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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 리뷰] '도리화가' 이 영화의 장르는 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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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 리뷰] '도리화가' 이 영화의 장르는 수지였다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1.25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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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기생집 부엌데기로 자란 진채선(수지 분)은 조선 최초의 판소리학당인 동리정사의 수장 신재효(류승룡 분)의 소리를 듣고 소리꾼의 꿈을 키운다. 하지만 당시 시대는 여자가 판소리를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진채선은 판소리를 하기 위해 남장까지 하고 동리정사에 들어가게 된다.

영화 '도리화가'는 조선 최초의 여류 명창으로 불리는 진채선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하지만 '도리화가'가 좀 더 비중있게 다루는 것은 '판소리'라는 소리 예술 그 자체보다,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다는 '시대적 금기'와 그에 맞서는 한 여성의 비극적 운명이다. 그래서 '도리화가'는 '판소리'라는 소재로 엮어진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보다는 전윤수 감독의 '미인도'에서 에로티시즘을 제거한 것에 보다 가깝다.

▲ 영화 '도리화가'

'판소리'보다는 '시대적 금기'를 비중있게 다루다보니 '도리화가'에서 '판소리'라는 예술이 주는 쾌감은 그리 크지 않다. 그렇기에 '도리화가'에서 "기집은 왜 소리를 하면 안되는디요? 지도 목구녕이 있는디?"라고 외치는 진채선(수지 분)의 외침은 큰 울림을 주지만, 정작 그 '소리'는 영화에서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판소리'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판소리'를 경원시한 '도리화가'의 이중적인 모습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흥선대원군(김남길 분)의 경복궁 낙성연 장면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난다.

경복궁 낙성연 장면은 수많은 소리꾼들이 전국에서 모여 최고의 명창을 가리는 흥겨운 축제와 대결의 장이 되어야 하지만, '도리화가'는 이 중요한 장면을 그저 진채선 혼자 소리를 하는 밋밋하고 정적인 분위기로 그려낸다. 군중 사이에 있는 소리꾼 칠성(이동휘 분)과 용복(안재홍 분), 세종(송새벽 분)이 틈틈이 분창(分唱)을 담당하며 분위기를 살리지만, 명색이 '판소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만들어내는 하이라이트라고 하기엔 소리나 장면이 주는 쾌감이 지나치게 빈약하다.

무엇보다도 '도리화가'는 오직 득음을 위해 딸의 눈을 멀게 하는 '서편제'와 같은 예술에 대한 비장한 집착도, 귀를 휘어잡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진채선을 연기한 수지는 일류 명창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최선을 다해 판소리를 연습했다는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만, 조선 최고 명창이라는 신재효를 연기한 류승룡은 제대로 된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송새벽과 이동휘, 안재홍은 이름만 소리꾼이지 극에 감칠맛을 더하기 위한 코믹 캐릭터로 힘없이 소모된다.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이종필 감독의 패착이다.

그러다보니 '도리화가'에서 볼만한 장면은 오롯이 진채선을 연기한 수지의 모습에 한정된다. 판소리가 소재라고 해도 제대로 된 소리가 등장하지 않으니, 기댈 곳은 '시대적 금기'에 도전하는 수지의 금기에 대한 저항이 유일하다. 오죽하면 '도리화가'에 대해 "이 영화의 장르는 수지다"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 영화 '도리화가'

그 말처럼 '도리화가'에서 수지의 열연은 이제 겨우 두 번째 영화를 하는 어린 배우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활기찬 어린 계집아이의 발랄함부터 판소리의 세계에 발을 디딘 이후의 진지함과 경복궁 낙성연 이후 찾아오는 가혹한 운명을 그려내는 슬픔까지. 연기의 깊이가 아주 깊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도리화가'에서 수지의 연기는 눈부시게 빛난다. 물론 이는 수지라는 배우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본다면 그만큼 연기력 하나로는 검증을 마친 다른 배우들의 존재감이 전작들에 비해 희미한 것도 이유이긴 하다.

실로 오랜만에 한국영화계에 등장한 '판소리 영화'라고 부르기에 '도리화가'는 많이 미흡한 영화다. 특히 영화를 통해 예술적 쾌감을 얻고자 하는 관객에게 '도리화가'는 솔직히 권할만한 영화가 되지 못한다. 그래도 한 소녀가 절망적인 세상을 딛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려는 성장 드라마로는 적당한 재미와 함께 감동을 안겨준다. 11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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