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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영화배우가 드라마 출연을 꺼리는 세 가지 이유?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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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영화배우가 드라마 출연을 꺼리는 세 가지 이유?②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7.17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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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또 다른 문제인 개런티 부분도 확실히 영화는 그 규모 면에서나 시스템적 부분에서 (대작을 제외한 대부분) 드라마와는 비교할 수 없다.

▲ 정우성은 90년대 중반 영화 '비트'로 데뷔해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다 현재는 드라마에서 사실상 사라진 배우다.

◆두 번째 이유 '돈을 빼놓으면 곤란하다'

영화의 경우 톱스타 개런티는 적게는 수억부터 많게는 수십억에 육박하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화는 이렇게 큰 금액을 대부분 한 번에 배우들에게 지급한다. 개런티 부분에서조차 '약속'으로 시작해 '약속'으로 끝나는 신뢰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 구조가 영화와는 확실히 다르다. 드라마는 개런티 지급과 관련해 '회당지급'이라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회당 개런티 지급은 약속이 지켜질 경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 '약속'이 이따금 지켜지지 않아 실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에 따르면 드라마의 개런티 회당지급의 경우 시청률에 민감한 드라마가 조기 종영 했을 경우 (사전 조율이 제대로 안 됐을 때 혹은 사전제작이 아닌 경우) 배우에게 지급되는 개런티가 처음 약속과는 달라진다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사전에 이미 돈을 쓸 계획을 잡고 움직이는 배우나 소속사에는 무척이나 당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 영화배우 이병헌은 최근에도 '아이리스'라는 대작 드라마에 출연한 바 있다. 하지만 그 횟수가 너무 적다. 사실 이병헌은 KBS의 지원과 후광속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우다. KBS 공채 텔런트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 '공익'이라는 명분이 있다 보니 방송사에서 직접 제작하는 작품의 경우 상당히 높은 개런티를 투자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외주 프로덕션에서 드라마를 제작하고 톱스타들에게 이에 걸맞은 개런티를 미리 지급하고 작품을 만드는 '드라마 사전제작' 시스템이다. 사실상 이는 드라마가 영화처럼 만들어진다는 측면에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드라마 사전제작 시스템은 짧은 역사와 성공 케이스가 그리 많지 않다. 더욱이 외주 제작업체들이 영세하기 짝이 없는데다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투자자들이 적어 '제작자 부도 혹은 출연료 미지급' 사태 등이 속출하고 있기도 하다.

한 예로 지난해 김종학 프로덕션의 대표인 김종학 감독은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전하기도 했다. 이는 드라마 외주제작의 한계성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런 이유로 영화계 톱 배우들은 드라마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한 관계자는 "영화와 드라마는 솔직히 받는 돈의 차이도 크다"며 "특히 비슷한 금액을 준다고 해도 영세한 외주 제작사가 이미 톱 배우들의 출연료에 많은 돈을 써버리기 때문에 작품의 질적 저하는 당연한 일이다. 이게 바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영화와 드라마의 힘의 차이다"고 지적했다.

▲ 설경구는 드라마 출연을 완벽하게 거부하는 대표적인 배우로 알려져 있다. [사진=영화 '감시자들' 스틸컷]

◆이상한 편견 '급' 떨어진다

취재결과 영화계 배우나 관계자들에게는 드라마와 관련된 '편견'도 존재했다. 바로 영화배우가 드라마를 기웃거리면, 영화 쪽에서는 힘을 못 쓰는 '급'이 떨어지는 배우가 되거나 영화 투자자들에게도 꺼려지는 배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편견은 실제 영화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처럼 떠돌고 있다. 너무 강하게 자리 잡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도 암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실제 잘 나가던 모 영화배우가 느닷없이 드라마에 출연을 했는데 영화 제의가 확실히 줄어드는 현상을 목격했다"며 "특히 영화로 시작해 이름을 알린 배우들 사이에서 이 같은 급이 떨어진다는 편견은 매우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솔직히 영화로 시작해 톱스타가 된 배우 혹은 한 두 개 흥행작을 갖고  있는 배우들조차도 치열한 경쟁에 휘말려 좋은 영화 시나리오를 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영화판 현실을 밝힌 뒤 "드라마라도 출연을 해야 하는데 이런 편견 때문에 스스로 너무 힘든 길들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 눈길을 모았다.

▲ 상대적으로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는 배우들도 존재한다. 그가 바로 차승원이다. 영화계 톱스타인 그는 드라마와 영화를 항상 넘나들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영화계 유명 배우들의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편식은 배우 자신들과 시청자들 양측 모두가 손해를 보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배우는 파이는 작고 경쟁은 치열한 영화 바닥에서 좋은 시나리오를 얻지 못해 장기간 개점휴업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살아야 한다. 또 시청자라고 하는 가장 막강한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 있기도 하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탁월한 연기력을 지닌 스크린 스타들을 안방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다는 사실은 진한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좀 되는 배우들은 요즘 드라마에서 뜨면 영화로만 가버리려고 하니 상대적으로 드라마는 항상 연기자 기근에 시달린다"고 밝힌 뒤 "결국 선택하는 것이 신인이나 인지도 높은 아이돌 등 타 분야에서 활약 중인  연예인들인데, 이들은 솔직히 드라마 연기 측면에서 질을 떨어뜨리기도 해 시청자나 배우들에게 좋지 못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열연 중인 차승원. [사진=SBS '너포위' 캡처]

◆대안이 분명히 있다

문제가 있으면 분명 해결책도 있는 법이다. 우선 방송가는 영화계 스타 배우들 혹은 뜨는 배우들의 '드라마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 '쪽대본'으로 상징되는 제작환경을 체질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또 영화계 스타들과 관계자들 역시 드라마 출연은 '급이 떨어진다'는 등의 편견에서 벗어나 안방극장에 적극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배우 이범수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로 출발해 완벽한 영화 배우였던 그가 최근에는 드라마의 핵심 연기자로 자리잡고 있다. 이범수는 이를 "배우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도전"으로 표현했다.

현재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드는 톱스타 C 배우는 "분명 드라마계와 영화계에는 벽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뒤 "하지만 막상 서로가 고쳐보고 잘해 보려고 한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는 나오더라. 결국 스크린 톱스타들의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편애 문제는 배우들 인식의 변화와 드라마 분야의 체질 개선, 그리고 우리 같은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성공이 이어지게 되면 자연히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dxhero@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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