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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진짜 경찰서보다 더 경찰서 같은 경찰서 세트장, 파주 '스튜디오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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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진짜 경찰서보다 더 경찰서 같은 경찰서 세트장, 파주 '스튜디오 112'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5.08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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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한국영화나 드라마에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경찰서 장면이 한두 번씩 스쳐 지나간다. 실제 경찰서는 이렇게 한가하게 영화나 드라마를 찍을 여유가 없을 텐데 이 장면들은 대체 어느 경찰서에서 촬영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 그렇게 한가하게 드라마 촬영을 할 수 있는 경찰서가 있긴 할까?

[스포츠Q 글 원호성·사진 이상민 기자] 할리우드 영화에는 주인공의 직업이 경찰이나 형사가 아닌 이상 경찰서가 직접 등장하는 장면이 거의 없지만, 한국영화나 드라마에는 정말 경찰서가 많이 등장한다. 물론 이 중에는 tvN '시그널'이나 SBS '미세스캅2'처럼 아예 경찰이나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수사물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건조사를 위해 경찰서에 가게 되거나, 아니면 술에 취해 경찰서나 파출소에 가게 되는 장면이 사실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한국영화와 드라마에 넘쳐나는 이 수많은 경찰서 장면들은 대체 어떻게 촬영되는 것일까? 당연히 항상 사건이 넘쳐나고 정신없이 바쁜 실제 경찰서에서는 촬영을 할 수 없을 텐데 말이다.

경찰서 장면이 작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수사물이거나, 경찰서 장면이 등장하더라도 '살인의 추억'이나 '시그널'처럼 시대배경이 현재의 경찰서가 아닌 1980년대의 경찰서라면 별도의 세트를 만들어 촬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경찰서 장면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보통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렇게 일일이 경찰서 세트를 제작해 사용할 수는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경찰서와 똑같이 만들어놓은 경찰서 전문 세트장이다.

▲ '스튜디오 112'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곽인준 배우

◆ '태양의 후예' 곽인준 배우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스튜디오 112'

한국에는 이미 몇 곳의 경찰서 전문 세트장이 존재하고 있다. 아마도 방송 관계자들에게 가장 유명한 곳은 접근성이 우월한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경찰서 세트장일 것이고, 인천 강화도에 있는 경찰서 세트장 역시 많은 작품에 등장했다. 그리고 2014년에는 경기도 파주군 헤이리 예술마을 인근에 '스튜디오 112'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스튜디오 112'는 최근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이한수'를 연기한 곽인준 배우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곽인준은 곽경택 감독의 '태풍'을 비롯해 '동창생', 아이들', '연가시', '소수의견', '성난 변호사' 등의 영화와 '넝쿨째 굴러온 당신', '미생', '특수사건 전담반 TEN' 등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곽인준 배우는 2013년 OCN에서 제작한 '특수사건 전담반 TEN'에서 검찰청 내사과 김윤철 팀장을 연기하면서 경찰서 내부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전문 세트장의 필요성을 느꼈다. 당시에는 한국의 모든 드라마와 영화 속 경찰서 세트장을 공덕동의 경찰서 세트장에서 거의 처리해서 경찰서 장면을 촬영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

곽인준 배우는 경찰서 전문 세트장에 대한 아이디어를 당시 소속사 대표였던 김정화 대표에게 이야기했고, 2014년 자유로에서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로 진입하는 입구에 위치한 경기도 파주에 '스튜디오 112'를 만들게 됐다.

▲ '스튜디오 112' 내부 모습, 경찰서 내부 세트와 접견실, 취조실 모니터룸

'스튜디오 112'의 장점은 진짜 경찰서보다 더 경찰서처럼 보일 정도로 정교한 경찰서 내부의 완벽한 재연이었다. 강력1팀부터 3팀까지 나눠진 경찰서 내부는 물론, 유치장과 접견실, 그리고 최근에 새로 만든 취조실까지 경찰서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구현해 놨다.

'스튜디오 112'의 경찰서 내부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한 경찰서 그 자체다. 책장에 가득 들어찬 파일과 서류함에는 '관내 범인 검거 현황', '범죄자 이력조회서', '합의서', '보안점검사항', 미해결사건' 등 과거 사건기록부터 수사 관련 자료까지 파일 하나하나에 꼼꼼하게 이름이 적혀 있고, 책상에도 경찰서 내선전화 리스트부터 시작해 실제 경찰서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이 세심하게 묻어나 있다.

들어오는 입구에서도 경찰서답게 진짜 쇠창살이 가로막고 있으며, 경찰서 한 편에 마련된 유치장에는 세면시설과 변기까지 갖춰놓고 있었다. 접견실에도 '법치질서 성실봉사'라는 문구와 함께 인터폰까지 연결되어 있어 실제 경찰서 접견실처럼 묵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튜디오 112'는 경찰서 세트장 안의 소품 하나까지도 모두 실제 경찰서에서 사용되는 물품으로 구비해 놓고 있다. 취조실에 있는 책상도 얼핏 나무처럼 보이지만 강철로 만든 것으로 실제 경찰서 취조실에 있는 것과 동일한 것일 정도.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시그널'의 경우 '스튜디오 112'에서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진작에 '스튜디오 112'를 알았다면 별도 세트장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고.

영화팀의 경우에는 한 번에 장기간으로 세트장을 빌려서 영화의 스타일에 맞게 세트장의 미술을 바꿔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드라마의 경우에는 경찰서가 주공간인 작품이 아닌 이상, 세트장에 마련된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이런 디테일이 다 보여지지는 않더라도, 혹시라도 사소한 부분 하나에서도 실제 경찰서와 다른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의 흔적이다.

◆ 분장실에 카페테리아까지…제작진의 편의를 생각한 공간 설계

'스튜디오 112'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제작진이 별도의 공간변경 없이도 원하는 것을 촬영할 수 있는 확장성이다. 공간 자체는 공덕동에 위치한 기존의 경찰서 세트에 비해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대신 '스튜디오 112'에는 배우로 오랫동안 활동한 곽인준 배우의 노하우가 곳곳에 숨어 있었다.

곽인준 배우가 처음에 경찰서 전문 세트장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처음 '스튜디오 112'가 생길 당시에는 지금과는 다소 모습이 달랐다. 세트장 설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했기에 프로덕션 디자인을 해 온 미술감독에게 세트장의 설계를 부탁해 완성되면 그대로 운영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 '스튜디오 112; 내부 모습, 카페테리아와 분장실 겸 휴게실, 경찰서 내부 세트

하지만 막상 '스튜디오 112'가 완성되고 드라마와 영화 촬영팀을 받아보니 처음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드라마나 영화마다 원하는 세트장의 모습이 다 조금씩 달랐고, 이런 니즈(needs)에 끊임없이 맞춰서 변화해 갈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튜디오 112'는 2014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이후에도 벌써 세 차례나 큰 공사를 거치며 계속 변화해 가고 있다.

최근 가장 큰 변화라면 취조실이 새로 생긴 것이다. 밀폐되어 전등 하나를 두고 범인을 심문하는 취조실과 취조실의 모습이 그대로 이중거울을 통해 비춰지고, 또한 모니터를 통해 분할앵글로 보여지는 모니터룸도 있다. 최근에는 취조실을 필요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도 많아 과감하게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이외에도 '스튜디오 112'에는 제작진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취조실을 비롯해 '스튜디오 112'는 곳곳에 경첩을 달아 로우앵글부터 하이앵글까지 다양한 각도의 촬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세트장에서 다양한 각도의 촬영을 위해 일일이 세트벽을 떼었다가 붙이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함이다.

또한 세트장에는 제작진들이 자유롭게 커피 등 음료수를 만들어서 먹을 수 있는 카페테리아와 배우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분장실까지도 마련되어 있다. 이 역시 초기에는 없었지만 이후 공사를 통해 만들어진 개조의 흔적이다. 촬영장에서 배우들이나 제작진이 대기하고 쉴 곳이 없어 승합차나 버스에 가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어 만든 공간이었다.

'스튜디오 112'에 대해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장소가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로 바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에서도 교통 접근성이 그리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이 한적해 촬영에 방해될 여건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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