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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유천의 그녀' 한예리의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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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유천의 그녀' 한예리의 이중생활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8.09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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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6명의 선원이 짙은 해무가 밀려드는 가운데 밀항자들을 실어 나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해무’(8월13일 개봉)에서 한예리(30)는 연락이 끊긴 오빠를 만나기 위해 밀항길에 오른 조선족 처녀를 그 자체로 연기한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 속에 핀 한 떨기 선연한 꽃, 홍매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그녀는 예뻤다

요즘 대세인 ‘뮬란’ 마스크다. 동그란 얼굴형에 도톰한 입술, 쌍꺼풀 없는 길고 가느다란 눈매는 순해 보이는가 하면 어떨 땐 앙칼지다. “강인한 인상을 주는 북방 여인들의 얼굴이래요. 긴 눈이 홍매로써 매력을 부각시켰던 것 같아요. 화보 촬영할 때 미디어 관계자들이 제 얼굴을 매우 좋아하세요. 무용계에서는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신감이 없었는데 영화를 하면서 저만의 매력을 알게 됐죠.”

북한 여자 전문 배우

영화 ‘코리아’에서는 북한 탁구 국가대표 선수 유순복으로 출연했다. ‘스파이’에선 북한 핵무기 연구원 백설희로 미스터리한 천재 물리학자를 연기했다. 이번엔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교사다. 그의 자연스러운 북한말과 조선족 말투는 탈북 연예인이 아닐까, 의구심마저 일게 한다. “코 뒤쪽에서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아요. ‘어’와 ‘아’, ‘으’와 ‘이’ 사이 발음이 굉장히 중요하죠. 두 번째 음절에 액센트를 줘야 하고요. ‘코리아’ 땐 탈북자, ‘해무’에선 한국으로 유학 온 조선족 학생에게서 교습을 받았어요.”

아이돌 스타 파트너

영화 ‘동창생’에선 남파 공작원 고교생 리명훈(최승현)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는 19세 소녀 혜인으로 풋풋한 러브라인을 그렸다. ‘해무’에선 전진호의 막내 선원 동식(박유천)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절박한 사랑을 나눈다. 빅뱅 탑, JYJ 유천과 연이어 호흡을 맞췄으니 열성팬들의 부러움과 원성(?)을 한 몸에 받는 처지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요.(웃음) 승현씨는 순수하고 개구지며 밝은 친구예요. 유천씨는 여유만만, 털털, 적극적이고요. 다음에 또 아이돌 스타와 공연할 기회가 온다면...‘변호인’의 임시완씨?”

▲ '해무'에서 동식(박유천)과 홍매[사진=영화사 뉴 제공]

'박유천의 그녀' 홍매

홍매는 마냥 순수하고 귀엽다. 겪을수록 강한 여성이다. 드라마에서 멜로연기로 주목받았던 박유천이 자연스럽게 동식에게 녹아들었기에 한예리 역시 홍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첫눈에 반하고, 위기의 순간을 겪으며 더욱 깊어지는 두 남녀의 사랑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어찌 보면 동식의 사랑이 더 큰 것 같지만, 홍매의 사랑 역시 만만치 않아요. 자기희생이자 가슴 먹먹한 사랑이니까요.”

문제적 베드신

박유천과 4시간에 걸쳐 일명 ‘기관실 베드신’을 촬영했다. “어려운 장면이라 촬영 전 감독님, 유천씨와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슛이 들어가고 나서 순차적으로 찍었어요. 생존을 증명받고 싶었을 거란 생각에 너무 슬퍼서 하염없이 울었어요.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죽음에 맞닥뜨리면 살아있음을 확인받고 싶어해요. 실재 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고요.”

‘해무’는 멜로영화

한예리는 긴장과 서스펜스로 가득한 ‘해무’를 멜로영화라고 규정한다. “전 멜로영화에 더 가깝다고 여겨요. 생존하고 성장하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이 영화는 인간에 대한 사실적 표현이 넘쳐나요. 모든 일들은 궁극적으로 욕망, 사랑 때문에 벌어지고요. 이 가운데 가장 강한 욕망(사랑)의 힘을 가진 인물은 동식이 아니었나 생각하고요. 사랑이 다 이겼어요!”

 

김윤석, 감독에게 한예리 추천

영화 ‘남쪽으로 튀어’에서 부녀로 인연을 맺었던 선장 철주 역 김윤석이 심성보 감독에게 한예리를 추천해 홍매에 캐스팅됐다. 이희준과는 ‘환상속의 그대’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윤석 선배님과는 오랫동안 지방 촬영하면서 더욱 가족 같아졌어요. 희준 선배님은 힘들 때마다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고요. 문성근 선배님과 작업한 건 영광이에요. 인자하고 여유로우신 선배님의 식지 않은 열정을 보며 선배님처럼 연기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죽도록 고생하기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바다에 빠져가면서 치른 밀항 장면 촬영은 한겨울에 이뤄졌다. 바다 한가운데의 촬영장으로 가기 위해 어선으로 출퇴근을 하며 수 없이 배멀미를 했다. “물 뿌리고 나면 머플러가 바로 턱에 붙어 살살 떼어내야 했을 정도였어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셔서 촬영 전부터 운동과 보약으로 체력관리를 열심히 했어요. 촬영 중에는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어 밥심으로 버텼어요. 마지막 촬영을 마치자마자 3일 동안 앓아누웠어요.”

한국무용 인생 30년

생후 28개월이 되면서 무용을 시작,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한국무용과에 입학했다. 30년 가까이 무용만을 해왔던 그녀에게 우연한 기회에 연기가 다가왔다. “학교 영상원 친구들이 안무와 배우 트레이닝을 도와달라고 해서 나섰다가 단역들을 하나하나 하게 됐고, ‘기린과 아프리카’ ‘백년해로외전’으로 미장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연기부문)을 연이어 수상하면서 영화를 많이 하게 했어요. 재미를 느꼈지만 무용을 포기할 수 없어서 ‘서른 살까지만 하자’고 결심했죠.”

 

내달 ‘한국무용창작전-설령 아프더라도’ 출연

스물여덟에 만난 현재의 소속사 대표는 연기와 무용의 병행을 권유했다. 용기를 내 본격적으로 꿈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대극장 공연 때는 영화촬영이 겹쳐 주중에는 촬영, 주말에 연습하며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어요. 올해에도 한국무용창작전(9월19~20일 대학로 아르코대극장)에 ‘설령 아프더라도’란 작품을 공연해요. 영화가 종합예술이라 매력적이라면 무대는 관객과 교감하면서 얻는 희열이 커요. 가능하다면 끝까지 욕심내서 해보고 싶어요.”

한예리의 소망

퀴어영화 ‘원나잇 스탠드’의 안무를 담당하기도 했던 한예리는 무용수답게 몸을 잘 쓰는 연기자다. “연기에 큰 도움이 돼요. 움직일 때 어색함이나 부자연스러움이 없거든요. 몸의 움직임과 호흡이 같이 되니까 연기적으로 템포가 달라지는 점도 좋아요. 이것도 저것도 하는 걸 보면 제가 호기심이 많은가 봐요. 배우로선 좋은 성향이지 않을까요? 살아보니 한큐에 모든 게 되면 꼭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서두르기보다 천천히, 조금씩 내 그릇을 넓혀갔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취재후기] 카페 안 인터뷰룸에 난데없는 모기떼 습격이 발생했다. 벌떡 일어선 한예리는 6~7마리의 모기를 척척 때려잡았다. 영화 ‘군도’에서 쇠백정 돌무치(하정우)의 여동생 곡지일 때, ‘해무’의 순박한 조선족 홍매일 때, 일상 속 모기를 죽일 때의 그녀 얼굴은 시시각각 변한다. ‘볼매(볼수록 매력인)’ 여배우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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