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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린아와 결혼 앞둔 장승조의 행복한 무대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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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린아와 결혼 앞둔 장승조의 행복한 무대인생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02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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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대학로의 가장 핫한 뮤지컬 배우 장현덕(33)은 지난해 새 소속사에 둥지를 틀며 더 잘 되라는 의미에서 장승조로 개명했다. 올해 들어 행운이 넝쿨째 굴러 들어오고 있다. 연극 ‘퍼즐’, 뮤지컬 ‘트레이스 유’ ‘블러드 브라더스’에 쉴 틈 없이 연속 출연하는가 하면 데뷔 10년만에 처음으로 드라마(OCN ‘신의 퀴즈’) 나들이를 했다.

최근 걸그룹 천상지희 멤버 린아와 11월22일 결혼 발표로 세간의 주목을 끈데 이어 오는 9월17일 수현재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구텐버그’를 차기작으로 결정, 공연 마니아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블러드 브라더스’의 공연장인 홍대 대학로아트센터 인근 카페에서 행운의 주인공을 만났다.

 

◆ 쌍둥이 형제의 엇갈린 운명스토리 ‘블러드 브라더스’에서 모범생 에디 열연

‘블러드 브라더스’는 태어나자마자 헤어져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 쌍둥이 형제 미키와 에디의 엇갈린 운명을 이야기한다. 영국 극작가 윌리 러셀의 웨스트엔드 24년 최장기 연속공연 흥행작이기도 하다. 국내 무대에서는 조정석 송창의가 하층계급으로 살아가는 적극적인 성향의 미키를, 오종혁 장승조가 부유한 가정에 입양돼 부족함 없이 성장한 모범생 에디를 맡았다.

“두 형 모두 편한 상대 배우들이에요. 정석 형은 재치 있는 역할이 잘 어울리죠. 관객보다 앞서가는 호흡 때문에 템포감이 좋아요. 공연하다보면 덩달아 저도 템포가 변화하죠. 창의 형은 장면의 의도나 작품 방향성을 잘 찾아내는 능력이 훌륭하고요. 개인적으론 창의 형이랑 잘 맞아요. 하하.”

극중 7세 소년부터 20대 초반의 대학생, 20대 후반의 시의원까지 스펙트럼 넓은 나이대를 연기해야 한다. 가장 난관은 천진난만한 일곱 살 동심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다. 관객들 사이에 조정석의 신들린 듯한 아역 연기가 화제가 되고 있으나 장승조의 순진한 아역 연기의 밀도 역시 빠트리면 서운하다.

▲ '블러드 브라더스'의 7세 미키(송창의)와 에디(장승조), 20대 초반의 미키와 에디(오른쪽)[사진=쇼노트 제공]

“어떻게 해야 아이 톤이 나올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관객이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연기하는 게 숙제였고요. 연극 ‘나쁜 자석’ 때 비슷한 또래를 연기한 적이 있어서 그 모습이 비치질 않길 바랐죠. 노하우라면 행동이 커지거나 빨라지는 등 몸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 지에 집중해야지 아이 자체에 집중하면 성인 장승조가 나와 버리더라고요. 상대 배우의 영향도 크고요. 상대가 아역 연기를 잘하면 나도 거기에 맞추느라 절로 몰입이 이뤄지거든요.”

‘블러드 브라더스’는 국내 관객에게 낯선 뮤지컬일 수 있다. 화려하기만 한 쇼뮤지컬의 폐단에 반기를 들고 탄생한 작품답게 미니멀한 연극적 세트에 주인공들의 노래는 극히 적고, 인상적인 넘버도 별반 없다. 이야기 전환은 급박하게 이뤄진다. 감정을 최대한 분출해야 하는 대목에서도 그다지 힘을 주지 않는다. 대신 묵직한 주제의식과 집중력이 뛰어나다.

 

“일반적인 뮤지컬이 아니라 배우들도 고심이 컸죠. 하지만 그게 오히려 이 작품이 가진 힘이라고 확신해요. 빠른 장면전환을 관객이 보다 잘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연기패턴을 달리 했어요. 전 장면의 호흡을 빨리 버리고 새로운 신에 들어가는 연습을 많이 했죠. 열린 결말 역시 관객들이 자기만의 감상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요.”

굳이 아쉬움을 꼽자면 무대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미키보다 덜 나와서 심심하다는 점이다.

◆ 1년6개월의 시련기 뒤 복귀작 ‘늑대의 유혹’서 예비아내 린아 만나

군 제대 후 대학(상명대 영화학과) 3학년으로 복학하며 무대를 처음 경험했다. 연극과 학생들과 연극을 만들면서 무대의 매력에 빠졌고, 그때부터 배우로서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2005년 세미 뮤지컬 ‘청혼’으로 데뷔한 이후 보컬 레슨비로만 쓴 돈이 어마어마하다. 서른 살 무렵까지 꾸준히 클래식 창법 레슨을 받았다.

“딱 서른 살이 됐을 때 소속사와 분쟁이 생겨서 1년6개월 동안 활동이 묶였어요. 암흑기였죠. 그 시간 전후로 많이 바뀌게 된 것 같아요. 당시엔 공연을 할 수 없으니까 모아 놓은 돈으로 복싱대회에 출전하고, 승마와 액션무술을 배우고 그랬어요. 2011년 ‘늑대의 유혹’으로 복귀하고 난 뒤부터 쉬지 않고 달리고 있죠. 일의 소중함을 아니까 쉬고 싶지도 않더라고요.”

 
 

특히 ‘늑대의 유혹’에서 함께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린아를 평생 배필로 맞게 됐으니 그에겐 남다른 작품이다.

20대에는 여리고 순수한 꽃미남 이미지로 작품을 섭렵했다. 30대가 되니 이런 이미지로는 경쟁력이 떨어짐을 절감했다. 선택지는 깊이와 색깔. 배우로서 깊어지고 싶어 최근 2년 동안 어두운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정신질환의 록밴드 보컬리스트 구본하(트레이스 유), 기억을 잃어버린 사이먼(퍼즐), 불행한 파국을 맞이하는 에디(블러드 브라더스) 모두 그런 캐릭터다.

“극단적 상황에 놓인 인물들을 연기하다보니 우울해졌어요. 암울 모드에서 벗어나려고 선택한 게 ‘구텐버그’예요.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는 신인 뮤지컬 작곡가 버드와 작가 더그의 좌충우돌 도전기를 그린 극중극 구조의 독특한 2인극인데 전 버드를 연기해요. 20개가 넘는 캐릭터를 소화해야 하죠.”

과거에는 대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귀족청년 라울과 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나이가 들고, 여러 가지 경험으로 인해 생각이 바뀐 요즘은 주어진 역할을 잘 표현해서 관객과 소통하고 싶을 뿐이다. 소통의 공간 역시 뮤지컬·연극 등 무대에 국한하지 않고, 안방극장과 스크린으로 더욱 확장하고픈 게 배우 장승조의 진솔한 심경이다.

 

[취재후기] 10년 경력의 30대 배우라고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정도로 슈퍼 울트라급 동안이지만 본인 스스로 보수적이고 고지식하다고 평가한다. 감각적인 사람이 돼야 감각적인 배우가 될 거라는 신념에 국어사전 앱을 다운받아서 각종 축약 표현을 찾아가며 익혔다고 고백한다.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하는 그를 앞에 두고 대략 난감했다. 순진한 건지, 4차원인 건지. 묘한 캐릭터의 배우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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