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캐릭터열전] 영화 '사도' 송강호, 사극·왕·노년마저 점령한 '연기의 신'
상태바
[캐릭터열전] 영화 '사도' 송강호, 사극·왕·노년마저 점령한 '연기의 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9.05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영화 ‘사도’(9월16일 개봉)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만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순간만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담은 이준익 감독의 신작이다.

‘괴물’ ‘변호인’의 천만배우이자 ‘관객이 믿고 보는 배우 1위’(2015년 멀티플렉스 CGV 조사) 타이틀을 가진 송강호가 ‘사도’를 통해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2013년 ‘관상’에서 천재관상가 내경을 연기한 바 있으나 정통 사극은 처음이며 왕 역할도 최초다. 더욱이 그가 맡은 영조는 단선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천한 후궁 소생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비롯해 노론의 지원을 등에 업고 왕위에 오른 취약한 정통성 때문에 위기에 처할 때마다 선위 소동을 벌이며 정국을 주도하고, 노론과 소론 간 권력다툼 속에서 권력을 유지하려 애쓴다.

▲ 국민배우 송강호와 젊은 천만배우 유아인이 비극의 부자로 호흡을 맞춘 영화 '사도' 포스터

강력한 왕권을 지향했던 현실적인 왕이었으나, 극단의 성격을 오가고 아들인 사도세자(이선)와 애증관계를 형성하는 복잡한 내면의 인물이다.

송강호는 한 나라의 왕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영조의 다면을 심도 있게 그려낸다. 영조의 강인함과 나약함, 완벽주의 성향과 인간적 결함, 종잡을 수 없는 성향이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연기술로 스크린에 복원된다.

흉한 이야기를 듣거나 말을 하고난 뒤 물로 귀와 입을 씻어내는 장면이라든가, 신분의 귀천 없는 평등한 세상을 주창했던 이상적인 사도세자를 대리청정하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선병질은 송강호만의 서민적 희로애락 리듬으로 빛을 발한다. 학업대신 그림기리기와 놀이에 탐닉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복잡한 눈빛은 생생하다. 무거운 분위기에서조차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는 발군이다.

송강호는 언론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8일간의 영조의 모습은 군왕이자 아버지의 가장 사실적인 모습으로 접근하는 것이 이 영화의 문법에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지점에서 영조의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송강호로 인해 신격화된 군왕, 근엄하거나 나약한 임금의 틀에서 벗어나 가장 현실적인 왕의 탄생을 목도하게 됐다. 송강호 역시 영화 ‘사도’를 통해 지금껏 그 누구도 그려내지 못했던 새로운 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왕도 인간이고 어떨 땐 아버지다. 겉모습이든 내면이든 고정관념 속 왕이 아니라 정말 현실적인 모습의 왕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 영화 '사도' 속 중년의 영조(송강호)와 아들 세도세자(유아인)

영조는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8일 만에 죽게 한다. 아들의 죽음 이후 영조는 죽은 세자에게 사도(思悼)라는 시호를 내리고 자신의 과오를 후회했다. 노년의 영조로 분한 이 장면에서 송강호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검버섯 핀 얼굴과 쇳소리 나는 육성으로 ‘자식을 죽인 아버지’로 역사에 기록될 자신에 대한 회한을 토로하고, ‘광인으로 죽은 아들’을 향한 애틋함으로 쏟아내는 눈물은 관객의 가슴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전작 ‘변호인’에서 세무변호사 송우석의 속물근성뿐만 아니라 부당한 국가권력에 맞서 싸우는 인권변호사의 정의감을 분출시켰다면 ‘사도’에선 기품과 상스러움, 광기와 유약함, 선정을 펼치고 싶은 욕구와 태생적 한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외로운 제왕의 모습, 세자를 사랑하면서도 정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심리를 너끈히 조형한다.

연기 스펙트럼이 광활한 배우 송강호는 기대했던 대로 정통 사극, 비운의 가족사를 만든 왕, 중년부터 노년의 영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그리고 자신의 감성을 뜨겁게 불어 넣음으로써 공감대를 확장한다. ‘국민배우’ 소리를 듣는 이유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