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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또다시 '막장드라마' 퍼레이드 시청자는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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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또다시 '막장드라마' 퍼레이드 시청자는 괴로워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8.0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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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최근 내림세를 보이던 안방극장 속 막장드라마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모양새다. 복합장르와 가족드라마 등이 주류로 등장했던 안방극장에 자극적인 드라마들이 서서히 등장하며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상황은 막장드라마들이 전성기를 맞았던 시절 못지 않을 정도로 그 기세가 강력하다. 또다시 고개를 치켜드는 막장드라마가 일주일 내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시청자들은 정말 괴로운 상황이다.

▲ '뻐꾸기 둥지'는 현대판 씨받이 여성의 복수, 남편의 불륜 이로 인해 벌어지는 주인공의 복수를 담은 내용이다. 저녁시간 가족들이 보기에는 정말 불편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막장의 교과서 같은 드라마다. [사진=KBS 제공]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정통 막장 퍼레이드는 '성업중'

최근 막장드라마는 전성기 시절에 못지 않은 기세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정통 막장극의 범주에 드는 대표적인 드라마로는 KBS 2TV 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와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를 들 수 있다. 이들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 복수, 가족 간의 음모, 암투, 삼각 로맨스 등 정통 막장 공식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순수한 막장 요소를 빼면 보여줄 것이 거의 없는 드라마들이다.

우선 이들 드라마들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막장드라마의 교과서라는 비아냥을 듣는 '뻐꾸기 둥지'의 경우 현대판 씨받이가 아이를 놓고 벌이는 불륜 복수극이라는 황당한 중심 내용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드라마는 불륜은 물론이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폭력이 난무하고 남편의 아내에 대한 패륜 행각은 이 드라마가 과연 가족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는 시간대에 방송하는 것이 정상이냐는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 예전 최대 막장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후속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비슷한 구조로 돼 있다.

'왔다! 장보리'는 출생의 비밀과 음모가 중심이 된 역사 깊은 전형적 막장드라마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출생의 비밀은 그동안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였다. 바로 직전에 종영한 '호텔킹'의 경우도 출생의 비밀이라는 막장요소를 활용해 높은 시청률을 이끌었다.

이 드라마에서도 장보리는 부유한 집안의 딸로 태어났으나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어버리고 가난한 집에서 자라나 이후 친부모를 찾는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붓언니 연민정은 장보리의 출생의 비밀을 알면서도 그녀의 친 부모가 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역으로 장보리의 부모를 빼앗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음모와 4각 로맨스는 시청자들은 당혹스럽게 하는 요소들이다.

▲ '왔다! 장보리' 주말 가족시간대 방송되고 있는 막장드라마다. 복수가 극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형제간의 4각 로맨스, 출생의 비밀이 주 내용이다. 음모를 부리는 언니와 바보같이 착한 동생이 벌이는 출생의 비밀 게임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MBC 제공]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 안방극장을 일주일에 7일간 점령 중이다. '뻐꾸기 둥지'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속방송되고 주말에는 '왔다 장보리'가 안방을 차지한다. 특히 이들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방극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왔다! 장보리'가 시청률 통합 1위, '뻐꾸기 둥지'가 같은 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예전에 지상파 3사가 최소 한 개씩은 막장드라마를 보유하던 '막장극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도 그에 못지 않은 기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막장드라마로 보기는 어려워도 막장요소를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막장기 드라마'까지 나열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일각에서는 막장의 시대가 저물고 장르와 가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을 채우고 있다는 장밋빛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들의 판단은 빗나가고 있는 중이다. 막장드라마의 끈질긴 생명력을 간과한 셈이다.

막장드라마가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

막장드라마가 완전히 소멸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들이 가진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힘과 드라마계가 지니고 있는 제작 시스템상 모순 때문이다.

우선 막장드라마는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무기를 통해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막장드라마는 상대적으로 큰 투자가 필요 없다. 이전 막장의 교과서와 같은 드라마들이 활용했던 흥행요소를 적절히 변형해 활용하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막장내용이 극 전부를 이끌어가다 보니 특별한 스타 없이도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이런 저렴한 비용을 들여 만든 드라마인 만큼 시청률 역시 잘 나오면 대박이고 안 나오면 드라마를 조기에 종영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막장드라마는 시청률면에서 실패율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처럼 막장드라마는 제작비 측면에서 매우 저렴하면서도 일정부분 시청률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저비용 고효율'의 장점 때문에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 '뻐꾸기 둥지'는 현대판 씨받이 내용에서 모자라 폭력까지 난무하는 드라마다. [사진=KBS 2TV '뻐꾸기 둥지' 방송캡처]

케이블 방송사 PD 출신의 한 연예 매니지먼트사 이모 본부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에는 '돈'이라는 부분이 목숨과도 같은데 언제나 모험적이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드라마를 만들 수만은 없다"며 "이런 이유로 방송사들은 때가 되면 고효율의 막장드라마를 스스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계가 안고 있는 제작시스템상 모순 역시 막장드라마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들은 대부분 사전제작이 아니라 그때그때 대본이 나와 드라마가 완성되는 일명 '쪽대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막장드라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제작환경 방식이다.

막장드라마는 대부분 초반 막장요소를 인용한 큰 틀의 내용만을 잡고 디테일한 대본이나 내용은 그때그때 상황에 의지해 극을 진행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든 시청률과 여론의 추이에 따라 극을 바꾸고 내용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사전 제작시스템이 아닌 그때그때 대본에 따라 움직이는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환경과 딱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도 "막장드라마는 우리나라 제작환경에서는 절대 사라질 수 없는 분야"라며 "영화처럼 사전제작 혹은 완성된 기획이 아닌 그때그때 짜 맞추는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시청률 추이와 반응에 따라가기 용이한 막장드라마의 형식은 당연히 우선 고려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이처럼 막장드라마는 돈과 시청률, 제작환경이라는 쉽게 바꾸기 힘든 이유 때문에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끝질긴 생명력을 보유하고 있다.

▲ '왔다! 장보리'의 복수 내용은 그동안 방송된 많은 막장드라마의 공식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MBC '왔다! 장보리' 방송캡처]

           
'저비용 고효율' 방송현실의 벽...괴로운 시청자 대안 찾기 힘들어

막장드라마의 안방극장 점령은 시청자들에게는 큰 손해일 수밖에 없다. 사실 광고 시청을 통해 방송사들을 먹여 살리는 것은 시청자들이다. 그만큼 시청자들은 질 좋은 프로그램들을 보고 즐겨야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막장드라마들이 난립한다면 막장을 즐기는 일부 시청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만큼 채널 선택권이 사라지는 피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이처럼 막장드라마에 인해 일어나는 폐단을 막을 뚜렷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이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수십 년간 이어온 방송사들의 재정적인 문제와 이 때문에 만들어진 제작시스템을 하루 아침에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고치려고 해도 못 고치는 것이 막장드라마 제작환경인데 이런 상황에서 대안을 찾는 일은 힘든 것 같다"며 "사실상의 대안은 방송사들의 희생이 요구되는 일이라 과연 이들이 얼마나 움직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막장드라마를 막자는 분위기는 수십 년 전부터 흘러나왔던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막장드라마는 때가 되면 기세등등하게 다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결국 방송사들과 전문가 그리고 시청자가 머리를 맞대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신성한 안방극장이 막장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겨운 상황이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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