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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트랩' '올드위키드송'...대학로 장악한 '힙'한 연출가 김지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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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트랩' '올드위키드송'...대학로 장악한 '힙'한 연출가 김지호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9.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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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지난해와 올해 연극 ‘데스트랩’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처’, 뮤지컬 ‘아가사’를 통해 대학로의 가장 ‘힙’한 연출가로 떠오른 김지호. 불과 31세의 젊은 연출가는 내놓는 작품마다 신선한 위트와 유머, 속도감 넘치는 전개, 만만치 않은 주제의식을 장착한 연출력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괴짜 음악교수 마슈칸(송영창 김세동)과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피아니스트 스티븐(김재범 박정복 이창용 조강현)이 엮어가는 2인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9월8일부터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으로 다시금 관객을 매혹한다. 개막을 앞두고 김지호 연출을 호출했다.

 

- 지난해 7월 코미디 스릴러 ‘데스트랩’이 대성공을 거둔 뒤 일본 번역극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처’, 미스터리 뮤지컬 ‘아가사’, ‘데스트랩’ 재공연, ‘올드 위키드 송’ 초연 등 쉴 틈 없이 공연을 올리고 있다. 힘에 부치진 않나.

▲ 워낙 하고 싶어했던 작업이라...지금까지는 과부하인줄 모르겠다. ‘올드 위키드 송’을 마치면 요령껏 쉴 생각이다.

- ‘데스트랩’ ‘올드 위키드 송’은 원작을 직접 발굴하고, 번역작업에도 참여했다. 어떤 방식으로 해외 원작을 찾는지 궁금하다.

▲ 또래 작가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 신선한 외국 작품을 찾기 위해 영미권 희곡 대다수를 출판하는 DPS(드라마티스트 플레이 서비스) 회사의 작품들을 아마존에서 구매해 읽곤 한다. ‘데스트랩’은 지인이 내 성격과 어울릴 거라고 추천해준 작품이다. 번역을 했더니 재밌더라. ‘올드 위키스 송’은 DPS 국내 공식 에이전시인 인피니스 대표가 추천해줘 접하게 됐다.

- 희곡을 선택할 때 기준이 있다면.

▲ 딱히 기준이 있다기보다 먼저 제목을 보고, 머릿속에 내용이 그림으로 그려지면 선택한다. ‘데스트랩’의 경우 디테일한 부분이나 스릴러와 코미디 사이에서 줄타는 색깔은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갔다. 늘 새로운 거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 ‘데스트랩’ ‘아가사’는 빠른 극전개에 관객의 추리와 긴장을 유도하는 스릴러와 미스터리물이다. 반면 중간에 자리한 일본작가 마에다 시로의 무기력한 청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처’는 두 작품과 비교했을 때 이물감이 느껴진다.

▲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드라마라 끌렸다. 장르를 구분하기보다 ‘데스트랩’ 이후 사람을 죽이지 않고 감동을 주는 착한 드라마를 해보고 싶던 차였다. 우리 사회 분위기와 많이 맞닿아 있기도 했다. 한일관계에 치환해서 생각할 부분이 많아 선택했다.

 

- 연극만 하다가 올해 초 뮤지컬 ‘아가사’ 재연 연출을 맡아서 화제가 된 바 있다.

▲ 처음엔 협력 연출로 들어갔는데 김태형 연출이 양보를 해줬다. 학교에서도 뮤지컬은 해본 적이 없었던 데다 대극장 공연도 처음이라 당혹스러웠지만 ‘뭘 해내야 앞으로 기회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또 김도현 배우가 ‘이제 입봉한 건데 두려울 게 뭐있냐. 욕 먹어도 지금 먹는 게 낫다’란 말을 해주셔서 용기를 얻었다. 볼거리가 많아졌는데 내용이 허술해졌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대본으로 빈틈을 채우려 노력했다. 쇼를 위해 드라마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라인이 꽉 채워진 작품으로 보이게 신경 썼다. 앞으로 극장 사이즈는 가릴 지라도 연극과 뮤지컬은 가리지 않을 것 같다.

- ‘올드 위키드 송’을 선택한 이유는 무언가.

▲ 이 작품은 배우들이 독일어, 영어, 피아노 연주, 독일가곡을 다 해내야 할 만큼 난이도가 높다. 배우들은 관객의 요구를 알기에 스스로 부담을 많이 갖고 있다. 나 역시 스트레스가 큰 공연이라 쉽지가 않다. 하지만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 끌렸다. 극중 등장하는 유대인과 나치의 관계 역시 일제강점기를 경험하고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사회에 울림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 ‘암살’ ‘명성황후’ ‘아리랑’ 등 이 시기를 조명한 영화·공연들이 잇따라 선보여 각광받았는데 ‘올드 위키드 송’이 조금 더 일찍 개막했다면 더욱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 시기 면에선 나 역시 다소 아쉽게 생각한다.

- 이 작품의 장점을 소개해 준다면

▲ ‘올드 위키드 송’의 클래식, 독일가곡은 낯선 소재인데 음악영화가 잇따라 개봉하면서 특히 광폭한 교수와 천재 드러머를 꿈꾸는 제자의 이야기인 음악영화 ‘위플래쉬’ 때문에 익숙하게 받아들여주시는 것 같다. 극 전개와 인물들의 감정, 삶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다. 생소한 독일가곡(슈만의 연가곡)도 하나하나 스토리가 있어서 재미나지 않을까 싶다. 주제가 가볍진 않으나 내용이 꼬여있진 않다. 한 편의 연극과 연주회를 동시에 감상하는 느낌일 거다.

 

- 연출가로서 어떤 부분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나?

▲ 소극장에서 보기 힘든 무대효과, 음악을 구현할 거다. 뮤지컬이 아닌 연극임에도 음향 퀄러티에 신경을 쓰고 냄새까지 이용한다. 일종의 4D 연극이다.(웃음) 두 인물의 정서를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 김지호 연출의 작품은 특징 중 하나는 스피드다. 이번 작품도 그런가.

▲ 장면 전개는 빠른데 장면 사이에 암전과 더불어 음악이 흐른다. 스피디한 시대에 답답할 수도 있으나 많은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연출할 때 관객의 입맛을 무시해선 안 되겠지만 작품의 의도를 훼손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 ‘빠르게 빠르게’ 만을 추구하진 않는다. 원래는 느린 걸 좋아한다. 연습실 밖에선 느린 삶을 살아간다.

- LTE급 속도로 연출가 데뷔, 성공적인 질주를 하는데 있어 배우 겸 프로듀서 김수로의 지원을 빠트릴 수 없을 것 같다.

▲ 고교시절 연극부 활동을 하며 연극의 꿈을 키웠고 단국대 연영과에 입학하며 공연 연출을 원했다. 재학 시절 여섯 작품을 연출했고 4학년2학기 때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조연출로 시작했다. 서울시극단 연수단원으로 1년간 있으면서 ‘달빛 속으로 가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을 조연출했다. 그러고 나서 김수로 프로젝트·아시아브릿지컨텐츠의 ‘유럽블로그’에 조연출로 참여하며 운 좋게 김수로 선배를 알게 됐다. 그의 도전적인 면모 덕에 서른 전에 ‘데스트랩’ 연출가로 ‘입봉’이 가능했다. 다른 투자제작사에서는 시도하기 힘들었을 거다.

- 다른 자극 요인은 없었나?

▲ 사업을 하신 아버지께선 나의 직업을 이해하지 못해서 끝까지 반대하셨다. 빨리 이 분야에서 인정받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빨리’의 동력이 된 듯싶다. ‘데스트랩’으로 연출 데뷔 직전에 돌아가셨는데 그나마 제작 준비할 때라 다행이라고 마음을 다독였다.

 

-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 대다수가 연출보다 나이가 많기에 지휘상 어려움도 있지 싶다.

▲ 배우들과의 소통이 가장 어렵긴 하다. 대본대로 흘러가는 부분은 경험 풍부한 배우들에게 맡기는 편이다. 하지만 필요한 장면에서 내가 그리는 그림은 명확히 제시한다. 이견이 생기면 토론하면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한다. 요즘 공연계 관행이 더블, 트리플, 쿼드로 캐스팅이므로 다수의 배우가 한 배역을 연기할 때 그들을 하나로 모으려하기보다 각자의 개성을 살리려고 한다. 배우들을 통일시키거나 통제하고 싶진 않다. 연출은 작품에서 힘이 나오므로 작품을 파고드는 게 올바르다.

- 김재범은 ‘데스트랩’ 초연과 재연, ‘올드 위키드 송’에 연이어 캐스팅되고 있다. 호흡이 맞는 배우라 그런가?

▲ ‘유럽블로그’ 때 본 모습과 이미지와 다른 색깔을 맡겨도 어울릴 거 같아서 ‘데스트랩’의 야망에 불타는 소설가 지망생 클리포드 역을 맡겼다. 연습과정에서 티격태격했으나 이젠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기에 확인이 필요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

- 지금까지는 해외 희곡을 바탕으로 작업했다. 창작 계획은 없나?

▲ 내 창작 극본 계획도 있으나 극작과 연출을 병행하는 게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글을 쓴다면 내가 만들 수 있는 건만 쓸 생각이다. 다른 창작진과의 협업은 나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하는 이유도 있다.

- 공연이나 연습이 없을 때는 어떻게 지내나?

▲ 어머님이 제주도에 살고 계셔서 혼자 산지 10년이 됐다. 청소, 빨래, 요리 등 집안일을 하거나 만화책 소설을 많이 본다. 특히 그림을 많이 찾아본다. 그림을 보다보면 무대가 그려지곤 해서 도움이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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