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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요르단에 고전 이유 셋, 다시 보자! 한국 리우행 '오답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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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요르단에 고전 이유 셋, 다시 보자! 한국 리우행 '오답노트'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1.24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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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전술변화 대응 부족…골키퍼 잦은 실수에 황희찬 부상으로 공격 구심점 잃어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어쨌든 이겼다. 리우올림픽 입성에 1승만 남았다. 이겼으니 된 것 아니냐고 하기엔 곱씹어야 할 점이 너무나 많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한국이 요르단 꺾고 4강 진출을 이루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전반과 후반의 경기 내용이 정반대였기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23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수헤임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요르단과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8강전에서 전반 23분 류승우(바이어 레버쿠젠)의 어시스트를 받은 문창진(포항)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4강에 오른 팀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게 전후반 90분 안에 끝낸 팀이 되긴 했지만 내용 자체는 졸전이었다. 요르단을 상대로 왜 고전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크게 세 가지를 들어볼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오는 27일 오전 1시30분 벌어지는 카타르와 4강전에서 이 세 부분을  고칠 경우 문제없이 리우행(3위 이내 성적)을 확정지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 후반 전술변화 대처 미흡…경직된 포메이션이 화를 불렀다

이날 신태용 감독이 들고 나온 포메이션은 4-4-2였다. 황희찬(잘츠부르크)과 류승우를 투톱으로 놓고 권창훈(수원삼성)을 꼭지점으로 문창진과 이창민(제주)이 좌우 미드필더로 나선 다이아몬드 형태였다.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박용우(FC서울)가 기용됐다.

신태용 감독이 다이아몬드 4-4-2 전술을 갖고 나온 것은 요르단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기 위함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어야만 요르단의 '침대축구' 작전을 방지할 수 있었기에 공격적인 전술이 필요했다.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1-0으로 전반으로 마친 가운데 후반에는 요르단이 만회골을 넣기 위해 총공세로 나올 것이 너무나 뻔했기에 전술 변화에 대응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수비를 조금 더 튼튼하게 하면서 그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노리는 영리한 축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올림픽대표팀은 그렇지 못했다. 계속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을 쓰다가 공격에만 4명을 배치하며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요르단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제 아무리 박용우가 '제2의 기성용'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4명의 공격수를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이 1차로 막기란 무리다.

포메이션을 4-2-3-1로 바꾼다고 해도 수비 지향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이 조금 더 위로 올라가 공격을 펼칠 수 있다. 권창훈은 소속팀 수원에서 시소 형식으로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중원을 책임져본 경험이 있기에 충분히 이런 방식의 전술 변화가 가능했다.

올림픽대표팀은 끝까지 다이아몬드 4-4-2를 버리지 못하면서 오히려 후반에 제대로 공격도 해보지 못하고 끌려만 다녔다. 후반 막판 황기욱(연세대)을 내세우고 나서야 비로소 4-2-3-1로 바뀌었지만 조금 더 일찍 변화를 줬더라면 후반에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4강 상대 카타르는 요르단보다 한 수 위의 팀이다. 북한을 맞아 간신히 2-1로 이겼다고는 하지만 이란, 중국, 시리아와 경기에서 9골을 터뜨린 팀이다. 아흐메드 알라와 압델카림 하산은 4골씩 넣으며 팀 득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경직된 포메이션으로는 카타르의 공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 현대 축구의 공격 시발점은 골키퍼, 실수로 '불안 도미노'

현대 축구에서 공격 시발점은 더이상 필드 플레이어가 아니다. 골키퍼의 리딩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독일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골문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최종 수비수 역할까지 맡으며 '빌드업의 시발점'이 됐던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가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올림픽 대표팀에서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은 너무나 불안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장갑을 꼈던 주전 골키퍼 김동준(성남)이 감기 증세로 경기 전날 훈련에 불참, 컨디션 저하가 예상돼 신태용 감독은 구성윤을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구성윤이 지킨 골문은 너무나도 불안했다.

문창진의 선제골이 나오기 전인 전반 20분에도 구성윤이 골문을 비우고 나오는 바람에 위험한 상황을 자초했다. 골문을 비우고 나왔다면 확실하게 공을 처리했어야 했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요르단의 슛이 왼쪽으로 벗어났기에 망정이지, 선제골을 내주고 시작했더라면 요르단의 침대축구에 고전했을 수도 있다.

구성윤의 실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초반 골킥을 하다가 미끄러지면서 상대에게 위협적인 찬스를 제공했다. 이후 선수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수비수들에게도 불안감이 전파됐다. 처음 장갑을 잡고 긴장하다 보니 나온 실수도 한두 번이지 실축한 뒤 얼어붙은 표정에서 동료들은 더욱 불안함을 느끼는 이른바 '불안 도미노'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승리 때문에 구성윤의 실책이 다소 가려지긴 했지만 카타르전에서는 이런 실수는 어림도 없다. 강력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골문 불안은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된다. 또 골키퍼부터 공격을 빌드업해 나간다는 현대 축구에서 골리의 불안은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카타르전에서는 다시 김동준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수문장의 안정성 문제는 그냥 짚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 의도치 않게 투입된 김현, 황희찬과 경기력 차가 너무 났다

현재 올림픽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는 황희찬이다. 공격 2선에 있는 류승우, 권창훈, 문창진 등도 뒤를 받치긴 하지만 빠른 돌파로 상대 수비를 허무는 황희찬의 움직임과 골 결정력은 신태용호에서 최고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에 비해 장신 공격수인 김현은 타깃형 스트라이커에 가깝다. 물론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황희찬처럼 돌파를 하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황희찬과 김현은 분명 전술 변화에 따라 달리 활용될 수 있는 선수다.

문제는 황희찬과 김현의 경기력 차가 너무 난다는 것이다. 황희찬이 빠지고 김현이 조커로 투입됐을 때 골 결정력과 상대 수비를 공략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요르단전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김현은 이라크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10개월 만에 올림픽 대표팀 득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한동안 골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라크전에서 골을 넣었다고는 하지만 자신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고는 볼 수 없다. 상대의 강력한 수비에 막힐 경우 다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황희찬은 요르단과 경기 도중 오른쪽 발목 염좌로 물러났다. 김현은 몸을 풀지 못한 상황에서 투입됐다.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줄래야 보여줄 수가 없었고 또 다시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이는 카타르전에서 분명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황희찬의 부상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면 카타르전 출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상의 컨디션은 아닌 상태일 것이 분명하다. 결국 전술 변화 때 기용돼야 할 김현이 제몫을 해줘야 하는데 이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카타르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김현이 다시 깨어난다면 이는 올림픽 대표팀 공격진에 큰 힘이 된다. 김현의 기와 경기력을 살려주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카타르전을 위해 강구되어야 할 때다. 요르단전 후반에 드러난 경기력으로는 8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은 불안하기 때문이다. 3제 극복을 위한 신태용 감독의 지략과 선수들의 회복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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