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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사극은 괴로워?' 사극에 임하는 젊은 배우들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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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사극은 괴로워?' 사극에 임하는 젊은 배우들의 자세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1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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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안방극장에는 ‘정도전’ ‘기황후’ 광풍이 지나간 뒤 ‘조선총잡이’가 쏠쏠한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극장가에는 오는 23일 ‘군도: 민란의 시대’를 시작으로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 화제의 블록버스터 3편이 연이어 간판을 내건다. 모두 사극이다.

◆ 시대적 배경, 까다로운 대사체로 인해 사극 도전 '대략난감'

영화와 TV드라마를 통해 사극이 높은 인기를 누리며 트렌드가 됐음에도, 2030세대 연기자들에게 있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준봉으로 여겨져 왔다. 경험한 적이 없는 역사적 배경과 캐릭터, 현대극과 달리 까다로운 대사체와 의상, 탄탄한 연기력이 요구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주인공은 오랜 기간 최수종, 유동근, 전광렬, 정보석 등 관록의 40~50대 중견 배우들 독차지였다.

▲ 한효주와 지성(사진 위), '성균관 스캔들'의 유아인 박유천 박민영 송중기

하지만 2003년 MBC 퓨전사극 ‘다모’(하지원 이서진 김민준), 2005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감우성 이준기 강성연)가 물꼬를 튼 이후 2010년 KBS 청춘사극 ‘성균관 스캔들’(송중기 박유천 유아인 박민영), 2012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병헌 한효주)를 기점으로 젊은 배우들의 사극 진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 남녀노소에 어필 장점 vs 매력발산 제한 단점 

그렇다면 이들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사극의 문을 노크하는 이유는 무얼까.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퓨전사극이 많아져 치고 들어가기 쉬워진데다 남녀노소 모두에 어필함으로써 시청자(관객) 폭이 넓은 이점이 있다. 해외 수출에서도 유리하다.

배우 입장에서도 고생을 사서 할만한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왕의 여자’ ‘대풍수’ ‘김수로’에 출연했던 지성은 “발성, 집중력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했는데 큰 효과를 봤다. 무엇보다 그 시대와 역사 속 인물 체험을 하면서 생기는 희열은 대단하다. 사극을 통해 연기에 대한 숙연함, 배우라는 직업의 고귀함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불의 여신 정이’ ‘짝패’의 이상윤은 “처음에만 불편할 뿐 현대극 못지않게 매력적”이라고 예찬론을 폈다. 장점 가운데 하나는 분장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사가 어렵다. 또 현대극에선 목소리로만 연기해도 되는데 사극에선 호흡을 활용, 깊이를 줘야 한다. 그는 “내 나름의 방식을 찾아가며 연기하는 게 흥미롭다”고 전했다.

영화 ‘형사’ ‘전우치’에 이어 또다시 사극 ‘군도’에 출연한 부산 태생의 강동원은 “복장과 분장, 말 타고 촬영하는 게 다소 힘들 따름이다. 대사가 어렵다고 하는데 서울말이나 사극톤이나 내겐 똑같이 연기다. 그래서 사극, 현대물을 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극 연기를 하며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배우로서의 자존감, 연기 테크닉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었다는 장점을 꼽는다. 흔히들 거론하는 어려움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다.

▲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의 강동원

반면 여전히 사극을 기피하는 배우들도 있다. 분장으로 인해 자신의 매력이 가려지고, 대사톤이 불편해서다. CF에 민감한 이들의 경우 광고문제도 작용한다. 드라마제작사 몽상제작소의 최병국 대표는 “사극은 현대극과 달리 PPL(간접광고)이 용이하지 않고, 캐릭터와 제품이 연결되지 않아 광고제의가 들어오질 않는다. 그래서 최정상 스타들은 사극 출연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 사극배우의 조건 '믿고보는 연기' '외모' '좋은 목소리'

사극에 어울리는 배우의 조건은 무엇일까. 관계자 대부분 ‘믿고 보는 연기’ ‘외모’ ‘좋은 목소리’를 꼽는다. 연기력과 윤기 나는 중저음 목소리에 있어 레전드급인 이병헌 한석규 김명민을 비롯해 장혁, 이준기, 김수현, 송중기, 김남길, 이영애, 고현정, 하지원, 한효주, 문채원 등은 이런 조건을 충족시킨다.

▲ '해품달'의 김수현(왼쪽)과 '조선총잡이'의 남상미 이준기[사진=MBC, KBS 제공]

외모에서는 작은 얼굴과 예쁜 이마가 관건이다. 최고의 상투발을 자랑한 김수현(해를 품은 달), 갓 쓴 모습이 아름다운 송중기(성균관 스캔들)와 이준기(아랑사또전), 긴 머리를 풀어헤친 강동원(형사, 군도)과 김남길(선덕여왕, 해적), 단아하게 쪽진 머리의 이영애(대장금) 한효주(동이, 광해) 문채원(공주의 남자) 등은 최적의 사극 비주얼로 각광받았다. 반면 두상이 큰 톱스타 이민호는 ‘신의’에서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희경 스타일리스트는 “현대극은 헤어스타일 일명 머릿발이 크게 작용하지만 사극은 다양한 헤어연출이 힘들어서 오로지 미모로 승부를 건다”며 “머리를 다 틀어 올리는 사극 배우의 경우 턱선이 서늘하게 아름다워야 가장 빛이 난다”고 밝혔다.

◆ "상상력 확장폭 넒은 매력으로 인해 젊은 배우들 도전 거세질 것"

안은영 드라마 비평가는 “현대물은 3차원에 갇히는 데 반해 사극은 매력적인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퓨전’의 이름을 붙여서 얼마든지 황당하고 발칙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그만큼 상상력의 확장폭이 넓다”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젊은 작가, 제작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젊은 배우들의 사극 도전 역시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김남길

사극은 어렵다? 편견일 뿐이다. 더 이상 사극에 성역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그런 꽃미남 연기자로 여겨지던 김수현이 웰메이드 사극 ‘해품달’을 만나 무심한 듯 시크하게, 폭풍오열을 쏟아내며 캐릭터를 자기화한 순간, 어마무시한 스타로 도약하지 않았던가.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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