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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2015 스포츠 환희 5선] 한국선수 월드클래스로, 이젠 '저비용 고효율'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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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2015 스포츠 환희 5선] 한국선수 월드클래스로, 이젠 '저비용 고효율' 아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12.30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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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 400억에 토트넘행…미네소타행 박병호도 포스팅금액 150억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을미년 2015년은 한국 스포츠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지난해처럼 동계 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동시에 열린 것도 아니고 하계 올림픽도 없었지만 한국 스포츠는 기쁘고 슬픈 일을 겪으면서 큰 교훈을 얻었다.

2015년 한 해 동안 한국 스포츠에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 스포츠가 한 단계 성장,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환희의 뉴스 5선을 짚어봤다.

① 한국 선수도 귀하신 몸, 세계에서 몸값을 인정받다

한국 스포츠에서 가장 기쁜 소식을 들자면 더이상 한국 선수들이 '저비용 고효율'의 표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선수들은 실력에 비해 저평가돼 이적료나 포스팅 금액이 일본 선수에 비해 낮았지만 이제는 세계적으로 경기력을 인정받으면서 제대로 된 몸값을 받기 시작했다.

사실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갈 때만 하더라도 반신반의했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도 이젠 KBO리그 출신 선수들의 실력에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은 500만2015달러(58억 원) 정도였지만 미네소타 트윈즈와 계약을 맺은 박병호의 포스팅 금액은 3배 가까이 되는 1285만 달러(150억 원)로 늘어났다. 연봉은 4년 계약에 1200만 달러(140억 원)로 다소 낮게 책정됐지만 스몰 마켓이라는 미네소타의 구단 사정을 생각하고 포스팅 금액까지 25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은 그만큼 박병호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또 자유계약선수(FA)로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간 김현수는 2년 총액 700만 달러(82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은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 신기록을 썼다. 손흥민은 2001년 AS 로마에서 파르마로 이적하면서 기록했던 나카타 히데토시의 이적료 2600만 유로(350억 원)를 넘어서 3000만 유로(400억 원)에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토트넘 핫스퍼로 이적했다. 기성용이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릭 셀틱에서 스완지 시티로 이적했을 때 발생했던 600만 파운드(108억 원)의 4배 수준이다.

② 세계 그린을 점령한 한국 여자골프

한국 여자골프의 수준은 이제 세계적이다.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한 것을 넘어서 이젠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는 그야말로 한국 선수들의 잔치였다. 최나연(SK텔레콤)이 개막전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6연속 한국 및 한국계 선수가 정상에 올랐다.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까지 전반기 20개 대회에서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는 무려 15승을 합작했다. 이후 11개 대회에서도 한국 및 한국계 선수는 6승을 챙기며 모두 21승을 따냈다. 이 가운데 한국 국적 선수의 승수는 15승이나 된다.

또 박인비(KB금융그룹)는 브리티시 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새로운 역사를 남기기도 했다.

올 시즌 상금 랭킹 상위권도 한국 및 한국계 선수가 점령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한국명 고보경)가 박인비를 제치고 상금 1위를 차지했고 루키 김세영(미래에셋)이 4위에 올랐다. 리디아 고는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 CME 글로브 레이스까지 3관왕에 올랐고 박인비는 평균 최소타상인 베어 트로피를 따내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마지막 포인트르 채웠다.

한국 여자선수는 LPGA에서만 맹활약한 것이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JLPGA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돌풍이 거셌다. 전인지(하이트)는 한 시즌에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며 3개국 메이저 퀸이 됐고 신지애(스리본드)도 JLPGA 챔피언십 리코컵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한미일 3개국 메이저 우승을 경험했다. 이보미(혼마골프)는 일본투어 역대 최고 상금 신기록까지 세우며 JLPGA의 최고 스타가 됐다.

▲ K리그 클래식에서 2연패를 달성한 전북 현대와 KBO리그에서 페넌트레이스 5연패를 이룬 삼성 모두 기초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은 결과다. 사진은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상, 감독상, MVP를 받은 이재성(왼쪽부터), 최강희 감독, 이동국. [사진=스포츠Q(큐) DB]

③ 기초에 대한 투자, 삼성의 정규리그 5연패와 전북의 K리그 2연패

그동안 프로 스포츠의 투자는 뛰어난 경기력을 갖춘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수준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스타 선수를 대규모로 영입해 우승을 차지하는 사례도 여럿 있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반면 그동안 기초에 대한 투자는 인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삼성이 올 시즌 KBO리그에서 페넌트레이스 5연패를 달성하고 전북 현대가 K리그 클래식 2년 연속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다시 한번 생각해볼 부분이다.

삼성 역시 그동안 뛰어난 스타를 데려와 전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썼다. 하지만 올해까지 페넌트레이스 5연패를 달성한 삼성은 스타선수 영입이 아닌 화수분 야구가 발판이 됐다. 최형우를 비롯해 대부분 선수들이 삼성의 2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 주전으로 도약한 경우다. 삼성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소속팀 선수와 재계약하는 일은 있어도 더이상 거액의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지 않는다.

또 전북도 스타성이 있는 선수를 데려오면서도 K리그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클럽하우스와 함께 유소년 축구에 대한 적극 투자, 지역 밀착마케팅으로 강팀이자 명문팀으로 도약했다. 전주를 중심으로 전라북도를 연고지로 하는 전북은 수도권에 비해 팬을 모으는데 불리한 위치에 있는 팀이지만 적극적인 마케팅과 전력 강화를 바탕으로 홈 누적관중 33만 856명을 기록, 2003년 대전 이후 수도권이 아닌 지방을 연고로 하는 구단으로는 12년 만에 최다 관중팀이 됐다.

④ 슈틸리케 감독의 유쾌한 도전, 한국 축구에 새로운 깨달음

지난해 10월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이 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올 한해를 풍성하게 보냈다. A매치 20경기에서 16승 3무 1패를 거두며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가운데 최고 승률을 올린 것도 뛰어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라는 큰 호수에 잔잔한 파문을 남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2015년을 마감하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학원축구와 K리그 구단의 비효율적인 운영, 그라운드 잔디 관리, 아직 완벽하지 않은 승강시스템을 문제로 들었다.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문제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지적함으로써 더욱 확실해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처럼 한국 축구의 문제와 당면과제를 불과 14개월 만에 정확하게 꿰뚫어봤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이 가득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슈틸리케 감독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국 축구의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살폈다. 유소년 축구부터 K리그까지 다니지 않은 곳이 없다.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정협(부산)을 상주 상무에서 발굴한 것도 상주의 K리그 챌린지 경기를 네 차례나 관전한 덕분이었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살펴보기 위해 독일로 갔을 때도 자신이 직접 동행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모든 문제는 현장에서 발생한다. 현장에 가보지 않고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절대로 알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에서 유쾌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탁상행정형이 아닌 현장실무형이기 때문이다. 대표팀 경기가 없을 때는 그대로 네덜란드에 남아 있겠다고 버텼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 유럽의 강세 종목인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지면서 윤성빈 등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DB]

⑤ 비인기종목이라도 투자하면 된다, 썰매 종목의 교훈

사실 한국 스포츠는 특정종목에 인기가 편향되어 있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이 한국의 4대 스포츠고 나머지 종목은 올림픽이 있을 때만 반짝 관심이 있을 뿐이다. 동계 스포츠는 말할 것도 없다. 스피드 스케이팅이나 쇼트트랙 등도 시즌이 되어야만 그나마 관심이 쏠리는 정도고 피겨 스케이팅은 사실 김연아라는 스타가 있었기에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그렇다고 비인기종목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선수층도 얇고 인기도 없는 종목이 과연 되겠느냐는 걱정은 접어야할 것 같다. 이미 썰매종목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봅슬레이나 스켈레톤 같은 썰매종목은 미개척분야다. 심지어 슬라이딩 센터도 없다. 쉽게 말하면 축구장 하나 없는 환경에서 축구를 하겠다고 덤벼든 것이나 같다. 그러나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며 세계 수준까지 전력을 끌어올렸다.

봅슬레이에서는 2인승의 원윤종과 서영우가 메달행진을 하고 있고 스켈레톤 역시 윤성빈이라는 에이스가 있다. 여자 봅슬레이에서도 이선혜, 신미란 듀오가 맹활약 중이고 여자 스켈레톤에서도 정소피아와 문라영 등이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 상무가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종목팀을 창단함으로써 선수들의 군대 부담을 없애줬고 KB금융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가 후원사로 참여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봅슬레이 독자모델을 개발해 인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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