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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정치인들 '영화'에 길묻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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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정치인들 '영화'에 길묻나?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08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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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박영선 박원순 문재인 등 '명량' '그사람 추기경' '우리가족' 잇따라 관람

[스포츠Q 용원중기자] 정치인들이 너도 나도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여름 블록버스터 전쟁을 주도하는 대작을 관람하기도, 다양성영화 붐을 지피고 있는 작은 영화에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또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던져준 인물의 다큐멘터리에 고개를 숙인다.

▲ '명량' 포스터

국민과 호흡해야 하는 정치인 입장에서 관객의 사랑을 받는 영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가슴을 짓누르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순신 리더십' '진정한 가족애' '추기경의 헌신적인 삶'을 노크하는 이들의 모습이 예사롭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명량’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CGV를 찾았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김기춘 비서실장, 수석 비서관, 대통령 자문위원회 문화융성위 김동호 위원장, 배우 안성기도 함께 했다.

박 대통령은 영화 관람 전 상영관에 전시된 이순신 장군의 갑옷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에 안성기는 “고증을 통해 재현된 갑옷으로 투구를 포함한 무게가 20kg에 달한다”고 설명해줬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영화 관람과 관련해 “국가가 위기를 맞았을 때 민관군이 합동해 위기를 극복하고 국론을 결집했던 정신을 고취하고, 경제활성화와 국가혁신을 한마음으로 추진하자는 의미가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사회를 다시 일으키는 리더십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대승을 일궈낸 이순신 장군처럼 우리 국민들도 당면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용기를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 '명량'은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량대첩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으로 8일 현재 800만 관객이 들었다.

▲ '그 사람 추기경' 국회상영회에 참석한 문재인 인재근 박영선 의원(왼쪽부터)
▲ '그사람 추기경' 속 김수환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5주기 추모 다큐멘터리 '그 사람 추기경'(8월6일 개봉)의 국회상영회가 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의원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상영회에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우윤근 의원, 문재인 의원, 인재근 의원, 주교황청대사관 한홍순 대사 등이 참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2002년 '박영선의 인터뷰 사람 향기'라는 책을 출간했을 당시, 김수환 추기경님의 이야기가 책의 많은 비중을 차지했었다.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찾았다. 그분을 추억하는 마음으로 관람하겠다”는 인사말과 김 추기경과의 특별한 인연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국회상영회를 주최한 우윤근 의원은 “시국이 어수선한 이때 '그 사람 추기경'은 우리가 꼭 관람해야 할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으로 상영을 도왔다”고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오후 4시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에서 '우리가족'을 관람할 예정이다. 영화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10명의 북한 이탈 청소년과 결혼마저 미룬채 이들을 돌보는 노총각 김태훈의 죄충우돌 생활기를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다. 민족과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태훈이 제작·감독을 맡아 지난 7월24일 개봉된 '우리가족'은 개봉 3주차임에도 입소문이 점점 확산, 박 서울시장에게까지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 '우리가족'의 한 장면

정치인들의 잇따른 영화관람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복잡미묘하다. 회사원 정기영(45)씨는 "정치인들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보는 게 뭐 대수겠냐"며 "위기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극장가 화제작들을 통해 정치의 본질과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를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학생 장영희(22)씨는 "이순신 장군 리더십이 왜 이토록 화제가 되고 있겠나. 아무 것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당리당략에만 골몰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용기와 희생으로 백성 및 군과 소통했던 성웅과 너무나 비교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우리가족'을 관람한 주부 박선영(34)씨는 "가족 이기주의에 빠져 있던 내게 충격을 안겨준 영화다. 피가 섞이지 않았더라고 얼마든지 가족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박원순 시장이 '우리가족'의 의미를 서울시정에 잘 구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영화관람 열풍이 보여주기 위한 쇼맨십에 그치지 않고, 위기탈출의 리더십과 공감의 국정운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게 이들을 향한 국민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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