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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2) 리우를 즐겨야 '어금이'-어차피 금메달은 태권1위 이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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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2) 리우를 즐겨야 '어금이'-어차피 금메달은 태권1위 이대훈?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1.29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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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 20년' 청년 이대훈...4년 유예된 최연소 그랜드슬래머 꿈, 리우는 '약속의 땅'이 될까?

[200자 Tip!]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스포츠 팬들의 관심은 모두 '메달', 그것도 '금메달'에 집중된다. 종목이 국기(國技)인 태권도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2000년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태권도에서 한국이 가장 많은 10개의 금메달을 가져오긴 했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과 은메달 1개씩을 따내는데 그쳐 혹평을 받았다. 4년 전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도 있었다. 당시 은메달에 그친 이대훈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금메달을 반드시 따내겠다고 불끈 주먹을 쥘 법도 하지만 대답은 의외였다.

[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세계랭킹 1위라고 무조건 우승한다는 보장이 없어요. 저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에 세계랭킹 2위, 3위이곤 했어요. 1위 선수보다는 1위가 아닌 선수, 심지어는 10위 밖에 있는 선수가 금메달을 따내는 경우가 있는 것이 바로 태권도예요."

▲ 이대훈은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태권도 1인자다. 런던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는 이대훈은 세계 랭킹 1위로 전세계 강호들과 상대한다. 그러나 이대훈의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목표는 '즐기겠다'는 것이다.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그만의 방법이다.

두 번째 올림픽 도전에 나서는 이대훈에게 금메달 각오를 물었더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어쩌면 "런던 때 따지 못했으니 리우에서는 반드시 따야죠"라는 답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24세가 된 청년이기에 패기있는 답이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간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훈이 금메달을 따낼 자신이 없다거나 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금메달에 대한 야심이 가득하다. 아시안게임(2010, 2014년), 세계선수권(2011, 2013년), 아시아선수권(2012, 2014년)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이대훈으로서는 '그랜드슬램'을 위해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고 싶어한다. 약관의 나이로 태권도 최연소 그랜드슬래머가 될 수 있었지만 4년이 지난 이번에도 올림피아드 골드메달만 보태면 여전히 최연소 그램드슬램의 히어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대훈이 이렇게 답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고 올림픽을 즐기고 싶어서가 아닐까.

◆ 주위 기대로 부담 한가득이었던 런던 올림픽, 리우 올림픽은 즐기면서 메달 도전

이대훈은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태권도 스타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대회가 다가올 때면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지난 14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도 선수 대표로 선서를 할 정도로 한국 스포츠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대훈도 주위의 기대를 충분히 느끼고 있다. 벌써 국가대표 7년차를 맞은 이대훈인지라 한두 번 느껴보는 부담이 아니다. 그러나 이대훈은 슬기롭게 부담감을 털어버릴 줄 안다.

"올림픽은 대회 자체도 크니 더 많이 준비하게 되죠. 준비기간도 길게 남아 더 충실히 올림픽을 대비하고 있어요. 런던 올림픽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으니 욕심나는 것은 당연하겠죠. 당연히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 워낙 강호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 태권도가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할 수도 있어요. 당일 컨디션이나 선수 개인의 운도 작용해야만 금메달을 딸 수 있겠죠."

▲ 원숭이띠 24세 청년 이대훈은 노련하다. 고교생 신분으로 출전했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벌써 7년째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주위의 기대와 부담, 체력저하로 아쉽게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던 런런 올림픽을 뒤로 하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모든 부담을 털고 임하겠다는 각오다.

이대훈은 노련하다. 2009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청소년대표로 처음 발탁된 이대훈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안기면서 일약 한국 태권도의 에이스가 됐다. 고교생으로 아시아드에 나가 금메달을 땄기에 더욱 기대감은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약관에 출전했던 런던 올림픽은 아쉬움만 남았다. 패기와 욕심이 있었지만 평소 자신의 체급인 63kg이 아닌 58kg급에 출전하는 바람에 막판 힘이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16강전과 8강전에서 잇따라 연장전을 치르면서 체력소모가 심해 결승전에서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당시 모두가 저보고 런던에서 금메달을 딸 거라고 했어요. 사실 올림픽 1등은 그냥 되는 게 아니잖아요. 게다가 감량을 많이 하는 바람에 고생을 많이 하고 힘도 많이 떨어졌어요. 너무 큰 기대 때문에 인생 최초의 올림픽을 제대로 즐겨보지 못하고 아쉬움만 남았죠."

즐기자!

이대훈은 이번 올림픽을 이렇게 결심했다. 어차피 모든 경쟁자가 금메달 후보라 어느 한 선수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면서 한 경기, 한 경기에 충실히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올림픽이라는 축제를 즐겨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대훈 나름대로 자신의 두 어깨에 얹혀진 부담을 털어버리기 위한 방법을 찾은 것이다.

"올림픽이 전세계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는 대회잖아요. 저로서도 이번 올림픽을 제 인생에서 기억에 많이 남을 하나의 포인트로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올림픽은 하나의 축제거든요. 메달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린 것이니 제가 후회없이 노력하면 되는 것이고요. 올림픽 현장에 가면 즐기고 싶어요. 선수촌에 가면 많은 선수들을 친구로 만날 수도 있고 기념품도 많거든요. 제대로 즐겨야죠."

▲ 올림픽을 즐기겠다고 말하지만 이대훈은 구슬땀 흘리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올림픽을 기분좋게 즐기기 위해 더욱 열심히 훈련에 임한다. 파워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끌어올리며 이대훈만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즐기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 파워 트레이닝으로 체력 끌어올리기, 제대로 즐기기 위한 구슬땀

이대훈은 현재 남자 68kg급 세계랭킹 1위다. 세계태권도연맹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는 올림픽 랭킹에 따라 체급별 상위 6위 안에 든 선수에게 대륙선발전이나 국내선발전에 관계없이 자동 출전권을 주기로 했기 때문에 이대훈의 올림픽 출전은 이미 확정됐다. 오직 올림픽만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린다.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앞으로 반년의 기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런던 때와 달리 68kg급으로 출전하기 때문에 감량에 대한 걱정도 덜었죠. 이번만큼은 런던 올림픽처럼 체력이 떨어져서 힘들어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때는 감량 때문에 힘이 떨어졌던 것이지, 평소 세계대회에 나가서 체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없어요."

이대훈의 장점은 183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리치와 유연성이다. 복싱이나 태권도 등 팔이나 발을 쓰는 투기 종목에서 리치는 충분히 경쟁력이 된다. 여기에 유연성에 있어서는 어렸을 때부터 타고났다고 할 정도로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유연성 하나만큼은 자신있어요. 다리 일자찢기도 꾸준히 하고 있고 식초를 먹으면 몸이 유연해진다고해서 단무지를 먹을 때 식초를 들이부어요. 또 치킨 먹을 때 따라오는 무에 있는 식초를 마시기도 해요."

하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체급을 올렸기 때문에 경쟁자에 비해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이대훈은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파워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리우 올림픽에서도 매 경기 모든 체력을 쏟아부으면서 경기를 치러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체급을 올리다보니 선수들의 힘이 장난이 아니에요. 그래도 체력 때문에 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말을 안들으려고 체력 한계의 끝을 보면서 파워 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요.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파워는 물론이고 스피드에서도 밀리지 않고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거죠."

▲ 이대훈은 타고난 연습벌레다. 전력이 노출될 것을 대비해 하나라도 더 기술을 연마하거나 응용기술과 변칙기술을 실전에서 활용하기 위해 훈련에 몰두한다. 또 타고난 유연성과 긴 리치는 이대훈만의 장점이다.

◆ 타고난 연습벌레, 상대 분석을 역이용할 수 있는 전술도 구상

이대훈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잘생긴 운동선수'가 나온다. 패션모델을 해도 손색이 없을 183cm, 68kg의 체격 조건에 얼굴까지 잘 생겨 인기가 높다. 지난해 11월에는 영화제에 초청받아 시상자로 참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혹시 훈련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대훈은 타고난 연습벌레다. 경쟁 선수들이 이대훈을 견제하기 위해 워낙 철저하게 분석하다보니 이대훈도 지난 1년 동안 피나는 훈련을 통해 오른발만 주로 쓰던 자세를 왼발로도 찰 수 있도록 자세를 교정했다. 박종만 대표팀 감독도 이대훈의 훈련 자세에 있어서는 엄지를 치켜세운다.

"대진표가 나오면 모든 선수들이 즉석에서 상대할 선수들의 인터넷 영상을 찾아봐요. 인터넷을 통해 선수들의 기술을 모두 분석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아마 제 기술도 완전히 노출됐을 수도 있어요. 노출된만큼 이를 잘 이용해야죠. 똑같은 기술로만 하면 상대 선수를 공략할 수 없으니까 요즘은 변칙 기술을 써야만 점수를 뽑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상대 선수의 손을 피해서 꺾어서 찬다거나 택견의 발차기처럼 안쪽으로 찬다거나 여러 응용 기술이 나올 수 있죠. 이런 응용 기술도 훈련을 많이 해야만 나올 수 있어요"

이대훈은 태권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발차기를 시작한 뒤 벌써 태권도 인생 20년을 맞았다. 만 24세의 나이에 벌써 두 번째 올림픽을 맞는 이대훈으로서는 '태권도 20년'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수없이 많은 선수들과 합숙을 하고 여러 지도자분들을 만나고 가르침을 받았죠. 어쩌면 기량은 어렸을 때 더 좋았을지 몰라요. 하지만 경기 외적으로 인간성이나 생활태도, 사람 대하는 사교성을 20년 동안 태권도 하면서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는 것도 좋고 뛰어난 선수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성적으로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고 싶어요. 제 인생에 뜻깊은 한해가 될 2016년이 더욱 의미가 있으려면 한시라도 게을리 할 수는 없겠죠."

이대훈은 선발전을 치르진 않지만 오픈 대회 등에 출전하며 리우 올림픽 전까지 세계랭킹 1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을 첫 목표로 삼았다. 그래야만 올림픽에서 1번 시드를 받아 좋은 대진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훈의 2016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다.

▲ 태권도 관장인 아버지 밑에서 태권도를 배운지 벌써 20년이 됐다. 올해로 태권도 인생 20년이 된 이대훈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하나의 전환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자신 인생에 기분좋은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도 치열하다.

■ 이대훈 프로필

△ 생년월일 = 1992년 2월 5일
△ 체격 = 183㎝ 68㎏
△ 출신교 = 서울 중계초등학교-한성중학교-한성고등학교-용인대학교
△ 소속팀 경력 = 한국가스공사
△ 주요 경력
- 2009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대표
-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 2011년, 2013년 세계선수권 대표
- 2012년, 2014년 아시아선수권 대표
- 2012년 런던 올림픽 대표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
- 2016년 리우 올림픽 대표(확정) 
△ 수상 경력
-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63kg급 금메달
- 2011년 경주 세계선수권 63kg급 금메달
- 2011년 대한민국 인재상
- 2011년 대한태권도협회 최우수선수상
- 2012년 호치민 아시아선수권 58kg급 금메달
- 2012년 런던 올림픽 58kg급 은메달
- 2013년 멕시코 푸에블라 세계선수권 63kg급 금메달 및 MVP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63kg급 금메달
- 2014년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 63kg급 금메달
- 2015년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파이널 68kg급 금메달
- 2014, 2015년 세계태권도연맹(WTF) 올해의 선수상

[취재후기] 이대훈이 워낙 인기스타이다보니 언론 인터뷰가 물밀듯 쇄도한다. 박종만 감독도 "이대훈만 인터뷰를 하니까 좀 곤란하다. 다른 선수도 주목 좀 해달라"고 하소연할 정도다. 그만큼 이대훈에게 쏠리는 관심이 뜨겁다. 그리고 그 관심은 부담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도 이대훈은 환하게 웃는다. 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만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지를 이미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대훈은 경기력 외에도 정신력까지도 단단하게 무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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