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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적' 김남길 "힘뺀 뒤 짐 캐리 연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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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적' 김남길 "힘뺀 뒤 짐 캐리 연기 도전"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01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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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해양 액션 어드벤처 ‘해적: 바다로 간 산적’(8월6일 개봉)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고려무사 장사정은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에 정면 대항하고, 태조의 목에 장검을 겨누며 성군이 될 것을 주문하는 상남자다. 일명 ‘송악산 미친 호랑이’로 불리는 산적단 두목일 때는 장난기 가득하고 큰소리만 뻥뻥 치는 허당이다. 상쾌한 반전이다.

 

◆ 코믹연기 옷 입은 차도남 “유쾌함 즐기는 수다쟁이”

페이소스 짙은 세련된 도시남자 이미지를 구축해온 김남길(33)이 코믹연기의 옷을 입자 물때를 만난 해녀처럼 자맥질을 친다.

“일상에서 정장 입을 때 조심스러워지듯 갑옷을 입을 때는 절제된 감정이 우러나거든요. 믿고 따르던 무사 모흥갑(김태우)의 권력욕과 배신에 맞서 분노할 땐 진지하다가도, 모든 것을 내려놓은 뒤 산으로 들어가 산적으로 활동할 땐 자유분방해지는 극단의 모습을 연기한 게 매력적이었어요.”

퀴어멜로 ‘후회하지 않아’부터 히트작인 ‘모던보이’ ‘미인도’ ‘선덕영화’ ‘나쁜남자’, 최근작인 ‘상어’에 이르기까지 그가 맡은 배역은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강했다. 이번엔 그런 기운이 휘발되고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한두 차례 예능프로에 출연했을 때 예사롭지 않았던 유머감각이 기억났다.

“사람 만나 수다 떠는 걸 좋아해요. 호기심 천국이라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고, 경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죠. 예능에서 푼수 떤 절 보고 사람들은 생소하다, 신선하다고 하는데 원래 성격이 그래요. 장사정과 비슷해서 오롯이 제 성격을 드러내며 연기를 했죠. 대신 ‘억지로 웃기지 말자, 불편할 거야’란 기준선은 유지했어요. 상황이 주는 웃음에 공을 들였죠. 산적단 배우들(유해진 박철민 조달환 김원해 등)의 애드리브 경쟁이 치열해서 전 입도 뻥긋하기 힘들긴 했지만. 하하.”

▲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한 장면

제대로 도적질 한 번 성공해본 적 없다가 조선의 국새를 삼킨 고래를 찾으면 엄청난 소문이 주어진다는 소문을 듣고 무리를 이끈 채 무작정 바다로 향하는 그의 모습에서 할리우드 영화 ‘캐러비언의 해적’의 주인공 잭 스패로우 선장을 연기한 조니 뎁이 떠오른다.

“그 영화 모니터링을 많이 했어요. ‘산적이지만 나도 선장하고 싶어!’란 욕구죠. 큭큭. 잭 스패로우 역시 유쾌발랄하나 충성심은 별반 없고 이기적이잖아요. 우리 정서에 맞는 유쾌한 베이스를 가져오잔 생각에서였죠.”

◆ ‘해적’ 개국공신…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참여

‘해적’의 작가 천성일은 드라마 ‘추노’와 영화 ‘7급공무원’의 각본을 쓴 이야기꾼이다. 천 작가와 친분이 두터웠던 김남길은 어느 날 그로부터 ‘뱃멀미가 심하고, 비린내를 못 참는 해적 캐릭터’를 듣자마자 귀를 쫑긋했다.

질의응답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당시 우리나라 배는 둔탁했는데 영화적 비주얼을 갖춘 날렵한 배를 어떻게 구현할 거야?’ ‘벽란도가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 항구도시라 서양 스타일이 강할 테니 그런 배도 자연스럽게 매치될 거야’. 유머코드라는 공통점을 지닌 둘 사이의 집중 탐구는 영화개발로 이어졌다.

 

김남길은 클래식 음악 다큐멘터리 ‘앙상블’ 제작, 단편 멜로영화 ‘헬로, 엄마’를 감독한 이력이 있다. ‘해적’을 바라보는 시선도 배우의 영역에 머물러 있진 않는다.

“기발한 시나리오가 스크린에 어떻게 구현될지 내내 궁금했죠. ‘거대한 고래는 어찌할 거야’란 고민이 큰 만큼 도전 욕구가 솟구쳤어요. 배우들 역시 이 영화의 CG가 중요한 걸 너무 잘 아니까 시사회 때도 고래만 등장하면 다들 집중했어요. ‘괜찮아?’ ‘내셔널 지오그래픽 수준이야!’ 서로 수근댔죠. 생각보다 훌륭하고, 많이들 웃어주셔서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여해적 두목 여월(손예진)과 장사정의 벽란도 슬라이드 소동극 장면이 더 정교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죠.”

◆ “김혜수 오연수 고현정 전도연과 연기하며 동반상승…손예진은 특화된 배우”

여배우 복이 많다. 김혜수(모던보이), 오연수(나쁜남자), 고현정(선덕여왕), 전도연(무뢰한)과 호흡을 맞췄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이자 대선배들이다. 현재 김남길은 형사와 살인사건 용의자의 여자 사이에 이뤄지는 사랑을 다룬 하드보일드 멜로영화 ‘무뢰한’을 전도연과 함께 촬영하고 있다.

“정말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해봤는데 결론은 ‘나만 잘하면 돼’예요.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게 호흡인데 워낙 좋은 호흡들을 주시니까 동반상승 효과가 나더라고요. 여배우들마다 성향이 달라서 배려하는 태도와 크기, 방향만 다를 뿐 그분들의 자세, 연기, 베테랑 면모를 많이 배우게 되죠.”

 

‘해적’에서 공연한 손예진(32)과는 지난해 드라마 ‘상어’에 이어 두 번째다. 여월과 사정은 처음엔 대립하다가 점차 로맨스를 꽃피워간다. 특히 팔이 묶인 채 바다에 들어가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장면에서 물길을 슬쩍 밀어내는 김남길과 이를 차갑게 째려보는 손예진의 케미스트리는 절로 웃음이 나게 한다.

“예진이는 시작부터 주연으로 주목받고 성장해온 배우라 능수능란해요. 특화된 배우죠. 제가 평상시에 깐족대면 확 성질내요. 하하. 여월 캐릭터랑 비슷하죠. 드라마와 영화를 합치면 1년 동안 함께했으니 애드리브나 리액션이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이번에 예진이가 그동안 감춰왔던 모습을 보여주니까 파급력이 얼마나 클지 궁금해요. 옆에 두고 싶은 여배우이자 동생이죠.”

◆ 연기 딜레마 ‘해적’ 통해 극복…더 힘뺀 뒤 ‘짐 캐리’ 연기 도전하고파

인기 정상이던 2010년 군 입대했다. 3년 만에 드라마 ‘상어’로 컴백했다. 보통의 남자들이 그렇듯 그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연기라는 게 감각적인 거라 일을 하면서 쉬는 거랑, 안 하면서 쉬는 거랑은 아주 다르더라고요. 연기가 막힐 거라곤 상상을 못했어요. ‘상어’를 찍을 때 내 연기가 억지스럽고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강박이 점점 심해지고, 딜레마에 직면했죠.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 만난 게 ‘해적’이에요. 힘이 빠지기 시작했음을 한껏 확인했고, 이제 연기하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어요. 조금 더 힘을 빼고, 편안하게 내려놓은 뒤 미국 코미디배우 짐 캐리와 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20대의 ‘스타’ 시절을 거쳐 30대의 ‘배우’로 진입한 김남길. 나이 들어 보이고 싶어 일부러 수염까지 길렀던 청년은 이제 느긋한 모드로 전환됐다. 좋은 흐름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그러기 위해선 계속 비워내고 채워야 함을 자신하고 있다.

[취재후기] 자신에 대한 칭찬이나 비슷한 의견이 나올 때마다 인터뷰어에게 하이파이브를 해댄다. 귀찮을 만큼.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는 그는 나이가 들수록 할 게 없어지는 것 같아 최근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감정 표현을 연기뿐만이 아니라 음악으로도 할 수 있음에 기쁨을 느낀다. 그러면서 좋은 에너지를 얻는다. 그런 그와 1시간에 걸쳐 수다를 떨고 나니, 보통은 방전되는데 외려 빵빵하게 충전된 느낌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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