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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V리그 V3' IBK기업은행, '위대한 구단'으로 우뚝선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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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V리그 V3' IBK기업은행, '위대한 구단'으로 우뚝선 비결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2.27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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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철 독한 리더십에서 비롯된 승리 DNA... 쌍포 김희진-박정아 쌍포, 노장 김사니-남지연 완벽 조화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그토록 냉정한 이정철 감독이 울컥했다. 벌써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 IBK기업은행은 어느 때보다 값진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IBK기업은행은 27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현대건설을 세트스코어 3-2(25-18 14-25 18-25 25-13 15-10)로 제압하고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좋은 팀을 넘어 위대한 구단으로 발돋움하는 IBK기업은행이다.

▲ IBK기업은행이 통산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2012~2013 시즌에 이어 3년 만에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사진=KOVO 제공]

2011년 8월 닻을 올리고선 2012-2013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 한국 4대 프로스포츠(야구, 축구,농구, 배구) 사상 최초로 창단 2년 만에 챔피언에 오르는 감격을 누린 IBK는 이제 흥국생명(2005-2006, 2006-2007, 2007-2008)과 함께 여자프로배구 정규리그 최다 우승팀이 됐다.

그들이 명문으로 우뚝 선 비결은 무엇일까.

◆ 냉철함의 대명사 이정철, 독한 감독의 당근과 채찍

이정철 감독은 경기 직후 플래시 인터뷰에서 “어려운 가운데 똘똘 뭉쳐서 성과를 내준 선수들이 고맙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배구 마니아들은 댓글을 통해 놀라움을 나타냈다. ‘냉철함의 대명사’ 이정철의 눈물은 충분히 화제가 되고도 남는다.

이정철 감독은 여자프로농구(WKBL) 춘천 우리은행을 이끄는 위성우 감독과 닮은 점이 많다. 강훈련으로 선수들을 끊임없이 조련한다. 서른 중반의 김사니 정도를 제외하고는 어지간해선 예외도 두지 않는다. 김사니가 “지면 몸이 힘들어진다. 우린 죽는다”고 농담을 건넬 정도.

이정철 감독에겐 2013~2014 시즌 챔피언결정전이 큰 아픔으로 남아 있다.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고도 GS칼텍스에 2승 3패로 패해 준우승에 머무른 것. 그는 당시 “우리 선수들이 챔피언전을 계기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칼을 갈았다.

▲ 이정철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는 IBK기업은행 선수들. [사진=KOVO 제공]

그렇게 맞이한 지난 시즌,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IBK기업은행은 마지막에 웃었다. 이제는 2012~2013 시즌 이후 3년 만에 통합우승을 조준한다. 이정철 감독은 “경기 내용에 매우 만족한다”며 “우리 선수들이 잘 해내리라 믿는다. 끝까지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제자들을 치켜세웠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는 명장의 면모다.

◆ 김사니의 한 마디, 승리 DNA 

“감독님께서 늘 ‘우리는 마지막에 가면 이긴다’고 말씀하세요. 늘 해낼 수 있다는 에너지를 주시거든요. 이번에 못 이겨도 5,6라운드에 또 기회가 있어요. 만약 정규리그서 안 되면 플레이오프 가서 승리하면 됩니다.”

팀의 정신적 지주 세터 김사니는 지난달 12일 인천 원정에서 완승을 거둔 후 이렇게 말했다. 당시만 해도 상대전적에서 3전 전패로 밀리던 현대건설전을 코앞에 둔 출사표였다.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이렇게 두려움이 없다.

디펜딩 챔피언 IBK기업은행은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다른 팀 감독들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지목받았지만 초반 페이스가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기 12연승으로 질주하며 흥국생명, 현대건설을 모조리 제쳤다.

▲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코트에 모여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김사니는 “우리 선수들은 연승 숫자엔 신경도 안 쓴다. 입 밖에 내지도 않는다”며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주 이겨도 크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놀랍더라. 그것이 IBK 특유의 ‘잡힌 분위기’다. 경기에만 몰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봄 내음을 맡으면 더욱 강해지는 타짜다.

◆ IBK가 더 무서운 이유, 김희진-박정아와 김사니-남지연 

IBK기업은행은 다음 시즌, 그 다음 시즌에도 우승 후보로 군림할 것이 자명하다. 데스티니 후커에서 리즈 맥마혼으로 외국인이 교체된 이번 시즌에도 전혀 타격이 없었다. 국가대표 김희진과 박정아, 노장 김사니와 남지연이 버티는 한 당분간은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IBK를 제외한 어느 구단도 김희진과 박정아같은 훌륭한 토종 공격수를 보유하지 못했다. 김희진은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트리플크라운이 가능한 특급 선수. 박정아는 우승 확정경기에서 봤듯 리즈 맥마혼, 김희진이 없으면 30점 이상을 뽑아낼 능력이 있다.

▲ 김희진(왼쪽)과 박정아. 토종 최고 수준의 거포들이 있는 한 IBK기업은행은 당분간 강팀으로 군림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KOVO제공]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이정철 감독으로부터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인색한 평을 받던 둘은 이젠 “급이 달라졌다”고 인정받을 만큼 급성장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관록까지 겸비한 이들에겐 챔피언결정전은 더욱 짜릿한 무대다.

김사니는 시즌 내내 무릎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체력을 안배해 가며 ‘골든 토스’를 올렸다. 세트당 10.68개로 세트 부문 1위. 지난해 12월에는 여자부 최초로 1만1000세트를 돌파하는 기념비도 세웠다. 칭찬에 인색한 이정철 감독도 김사니의 능력에는 언제나 엄지를 치켜든다.

아무리 좋은 세터와 공격수가 있더라도 배구의 기본인 수비가 엉망이면 다 소용이 없다. IBK의 팀 공격성공률은 38.79%로 단연 1위. 이는 남지연이라는 특급 리베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희진-박정아-김사니가 출중한 건 ‘명품 조연’ 남지연이 든든히 뒤를 받친 덕이다.

▲ 리베로 남지연과 세터 김사니. 두 노장의 투혼이 없었다면 IBK기업은행의 우승도 없었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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