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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라이벌 열전] <1> 박태환-쑨양 '황금물살' 4년 전쟁, 그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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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라이벌 열전] <1> 박태환-쑨양 '황금물살' 4년 전쟁, 그 결말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20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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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본격 경쟁…인천서 마지막 승부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1951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53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하계아시아경기대회는 이번이 17회를 맞이한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낸 국가는 단연 한국과 일본, 중국 등 극동 3개국이다. 중국이 모두 1191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모두 2553개의 메달을 따냈고 일본은 910개의 금메달 등 2650개의 메달을 가져갔다. 중국이 금메달 숫자에서는 앞서지만 일본이 전체 메달 숫자에서 앞선다. 1980년대부터 급격한 성장을 이룬 한국은 금메달 617개 등 1829개의 메달을 아시안게임에서 가져왔다. 한중일이 벌이는 아시안게임 '삼국지' 메달 경쟁은 이번에도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이 가장 앞선 전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3개국은 언제나 금, 은, 동메달을 놓고 다투는 라이벌 국가다. 그렇다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라이벌 경쟁을 벌일 스포츠 스타는 과연 누구일까. [편집자 주]

▲ [그림=스포츠Q 일러스트레이터 신동수]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과 중국의 최고 수영 스타 박태환(25·인천시청)과 쑨양(23)이 벌일 황금 물살 경쟁은 인천 아시안게임의 최고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하다. 두 스타 모두 이제 수영 선수의 정점에 도달해 제대로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된다.

역대 맞대결에서는 박태환이 한발 앞선다. 하지만 최근 승부에서는 기량과 성적의 급상승세에서 괄목할 성장을 보인 쑨양이 박태환에 승리를 거뒀다.

이들의 맞대결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쑨양은 그저 '유망주'에 불과했다. 당시 박태환을 위협했던 선수는 중국의 장린(27)이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이 남자 자유형 200m와 400m, 1500m를 모두 휩쓰는 사이 장린은 모두 박태환에 뒤져 은메달에 그쳤다. 박태환은 당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가져오며 모두 7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박태환은 당시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박태환은 400m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수영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박태환은 200m 은메달까지 따내며 한국 수영에 올림픽 메달 2개를 선사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중국 수영의 에이스는 장린이었다. 아직까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유망주에 그쳤던 쑨양과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을 때다. 쑨양이 박태환을 위협할만한 선수로 성장한 것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진정한 박태환과 쑨양의 라이벌 대결은 올해로 4년째다.

◆ 박태환, 중국서 열린 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서 모두 승리

2010년 아시안게임과 2011년 세계수영선수권은 모두 중국에서 열렸다. 중국에서 열린 두 차례 대결에서 박태환이 쑨양의 콧대를 꺾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자유형 100m와 200m, 400m 금메달을 가져왔다. 이 가운데 박태환은 200m와 400m에서 쑨양을 물리쳤다. 그러나 1500m에서는 쑨양에서 우승을 내주고 은메달을 차지했다. 2개의 금메달을 가져오고 1개의 금메달을 내줬으니 2-1 판정승인 셈이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박태환과 쑨양의 주종목에 약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200m와 400m 위주로 하는 중단거리가 주종목인데 비해 쑨양은 1500m를 위주로 200m와 400m를 뛰는 중장거리 선수다. 이 때문에 200m와 400m에서는 박태환이 앞서지만 1500m에서는 쑨양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결과는 상하이에서 열렸던 세계수영선수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쑨양과 맞대결을 벌인 400m 종목에서 박태환은 예선에서 3분46초74에 그치면서 쑨양(3분44초87)에 크게 뒤졌다. 쑨양은 예선 전체 1위를 차지했지만 박태환은 7위에 그쳤다.

결선에서 쑨양은 가장 좋은 4번 레인을 배정받았지만 박태환은 가장 자리인 1번 레인에서 뛰어야만 했다. 그러나 결과는 박태환의 승리였다. 1번 레인이라는 불리함을 딛고 쑨양보다 1.2초 앞선 3분42초04의 기록으로 당당하게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세계선수권에서 박태환과 쑨양의 맞대결은 400m 하나였고 여기에서 박태환이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 1년새 급성장한 쑨양, 박태환을 위협하다

박태환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쑨양을 만났다. 세번째 대결이었다.

런던 올림픽에서 박태환은 200m와 400m에서 모두 은메달을 따낸 반면 쑨양은 200m에서 박태환과 함께 공동 은메달을 차지했고 4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또 쑨양은 15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박태환이 하지 못했던 올림픽 2관왕을 차지한 반면 박태환은 4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0m는 비겼고 1500m는 주종목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400m에서 승패가 가려진 셈이었고 여기에서 쑨양이 승리했다.

그러나 박태환에게는 아쉬운 승부였고 쑨양에게도 뒷맛이 씁쓸한 승리였다. 제대로 정면 승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박태환은 3분46초68로 예선을 통과할 수 있는 기록을 남겼지만 심판으로부터 출발 실격이라는 판정을 받아 결선에 올지 못했다. 그러나 대한수영협회와 대한체육회의 끊임없는 항의로 박태환의 실격처리가 취소됐다.

하지만 박태환은 이미 컨디션이 뚝 떨어진 뒤였다. 결선에 대비해 몸 관리를 한 쑨양 등 다른 선수와 달리 박태환은 그렇지 못했다. 초반 레이스에서 쑨양을 앞섰지만 역시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후반 스퍼트에서 밀리며 쑨양에 1초92 뒤진 3분42초06의 기록으로 준우승에 그쳤다.

◆ 20대에 찾아온 아픔과 시련에 성숙해지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얘기처럼 두 20대 선수들은 중간중간 적지 않은 시련과 아픔을 겪었다.

박태환은 두번의 시련이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 수영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2009년은 그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던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46초04의 기록으로 8명에 겨루는 결선에도 오르지 못하고 12위에 그쳤다.

200m 종목에서도 1분46초68로 역시 결선에 오르지 못한채 13위에 머물렀고 주종목이 아닌 1500m 역시 15분00초87로 9위로 마감했다. 이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 성공 이후 정신 상태가 나태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를 멋지게 만회하며 재기에 성공했고 2011년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에서도 1번 레인에서 뛰고도 400m에서 우승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여전함을 보여줬다.

런던 올림픽이 끝난 뒤 다시 한번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2009년에 겪었던 시련과 아픔은 본인에게 문제가 있었지만 런던 올림픽 이후 시련은 외부적인 요인이었다. 대기업의 스폰서 지원도 중단됐고 대한수영연맹에 '미운 털'이 박혀 포상금도 받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TV 홈쇼핑 프로그램에 출연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은퇴설도 나오기도 했지만 지난해 3월 인천시청에 입단, 다시 물살을 가르기 시작하면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런던 올림픽 직후 5개월 동안이나 훈련 공백이 발생하면서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수영선수권은 불참했지만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정신적으로 강해졌다.

호주에서 새벽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어지는 기초 체력 및 근련 강화 운동과 실전훈련은 박태환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레이스 운영을 더욱 노련하게 펼치는 방법을 터득하게 만들었다. 그동안은 코칭스태프의 작전에 따라 레이스 완급 조절을 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직접 레이스를 풀어나가는 원숙미까지 발휘하고 있다.

쑨양은 런던 올림픽 성공과 박태환이 없었던 지난해 세계수영선수권 3관왕 이후 정신상태가 흐트러지며 크고 작은 스캔들을 뿌리고 다녔다.

지난해 1월에는 승무원과 열애설이 나기도 했고 불성실한 훈련 태도로 인해 중국 체육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무면허 운전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훈련 보조비 삭감과 상업광고 출연 금지 등 각종 제재도 뒤따랐다.

그러나 쑨양은 지난 3월 징계에서 풀린 뒤 출전했던 중국 전국수영대회에서 200m, 400m, 1500m를 석권하며 부활했다. 또 호주 전지훈련을 통해 런던 올림픽 때 못지 않은 체력과 컨디션을 되찾으며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 '인천 충돌' 상징성 있는 승리를 위하여

이제 박태환은 정점에서 내려올 나이에 가까워졌다. 박태환이 자신의 몸 컨디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정점에서 내려올 시기가 조금 더 늦춰질 수 있겠지만 20대 중반라는 나이는 속일 수 없다.

박태환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같은 전성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박태환과 쑨양이 벌일 정면 대결은 사실상 인천 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이다.

게다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벌이는 라이벌 대결이기 때문에 더더욱 의미가 깊다. 박태환은 중국에서 벌였던 두 차례 쑨양과 맞대결에서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고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영광스러운 금메달을 따냈다. 만약 박태환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승리한다면 사실상 쑨양과 4년 라이벌 대결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다.

반대로 쑨양이 박태환을 넘어선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된다. 인천 아시안게임의 경기 장소가 바로 박태환 수영장이다. 쑨양이 박태환의 이름을 딴 수영장에서 박태환을 이긴다면 상징적인 승리가 될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이를 잘 알기에 아시안게임을 맞이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박태환은 호주로 건너가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박태환은 지난달 MBC배 전국수영대회에서 자유형 100m와 200m, 400m를 비롯해 개인혼영 200m 및 400m, 계영 800m에서 모두 정상에 올라 6관왕에 올랐지만 "구간 페이스에서는 미숙한 점이 있었다. 중간 페이스만 잘 보완한다면 아시안게임 때 내 최고기록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간 페이스 조절이라는 문제점 해결이 마지막 숙제다.

쑨양도 호주에서 지난 2개월 동안 특별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러 홍역을 겪었던 쑨양은 아직까지 컨디션이 정상으로 올라오진 않았지만 지난 5월 중국 전국대회 때보다 향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1일부터 호주 퀸즐랜드 골드코스트에서 열리는 환태평양수영선수권에 두 선수가 모두 출전한다는 중국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쑨양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고 박태환 역시 자유형 100m와 200m, 400m에 참가신청서를 내긴 했지만 아직 출전 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상태다. 아시안게임을 한 달밖에 남지 않았을 때 열리는 대회라 자칫 컨디션을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비록 두 선수가 아시안게임 직전 맞대결을 벌이지 않게 됐지만 중국에서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은 그만큼 박태환과 쑨양이 2년만에 벌이는 자존심 경쟁이 중국에서도 관심이 있다는 증거다.

쑨양은 역시 18일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닷컴과 특별 인터뷰에서 "더이상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200m 세계 제일이 아니다"라는 도발 메시지를 던졌다. 박태환을 2년 전처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그만큼 자신 역시 박태환과 대결을 신경쓰고 있다는 뜻이다.

남자 자유형 200m에서 개인 최고기록은 쑨양이 다소 앞선다. 쑨양은 지난해 중국 전국수영대회에서 1분44초47를 기록,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세웠던 1분44초80을 다소 앞선다.

하지만 최근 공식 기록에서는 박태환이 1분45초25로 쑨양의 1분46초04로 약간 앞선다. 두 선수의 두차례 맞대결에서도 박태환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런던 올림픽에서 쑨양과 함께 공동 은메달을 획득해 2전 1승 1무로 앞선다.

역대 기록 현황을 봤을 때 최대 격전지는 역시 자유형 400m 종목이다. 역대 전적에서 박태환이 3전 2승 1패로 앞선다. 박태환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1년 세계수영선수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 은메달의 쑨양을 압도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쑨양이 앞섰으나 박태환의 부정 출발 판정 논란 등으로 인해 컨디션이 흐트러진 상태였기 때문에 진검 승부는 아니었다.

2년만에 벌어지는 400m 재대결은 박태환이 다시 한번 쑨양에 우위를 보일 수 있느냐 아니면 쑨양이 2년 전 승리가 결코 우연과 행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내느냐를 결정지을 중요한 승부다.

아직 아시안게임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수영 스타인 박태환과 쑨양의 자존심 대결은 벌써 시작됐다. 경기날이 다가올수록 두 선수의 경쟁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혈기왕성한 두 젊은 선수들의 맞대결에 아시아는 물론이고 전세계 수영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박태환-쑨양 주요 성적 비교

박태환 항목 쑨  양
1989.9.27 생년월일 1991.12.1

2008년 자유형 400m 금
2008년 자유형 200m 은
2012년 자유형 400m 은
2012년 자유형 200m 은

올림픽

2012년 자유형 400m·1500m 금
2012년 자유형 200m 은
2012년 계영 800m 동

2006년 자유형 200m·400m·1500m 금
2006년 자유형 100m 은
2006년 계영 400m·800m·혼계영 400m 동
2010년 자유형 100m·200m·400m 금
2010년 자유형 1500m·혼계영 400m 은
2010년 계영 400m·800m 동

아시안게임

2010년 자유형 1500m·계영 800m 금
2010년 자유형 200m·400m 은

2006년(쇼트코스) 자유형 400m·1500m 은
2007년(롱코스) 자유형 400m 금
2007년(롱코스) 자유형 200m 동
2011년(롱코스) 자유형 400m 금

세계선수권

2009년(롱코스) 자유형 1500m 동
2011년(롱코스) 자유형 800m·1500m 금
2011년(롱코스)자유형 400m 은
2011년(롱코스) 계영 800m 동
2013년(롱코스) 자유형 400m·800m·1500m 금
2013년(롱코스) 계영 800m 동

2006년 자유형 400m·자유형 1500m 금
2006년 자유형 200m 은
2010년 자유형 400m 금
2010년 자유형 200m 은
팬퍼시픽 -
100m 48초42 (2014년)
200m 1분44초80 (2010년)
400m 3분41초53 (2010년)
1500m 14분47초38 (2012년)
최고기록 100m 48초94 (2013년)
200m 1분44초47 (2013년)
400m 3분40초14 (2012년)
800m 7분38초57 (2011년)
1500m 14분31초02 (2012년)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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