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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Q] '육룡이 나르샤' 카리스마 절정 보여준 길태미의 장렬한 최후…화장만 잘 하는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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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Q] '육룡이 나르샤' 카리스마 절정 보여준 길태미의 장렬한 최후…화장만 잘 하는 줄 알았지?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2.01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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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SBS 창사 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에서 초반의 인기를 견인한 1등 공신을 꼽으라면 단연 '길태미'가 손꼽히지 않을까? 아이섀도우를 듬뿍 바른 것 같은 독특한 눈화장에 묘하게 여성스러운 말투, 그리고 이런 겉모습에서는 전혀 상상도 안 되는 뛰어난 검술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결합된 '길태미'는 '육룡이 나르샤'에서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 '육룡이 나르샤'의 초반 인기를 견인한 중심인물인 길태미(박혁권 분)의 퇴장이 가까워졌다. 30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17회에서는 이성계(천호진 분)가 도당 3인방인 이인겸(최종원 분), 홍인방(전노민 분), 길태미의 척결에 나서면서, 길태미의 목숨 역시 사지(死地)에 몰리게 된 것이다.

▲ 길태미(박혁권 분)는 이성계(천호진 분)의 병사들에게 체포되어 끌려가는 홍인방(전노민 분)의 앞에서 칼 한 번 뽑지 않고 병사들을 도망가게 만들었으며, 자신의 집에 침입한 70명의 병사들을 뒤에 두고 느긋하게 눈화장을 고치는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사진 = SBS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육룡이 나르샤'가 결국 고려를 멸하고 조선을 건국하는 여섯 용(龍)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기에, 결국 언제가 됐든 고려말의 권력을 독점하던 고려유지파의 핵심인 길태미는 '육룡이 나르샤'에서 퇴장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 그리고 길태미는 마지막 퇴장을 그 어느 악역보다 화려하게 장식하며, 마지막까지도 '길태미'만의 독특한 카리스마를 만천하에 과시했다.

'육룡이 나르샤' 17회에서 길태미의 위엄은 곳곳에 드러난다. 먼저 길태미는 이성계의 병사들에게 잡혀가는 홍인방을 구하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병사들 앞에 나타났다. 병사들은 칼을 빼들고 길태미와 맞서 싸우려 하지만, 길태미는 칼도 빼들지 않고 "넌 알잖아? 지금 내가 여기서 칼을 빼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부하들 다 죽이고 싶어?"라는 한 마디로 병사들이 홍인방을 버려두고 도망가게 만들었다. 

또한 길태미가 자신의 집에 돌아왔을 때 70여명의 병사들이 길태미의 집을 둘러싸고 "죄인 길태미는 순순히 어명을 받들라"며 쳐들어온 순간에도, 길태미는 병사들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하기는커녕 자신의 처소에서 느긋하게 트레이드마크인 눈화장을 다시 하고 있는 '삼한제일검'의 여유를 보인다. 눈화장을 마치고 "자 이제 시작해볼까?"라며 70여명의 병사들을 모조리 베어넘긴 길태미의 다음 말은 "사람이 이래서 아침은 먹어야 하는 건데"였다. 병사 70여명으로도 공복인 길태미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아침식사를 못 했다고 투덜거리던 길태미는 저잣거리에 나가 백성들을 무참히 학살하고는, 얼굴에 피를 묻힌 채 느긋하게 국밥을 먹는다. 이성계의 병사들이 길태미를 둘러싸자 길태미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들 나보고 고려의 역적이네, 탐관오리네 하는 모양인데. 오해지 그건. 내가 얼마나 이 나라를 사랑하는데? 나만큼 고려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요. 이 나라는 날 너무 행복하게 해주거든"이라며 웃음을 터트린다.

이어 길태미는 자신을 둘러싼 병사들을 보자 "근데 뭐야? 나 잡으러 온거야? 나 잡으려면 적어도 백명은 있어야 할텐데? 쇠그물이나 그런 것도 있어야 될테고. 그니까 괜히 뒤지지 말고 비켜. 그리고 날 잡으려 했으면 밥 먹기 전에 쳤어야지. 나 이제 완전 팔팔해"라며 힘도 제대로 안 쓰고 그를 잡으려는 병사들을 베어넘긴다. '삼한제일검'이라고는 하지만 일반 병사들 사이에서 혼자 '무쌍난무(無雙亂舞)를 보여주는 셈이다.

그리고 저잣거리 앞뒤로 이성계의 병사들에게 포위된 상황에서도 길태미는 "다들 잘 들어. 지금부터 나에게 제일 먼저 달려드는 놈은 무조건 죽인다. 내가 좀 바빠서 처음 달려드는 놈, 그 놈은 꼭 죽이고 갈거야"라며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이어 병사들 속에서 "길태미, 넌 결코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고 말하자, 숫제 짜증을 내며 "길 좀 터라. 그만 좀 죽이자. 오늘 살생을 너무 많이 했거든. 나같이 고귀한 사람이 그러면 안 되잖아"라고 여유까지 부린다.

▲ 길태미(박혁권 분)는 저잣거리에서 이성계(천호진 분)의 병사들에게 포위된 가운데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병사들을 베어넘기며 홀로 무쌍난무를 선보인다. 하지만 "어이, 이인겸 따까리"라며 자신을 도발하는 땅새(이방지, 변요한 분)의 등장으로 최후의 대결을 펼치게 됐다. [사진 = SBS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그런 길태미에게도 결국 최후는 찾아오고야 말았다. '육룡이 나르샤' 17회는 길태미가 "어이, 이인겸(최종원 분) 따까리"라고 소리치며 등장한 땅새(이방지, 변요한 분)와 나란히 검을 겨루는 모습에서 막을 내렸다. 훗날 이방지가 '삼한제일검'을 계승한 '조선제일검'이 되는 것을 떠올리면, 길태미는 1일 방송될 '육룡이 나르샤' 18회에서 이방지에게 패배하고 결국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길태미의 퇴장은 '육룡이 나르샤'의 이야기 전개에서 반드시 예고된 일이지만, '육룡이 나르샤'의 초반 인기를 견인한 길태미의 퇴장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래서 오죽하면 '길태미를 살려달라'며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구명운동까지 펼칠 정도다.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할 수 없듯이 '육룡이 나르샤'에서 결국 길태미는 퇴장할 수 밖에 없지만, 아마도 ;육룡이 나르샤'가 훗날 조선 건국 이후를 다루고 50부작의 대장정을 마칠 때까지도 '길태미'가 보여준 강렬한 존재감은 쉽게 잊혀지긴 힘들 것이다.

SBS 창사 25주년 특별기획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지난 2011년 방송된 SBS '뿌리 깊은 나무'의 앞선 시대를 그리는 시퀄(Sequel)로, 고려를 끝내기 위해 몸을 일으킨 이성계(천호진 분), 정도전(김명민 분), 이방원(유아인 분), 분이(신세경 분), 땅새(변요한 분), 무휼(윤균상 분) 등 여섯 용(龍)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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