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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꽃' 레나 정으로 피어난 꽃, 배우 김성령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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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꽃' 레나 정으로 피어난 꽃, 배우 김성령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9.08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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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오소영 기자·사진 최대성 기자] "시청률 20%가 넘었으면 좋겠어요."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 종영 전 만난 배우 김성령은 수줍은 바람을 드러냈다. 인터뷰 다음날인 29일 '여왕의 꽃'은 20.4%를 기록했고, 마지막회 역시 22.4%로 자체최고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여왕의 꽃'의 레나정은 성공을 위한 열망 때문에 과거를 지우고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딸 강이솔(이성경 분)에게 비정한 엄마였지만, 성공을 위한 노력에도 결국은 이솔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로 변하게 된다. 김성령은 바쁜 와중에도 시청자 반응을 꼼꼼하게 확인한 듯했다. "레나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점점 많아졌어요. '유산은 안 된다'는 댓글도 있더라고요."

 

◆ "참 어려운 캐릭터 레나정, 매주 시험보는 기분"

레나 정은 비극적인 운명을 안고 있는 인물이다. 사고로 부모를 잃어 고아원에서 자랐고, 딸 이솔을 버리고 과거를 지워낸 후 성공을 위해 달린다. 급격한 감정에 휘말리는 신이 유독 많았고, 이를 더욱 어렵게 한 것은 대사였다. 

"감정 신이 많다보니 NG를 내면 다시 그 감정을 잡기가 힘들어요. 최대한 한 번에 가야 하는데, 대사 때문에 NG가 나면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실수 없이 완벽히 외우려다보니 힘들더라고요. 대본이 일찍 나오다보니 4~6권을 가지고 다니며 외웠죠."

극중 감정이 여전히 김성령에게 남아있는 듯했다. 그는 딸 이솔을 부르는 마지막 촬영 대사를 언급하다 또다시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우아하고, 때로는 표독스러운 레나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그 뒤 절절한 노력이 필요했다. 
 
"매주 시험보는 기분이었어요. '작가님이 내 암기력 테스트를 하시는 건가' 싶고.(웃음) 같은 말이 반복되면 외우기 힘든데, 제 대사는 반복 부분이 많기도 했거든요. 약국에 가면 기억력 증진 약만 눈에들어오고 그랬어요."

 

◆ 첫 타이틀 롤, "혼자서 할 수 있단 생각은 자만이었죠"

'여왕의 꽃'은 김성령의 존재감이 컸던 드라마다. 김성령은 과거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주인공으로서의 고뇌와 책임감을 경험해보고 싶다. 그런 걸 알면 조연으로서도 새로운 시각이 생길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2년 후, 김성령에게는 '여왕의 꽃'이 찾아왔다. 

"주인공을 맡았다는 생각에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죠. 내가 잘하면 시청률이 올라가고, 내 힘으로 다 될 거라고요. 그런데 촬영하다보니 이런 생각 자체가 자만이란 걸 알았어요. 작품은 주인공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다함께 하는 작업이란 걸 안 거죠.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주인공이란 걸 잊고 그냥 '레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김성령은 자신의 노력을 언급하기보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와 칭찬을 전했다.

"김미숙(마희라 역) 선생님께서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저도 힘을 얻고 버틸 수 있었어요. 제 부족함 대신 지치지 않도록 노력했죠. 성경이는 사랑스럽고 끼가 많죠. 생기발랄하고 건방지지도 않고 투정 한 번 없었어요. 박이(윤박)도 마찬가지죠. 항상 촬영장에 미리 와 있고 대본 연습 때도 가장 먼저 와 있고. 참 열심히 하는 친구였어요."

다시맞은 전성기, 타이틀 롤을 맡은 김성령은 자신의 연기는 여전히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여왕의 꽃'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했어요. 타이틀 롤을 맡아봤기 때문에 이제 주인공에 대한 미련은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배님들께 배우면서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생겼어요."

 

◆ 아이들에 친구같은 엄마, "'자유 방임형' 추천해요"

레나 정은 극중 스타 셰프였다. '실제 요리 실력'을 묻자 이 답은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관련해 이어졌다. 

"아이들에게 잘 안 해주는 편이에요.(웃음) 그런데 촬영하며 재미를 느껴서 이제 좀 해 주려고 하죠. 제가 늘 얘기하는 거지만, 너무 다 해주려고 하면 안 돼요. 자유롭게 하게 해 두면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거든요. '라면 끓여줘' 하면 아이들이 끓여서 가져와요."

김성령은 '힐링캠프'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보여줬듯 아이들에게 친구같은 엄마다. 엄마 김성령의 교육방식은 자유롭게 풀어두기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학업성적이나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꿈을 키운다. 엄마에게 요리를 해 주며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이 생겼고, 엄마를 친구처럼 대하다보니 친구 어머니에게도 친아들처럼 자연스럽게 말을 건다는 설명이다. 

"친구 어머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저희 아이에게서 위로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은 집에 와도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안 하는데, 저희 애들은 얘기를 하니까. 스트레스 받을 게 없으니 잘 놀고요. 물론 담임선생님과 상담 때 성적 얘기가 나오면 뒷목을 잡게 되지만….(웃음)"

 

[취재후기]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로 유명했던 김성령은 최근 또다른 전성기를 맞았다. 이런 관심과 활동에 대한 김성령의 생각은 어떨까.

"처음엔 욕심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속해 찾아주시는데도 이걸로 만족한다면 이 또한 제가 할 도리는 아닌 것 같아요. 물러서기보다는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우선 TV에선 레나정을 잊으실 수 있는 시간을 드리는 것이 예의인 것 같고, 이후엔 영화로 뵙고 싶어요. 아, 그런데 이렇게 말해두고 또다른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웃음)"

김성령의 따뜻한 웃음을 마주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볼 또다른 모습이 자못 기대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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