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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혜리 남편찾기 결론은 '어남택' 박보검…그리고 '어남류' 류준열이 될 수 없었던 이유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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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혜리 남편찾기 결론은 '어남택' 박보검…그리고 '어남류' 류준열이 될 수 없었던 이유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1.16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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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길고 길었던 남편찾기의 해답이 드디어 마지막회를 앞두고 공개됐다. '어남류' 류준열과 '혹남택' 박보검의 치열한 대결은 결국 '혹남택'에서 '어남택'으로 진화한 박보검으로 결정됐다.

15일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88' 19회에서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갑론을박을 이끌어낸 '남편찾기'의 해답을 매우 명쾌하게 공개했다.

이미 해답은 응팔 19회의 첫 장면인 2016년 현재의 덕선(이미연 분)과 남편(김주혁 분)의 인터뷰 장면에서 암시됐다. 첫키스가 언제냐는 질문에 이미연은 1994년을, 김주혁은 1989년을 이야기한 것. 이미연이 그 말에 눈을 흘기자 김주혁은 재빨리 "아 1994년 북경이었지"라고 말했다.

▲ tvN '응답하라 1988'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그리고 '응답하라 1988'은 다시 시계를 1994년으로 돌려서 북경에서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스튜어디스인 덕선(혜리 분)은 중국 북경으로 비행을 갔다가 대기일에 북경에서 바둑대회에 출전한 최택(박보검 분)의 대국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박보검은 대국에서 승리했고 그날 열린 회식 이후 혜리는 함께 호텔에 묵은 스튜어디스 선배(손은서 분)가 술에 취해 잠들어 방문을 열지 못하자 로비에 있던 도중 박보검을 만나게 된다.

박보검은 자신의 방에서 자라고 혜리를 안내하며 "밤에 무슨 짓 할지 모르니까 문 잘 잠그고 자라"고 농담을 던지지만, 그 말에 혜리는 "왜 또 키스하려고?"라고 말하다 아차 싶어 입을 막는다. 그제서야 박보검은 1989년 자신이 꿈이라고 생각한 혜리와의 키스가 사실이었음을, 그리고 혜리가 친구로서 우정이 깨질까 봐 망설여 왔음을 알게 되고는 혜리에게 키스를 한다. 이로써 남편찾기의 해답은 류준열이 아닌 박보검으로 결정됐다.

남편찾기의 해답이 '어남류' 류준열이 아닌 '어남택' 박보검으로 결정되면서 '응답하라 1988'은 앞선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로 쌓아올린 그들만의 공식을 스스로 뒤집었다. 이는 앞으로도 '응답하라' 시리즈가 계속될 것이고, 공식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참신한 사랑 이야기를 들고 시청자들을 마음껏 농락하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 '어남택' 박보검이어야만 했던 이유들

▲ tvN '응답하라 1988'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혜리의 남편이 드라마 초반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던 류준열이 아닌 박보검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당황함을 넘어 분노를 하는 시청자들의 반응까지 나타났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전례를 살펴봐도 '같은 집'에서 남매와 같은 관계를 형성한 류준열이야말로 가장 유력한 남편후보 1순위였고, 초반부 현재 인터뷰 장면에 등장한 남편(김주혁 분)의 성격이 차분하고 진지한 박보검의 성격보다는 약간은 거칠고 능글맞은 류준열의 성격과 좀 더 비슷했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던 반응이다.

하지만 '어남류' 지지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애초에 류준열로 결정됐던 남편을 막판에 일부러 비틀어서 박보검을 선택했다고 보기에는 쉽지 않은 정황증거들도 많았다.

사실 박보검과 혜리의 친구보다는 좀 더 특별한 관계의 시작은 류준열의 그것보다는 많이 늦었다. 감정표현이 많지 않은 박보검이 언제부터 혜리를 특별하게 생각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도, 혜리는 9회에서 박보검의 중국 바둑대회를 따라갔을 때부터 박보검을 동네친구 희동이에서 좀 더 특별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한 번 물꼬가 트인 이후 박보검은 혜리에게 계속 꾸준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대천해수욕장에서 혜리에게 날아오는 공을 온몸으로 막아주고, 친구들 앞에서는 일찌감치 혜리를 여자로 좋아한다고 공개선언을 한다. 혜리가 치한을 만난 순간에도 옆에 있어준 것은 박보검이었고, 혜리가 다리를 다쳤을 때 혜리를 안고 뛴 것도 박보검이었다. 혜리가 눈치가 돌 수준으로 둔한 것이 아닌 이상 자신을 향하는 박보검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는 수준이다.

여기에는 박보검을 향한 혜리의 마음도 무시할 수 없었다. 혜리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류준열과 달리 혜리는 박보검의 지쳐 쓰러져 무너지려는 모습, 프로 바둑기사로서의 어른스러운 모습과 뜨거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모습을 느낀다. 이미 '응답하라 1988'은 중반부부터 혜리와 박보검 사이에 확실한 쌍방통행의 길을 닦아놓은 것이다.

마니또 게임 이후 "난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며 울먹이던 혜리는 자신을 바라보고 아껴주는 박보검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항상 친구들의 말에 귀를 펄럭이며 휘둘리던 혜리는 오히려 친구들이 험담을 하던 박보검을 자신의 손으로 택한다. 그래서 '응답하라 1988'은 류준열의 슬픈 첫사랑 이야기이면서 혜리와 박보검의 연애 이야기이고, 혜리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 '어남류' 류준열이 될 수 없었던 이유

▲ tvN '응답하라 1988'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사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남류'에 공감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많은 이야기들이 류준열의 시점에서 진행됐고, 시청자들은 혜리를 사랑하면서도 친구인 박보검이 혜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자 자신의 마음을 접으려고 하는 류준열의 애틋함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응팔' 18회에서 콘서트장에서 바람맞은 혜리를 찾아 갔지만 박보검보다 한 발 늦었던 류준열이 "주저없는 포기와 망설임없는 결정들이 타이밍을 만든다. 그 녀석이 더 간절했고, 난 더 용기를 냈어야 했다. 나빴던 건 신호등이 아니라, 타이밍이 아니라 내 수많은 망설임들이었다"고 자책했듯이 류준열의 수많은 망설임이 혜리와의 관계를 이어지지 못하게 했다.

시청자들은 혜리를 향한 류준열의 애틋함을 지켜봤지만, 가만히 '응답하라 1988'을 복기해 보면 혜리는 류준열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혜리는 버스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류준열의 모습과 늦은 밤 독서실에서 달려나오는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 그리고 소개팅을 나가지말라고 하는 모습에서 류준열의 미묘한 분위기를 느낀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류준열은 더 이상 혜리의 마음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다. 박보검의 수첩에 있던 사진을 본 후 그는 뒤늦게 자신을 향한 마음을 알고 다가오기 시작한 혜리를 강하게 밀쳐낸다. 류준열은 혜리가 선우(고경표 분)에게 실연을 당한 순간에도, 이문세의 콘서트를 같이 갔을 때에도, 새벽 같이 혜리가 자신과 같은 버스를 탈 때도 혜리에게 다가서기는 커녕 무심한 척 등을 돌리고, 자기 혼자 숨어서 혜리를 애틋하게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결국 류준열은 18회에서 '굿바이 첫사랑'이라는 제목처럼 첫사랑이던 혜리를 뒤늦은 고백을 장난으로 돌리며 떠나보낸다. 그리고 19회에서 사천까지 자신을 찾아온 박보검에게 "사람 피곤하게 하지 말고 어서 덕선이나 잡아"라며 확실하게 포기 선언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류준열에게는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애틋한 첫사랑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혜리는 알 수 없었던 말 그대로의 짝사랑이었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원인은 류준열의 망설임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결국은 적극적으로 혜리에게 자신을 보여주려 한 박보검과 다른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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