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원호성 기자] '응답하라 1988'에서 박보검이 바둑 국제대회에서 기적의 5연승을 기록하며 한국의 국제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21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6회에서는 최택 6단(박보검 분)이 '우리증권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결선라운드에 진출해 기적의 5연승을 기록하며 한국의 우승을 만들어내는 명장면이 연출됐다.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한 '우리증권배 세계바둑최강전'은 일반적인 토너먼트 제도가 아니라 연승제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한 국제기전으로, 결선라운드에 진출한 기사가 순서대로 대국을 펼쳐 단 한 번이라도 패배하면 탈락하고,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기사가 우승을 차지하는 연승제라는 시스템이다.
박보검은 '우리증권배 세계바둑최강전'에 한국기사로는 유일하게 결선라운드에 진출해 중국기사 세명, 일본기사 두 명과 우승을 겨루게 됐다. 즉 박보검이 우승을 차지하려면 중국기사와 일본기사들을 모두 꺾고 5연승을 기록해야만 가능하다는 것. 게다가 극 중 박보검은 한국에서 신예 초단에게 패배한 이후 슬럼프에 빠져 있던데다, 대국이 매일 열리는 상황이어서 우승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박보검은 아버지 최무성조차도 "이번에는 우승하기 힘들 것"이라고 하던 상황을 뒤집고 중국기사들과 일본기사들을 연파하며 기적같은 5연승으로 '우리증권배 세계바둑최강전'을 가져오는 쾌거를 달성했다.
'응답하라 1988'에서 박보검이 보여준 기적의 5연승이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그동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항상 소극적이었던 박보검이 비로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게 바뀌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박보검은 우리증권배를 거머쥔 후, 비로소 짝사랑하던 덕선(혜리 분)에게 전화해 "우리 같이 영화 보자"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 재미난 점은 '응답하라 1988' 6회에서 박보검이 보여준 '기적의 5연승'이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점이다. '응답하라 1988'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최택 6단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바둑의 신' 이창호 9단이 2005년 제6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보여준 '기적의 5연승'이 바로 그것이다.
2005년 펼쳐진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은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한 '우리증권배 세계바둑최강전'처럼 토너먼트가 아닌 연승제로 결선라운드를 펼치는 국제기전으로, 당시 한국은 이창호 9단을 필두로 유창혁 9단, 최철한 9단, 안달훈 6단, 한종진 5단 등 다섯 명이 출전했지만 '응답하라 1988'의 박보검처럼 이창호 9단만을 남겨두고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
네 명의 한국기사들이 탈락하면서 한국에서는 이창호 9단 혼자만이 남았고, 뤄시허 9단과 왕레이 8단, 왕시 5단 등 중국기사 세 명과 장쉬 9단과 왕밍완 9단 등 일본기사 두명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당시 이창호 9단은 '응답하라 1988'에서 슬럼프에 빠졌던 박보검처럼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1승 5패의 부진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절대적인 숫적 열세 속에서 이창호 9단은 2004년 11월 29일 부산에서 열린 뤄시허 9단과의 대결에서 백 불계승으로 승리를 거둔 뒤, 2005년 2월 23일부터 26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4일 연속으로 열린 대국에서 모두 불계승을 거두며 '기적의 5연승'을 만들어낸다.
'응답하라 1988'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최택 6단의 모델이 이창호 9단이라는 점, 대회가 열린 장소도 중국 상하이였고, 남아있던 중국기사와 일본기사도 세 명과 두 명으로 동일하다는 점, 여기에 대회 직전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던 모습까지 누가 봐도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한 박보검의 우리증권 세계바둑최강전 우승은 이창호 9단이 2005년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보여준 '기적의 5연승'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tvN '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 이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쌍팔년도(1988년) 서울 쌍문동,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왁자지껄 코믹 가족극으로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7시 5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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