 하나만 잡고 움직임만으로 작품을 풀어갔죠. 테크닉을 많이 사용했고요. 과도한 움직임과 추상성의 자기만족적인 공연이 나왔죠. 30대에 접어들면서 객관성과 관객을 고민했어요. 제목과 내용이 확연히 달라졌죠. 춤꾼은 작가의 생각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나 관객의 생각이 어떤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이를 깨닫고 나서부터 기승전결의 서사, 주제와 움직임의 조화에 포커스를 맞추게 됐죠. 즉흥적인 춤동작을 삽입하며 유연하게 작품을 만들어갔고.”

동작의 중요성보다 생각을 표출하는데 공을 들이다보니 작품에 파워가 붙었다. 무용수들도 명료하게 이해하면서 움직임보다는 표현과 시선처리에 집중하다보니 작품이 섬세해졌다. 과거엔 한 가지 색깔을 표현하기 바빴는데 이후엔 관객과 호흡이 이뤄지며 유머와 흥미로운 코드가 나오게 됐다. 반응이 곧장 왔다.

 

2008년부터 한예종 무용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김동규 대표는 힘 있고 열정적인 제자들을 통해 기존에 만들었던 작품들의 디테일과 완성도가 높아지는 점에 이기적인(?) 기쁨을 느낀다. 후배들의 성장이 한국 현대무용계를 풍성하게 해줄 수 있다는 사명감 역시 똬리를 틀고 있다.

젊은 춤꾼 이선태 안남근 한선천 김설진 윤나라 남진현 최수진 등이 스타 무용수로 팬클럽을 몰고 다니고, 케이블방송사 서바이벌 댄스 프로그램 ‘댄싱9’이 각광받는 등 현대무용이 외견상 대중화의 길로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렇다면 목표 설정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그동안 관객이 너무 적었기에 많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생긴 거라고 봐요. 대중적으로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죠. 그간 해왔던 대로 무용인들과 소통이 이뤄지면 일반 관객과도 소통이 가능할 거라고 봐요. 관객 편의를 위해 공연·주제·안무가·무용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트레일러와 사진 등 다양한 형태, 빠른 속도로 많이 전달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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