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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봅슬레이 원윤종-서영우의 '평창 약속', 스승에 바치는 눈물의 '사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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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봅슬레이 원윤종-서영우의 '평창 약속', 스승에 바치는 눈물의 '사부곡'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3.16 2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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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로이드 코치에 코카콜라 최우수선수상 영광 돌려…"평창 금메달 바치겠다" 다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봅슬레이 최강 듀오' 원윤종(31·강원도청)과 서영우(25·경기도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가 옛 스승을 가슴 속에 묻었다.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한 고(故) 말콤 로이드 전 국가대표 봅슬레이팀 코치를 향해 "언제나 저희 가슴 속에 함께 할 것"이라며 애틋한 감정을 나타냈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16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21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이번 시즌 월드컵 1~8차 대회 성적을 합산해 1562점을 얻어 올 시즌 레이스를 펼친 43개팀 중 1위에 올랐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랭킹에서도 92개 팀 중 1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원윤종과 서영우에게는 이날 더 중요한 미션이 있었다. 바로 우수지도자상 수상자로 선정된 로이드 코치를 대신해 상을 받는 것이었다.

▲ [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총 감독(왼쪽부터)과 원윤종, 서영우가 16일 고(故) 로이드 코치를 대신해 우수지도자상을 수상하고 있다. 이용 감독과 원윤종은 눈시울을 붉혔다.

◆ "로이드 코치는 지도자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

시상식 전 대형화면에서는 로이드 전 코치 관련 영상이 재생됐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과 함께 대리수상자로 단상에 오른 원윤종과 서영우는 눈시울을 붉혔다.

수상소감 대신 직접 작성한 편지를 낭독하려던 원윤종은 울컥하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서영우에게 편지를 넘겼다. 서영우는 "지난 월드컵 1차대회에서 첫 동메달을 땄을 때 너무 잘했다고 칭찬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코치님은 저희에게 훌륭한 지도자였을 뿐 아니라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며 편지를 읽어갔다.

이어 "익숙치 않은 트랙 때문에 두려움이 많았던 저희에게 항상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애정 어린 조언과 가르침 덕분에 훈련 과정이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다"며 “그 결과 봅슬레이 사상 첫 금메달은 물론 세계랭킹 1위라는 영예로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누구보다 기뻐하실 코치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온다"고 전했다.

이용 감독은 지난 2013년 영국 출신 로이드 코치를 영입했다. 로이드와 동고동락하며 한국 봅슬레이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2010년부터 팀을 이룬 원윤종과 서영우는 2013~2014 시즌이 돼서야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했다. 북아메리카컵 시리즈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랭킹 1위를 기록한 이후 2014~2015 시즌엔 월드컵 대회에서 5, 6위에 올랐다.

▲ [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봅슬레이 대표팀 서영우가 16일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우수지도자상을 수상한 말콤 로이드 전 코치를 향해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 로이드 코치의 갑작스러운 타계, 금메달을 하늘에 바치다

하지만 지난 1월 예상치 못했던 암초를 만났다. 갑작스러운 로이드 코치의 사망 소식이었다. 로이드 코치는 암 투병 사실을 숨기고 봅슬레이 대표팀을 위해 헌신하다가 곁을 떠났다. 시즌 중이었던 봅슬레이팀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흔들리는 이들을 다잡은 것은 로이드 코치의 말이었다. 서영우는 "로이드 코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언제나 함께 할테니 목표에 정진하라. 가르쳐 준 것들을 잊지 말고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는 것을 전해들었다. 함께 하지 못하지만 언제난 저희 가슴 속에선 함께 할 것"이라고 스승을 그리워했다.

서영우는 "2년 뒤 열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서 하늘에서 응원해 주신 코치님 영전에 바치겠다. 지켜봐달라"고 끝을 맺었다.

편지 낭독이 끝난 후 감정을 가까스로 추스른 원윤종은 "5차 월드컵이 끝나고 곰머(로이드의 애칭) 코치 사모님께서 응원해주셨다"며 "사모님께서 로이드 코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가르친 것을 잘 기억하고 그에 따라 평창 올림픽 메달을 향해서 나아가라'는 문구가 적힌 메달을 주셨다. 어떤 금메달 보다도 값졌다"고 말했다.

로이드 전 코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용 감독은 "곰머 코치를 영입할 때 워낙 옳고 그름이 분명한 성격이라 많은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저는 곰머 코치가 온다면 가장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선수생활을 20년간 했고 각국 코치로 수많은 경험을 했다. 결국 연맹과 상의해 그를 영입했고 때로는 우직한 그의 성격이 지금의 성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 [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원윤종과 서영우가 16일 코카콜라 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후 말콤 로이드 전 코치를 향한 듯한 세리머니를 했다.

이어 "처음 금메달을 땄을 때 가장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사람이다.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로이드 코치의) 부인과 약속했는데 동영상을 보고 다시 한 번 눈물이 나왔다"고 밝혔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최우수선수상을 받기 위해 두 번째로 단상에 올랐다. 수상소감을 마친 이들에게 사회자가 평창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가정한 세리머니를 부탁했다. 두 선수는 진작부터 준비한 게 있는 듯 곧바로 두 손을 하늘로 치켜올리며 감격에 겨워하는 포즈를 취했다. 평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로이드 코치 영전에 바치겠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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