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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이니, 태권도 12개 전 체급 메달 따야죠" 김종기 감독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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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이니, 태권도 12개 전 체급 메달 따야죠" 김종기 감독의 뚝심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8.24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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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광저우AG·런던올림픽 부진 딛고 종주국 자존심 회복한다

[태릉=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아자! 하나, 둘, 셋!”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샌드백 소리가 체육관 곳곳에 울려 퍼졌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태권도 대표팀이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영광의 그날을 향해 구슬땀을 쏟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4체급 중 금메달 1개를 따는 데 그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한국 태권도의 명예회복을 위해 대표팀 선수들은 시종일관 강렬한 눈빛으로 샌드백을 때렸다.

▲ 김종기 태권도 대표팀 감독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전 체급 메달 획득을 확신했다.

이들을 지도하는 김종기(54) 태권도 대표팀 감독의 눈빛도 살아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 한 명 한 명의 자세를 잡아줌은 물론, 훈련이 끝난 후에는 선수들의 정신력을 높이는 말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종기 감독은 남자와 여자에서 금메달 2개씩을 획득했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실패한 대회’라고 단정지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전 체급에서 메달권에 진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은 “안방에서 하는 대회라 선수들이 긴장감을 가진 채 경기를 하겠지만 나는 모든 선수들이 메달권에 진입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 "이대훈-김태훈, 무조건 금메달 딴다"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는 남녀 8체급씩, 총 16체급으로 나뉘어 열린다. 하지만 특정 국가가 메달을 독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 나라에서 최대 남녀 6체급씩만 출전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한국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는 54㎏급 김태훈(동아대)과 63㎏급 이대훈(용인대), 74㎏급 송영건(청주공고), 80㎏급 박용현(한국가스공사), 87㎏급 신영래, 87㎏ 이상급 조철호(이상 삼성 에스원)가 출전한다.

또 여자는 46㎏급 김소희(한국체대), 49㎏급 박선아(경희대), 53㎏급 윤정연(한국체대), 57㎏급 이아름(한국체대), 62㎏급 이다빈(효정고), 67㎏ 이상급 이원진(경남대)이 참가한다.

▲ 김종기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대훈(사진)의 금메달 획득 확률은 100%에 가깝다. 이대훈이 보여줄 '금빛 발차기'에 시선이 모아진다.

김종기 감독은 이들 가운데 이대훈과 김태훈은 ‘우승 0순위’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대훈과 김태훈 두 명은 무조건 금메달이라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훈은 명실상부 한국 태권도의 간판스타다. 4년 전 광저우 대회 태권도 남자 63㎏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이대훈은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58㎏급으로 한 체급 낮춰 도전했던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실패를 딛고 본래 체급으로 돌아왔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지난 2010년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대훈은 이후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로 한국 남자 태권도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는 결승에서 스페인의 호엘 곤잘레스 보니야(23)에게 8-17로 크게 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이대훈은 2년 뒤 열리는 리우 올림픽의 전초전인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딸 것을 다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라 많은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라 생각한다.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5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그랑프리 시리즈 남자 58kg 이하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태훈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그는 7월29일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해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 김종기 감독이 훈련을 마치고 대표팀 선수들에게 향후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에는 이대훈과 김태훈 외에도 메달권에 근접해 있는 선수들이 많다.

김종기 감독은 “두 선수 외에도 남자 87㎏ 이상급 조철호와 80㎏급 박용현도 금메달에 근접해 있다”며 “여자부에서는 46㎏급 김소희, 57㎏급 이아름, 53㎏급 윤정연이 세계적인 기량을 갖췄다. 고등학생 이다빈(62㎏급)도 눈여겨 볼 선수”라고 귀띔했다.

한국 태권도는 다음달 30일 오전 9시30분 남자 74kg급 송영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아시안게임 메달 레이스에 돌입한다.

◆ 전자호구 도입, 전력 평준화에 한몫

현재 WTF에서 공인된 전자호구 제품은 KP&P와 대도(DAEDO)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KP&P 호구를 쓰기로 했으며 대표팀 평가전도 KP&P 제품을 착용한 채 치러졌다.

일반호구에 익숙했던 한국 선수들은 한동안 전자호구에 적응하지 못해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김종기 감독은 “전자호구를 도입하면서 각 나라들의 전력이 평준화 됐다”며 “아시아에서만 해도 남자는 이란, 여자는 중국, 대만, 태국 등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까지 실력이 향상됐다”고 전했다.

이어 “유럽에서는 대도를 전자호구로 사용해 왔는데 선수들이 그것을 찢어서 센서가 달린 곳을 확인한다. 어디를 어떻게 차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우리에게 불리한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전자호구에 맞춰 착실하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서 점수가 날지 모르는 전자호구의 특성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고전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적응했다”며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 김종기 감독은 "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자만심을 버리는 순간 더 나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자만심 버려야

런던 올림픽 부진 이후 태권도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들렸다. 이제 태권도는 한국의 메달밭이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김종기 감독은 이를 인정하면서 이제는 종주국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다른 나라에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이지만 지금은 210개국 이상이 태권도를 즐기고 있다”며 “우리가 태권도 종주국이라는 자만심을 가질 때는 지났다. 다른 나라의 좋은 점을 공유하는 등 서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활동했던 코치들도 해외에 많이 나가있고 태국 선수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있다”며 “이제는 어느 나라 선수와 붙어도 100% 이긴다고 장담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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