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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16) 오리온 포워드농구 주역 김동욱, 그를 둘러싼 10년 오해와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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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16) 오리온 포워드농구 주역 김동욱, 그를 둘러싼 10년 오해와 진실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5.23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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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편견으로 저평가받다가 우승 계기로 호평 늘어난 김동욱…"안좋은 이미지 벗고 싶다"

[200자 Tip!] 낙인. 다시 씻기 어려운 불명예스럽고 욕된 판정이나 평판을 이르는 말로 흔히 통한다. 대중으로부터 한 번 잘못 규정되면 빠져나오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2015~2016시즌 고양 오리온을 14년만의 프로농구 정상으로 이끈 포워드 김동욱(35·194㎝)은 선수생활 대부분을 부정적인 이미지와 싸워야 했다. 희생과 헌신으로, 포워드 농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오리온의 우승 주역으로서 이런 편견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김동욱은 대외적으로 남아 있는 오해를 불식시키면서 긍정 이미지를 쌓기를 원한다.

[고양=스포츠Q(큐)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처음으로 우승했을 때와는 또 다르죠. 삼성에서 우승 반지를 꼈을 땐 아예 벤치 멤버였지만, 이번엔 주전으로 뛰면서 정상에 섰잖아요. 하늘과 땅 차죠. 첫 우승 때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이번 우승의 임팩트가 큰 것 같아요.(웃음)”

김동욱에게는 2개의 우승 반지가 있다. 하나는 루키 시절이었던 2005~2006시즌 서울 삼성 소속으로 얼결에 획득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산전수전 겪은 후 오리온 주전으로 뛴 2015~2016시즌 4승 2패의 전적으로 힘겹게 손에 넣었다.

▲ 김동욱은 루키 시절 삼성 유니폼을 입고 첫 우승 반지를 낀 후 정확히 10년이 지나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우승 반지라도 주전으로서 맹활약을 펼치며 거머쥔 게 훨씬 값질 터. 첫 우승 당시 김동욱은 시리즈를 통틀어 7초(1경기)를 뛴 것이 전부였지만 지난 시즌엔 6경기를 모두 뛰며 경기 당 31분 27초를 소화, 12.67점 3.8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점슛도 평균 2.2개나 성공시켰다.

김동욱은 “재작년 여름에 둘째가 생긴 뒤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커졌다. 무엇보다 FA(2012년 5월·보수 총액 4억5000만원 5년 계약) 이후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펼쳤기에 답답한 게 많았다. 시즌을 앞두고 좋은 선수들이 영입됐고 이들과 호흡이 잘 맞았기에 우승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전주 KCC의 주 득점원인 안드레 에밋을 철저하게 막으며 명 수비수로서 이름을 날렸다. 김동욱은 추일승 오리온 감독이 주문한 부분을 철저하게 수행했다. 애런 헤인즈와 협력 수비를 통해 에밋의 공격력을 최대한 억제했다.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뒤 추일승 감독은 “주인공이 너무 많이 지배하다보면 재미있는 농구가 안 된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선수가 경기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농구를 원했다”며 “한두 선수로 경기가 지배된다면 그 선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팀이 망가진다. 모든 선수가 분담하는 그런 농구를 하고 싶었다. 이런 것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수비가 전제돼야 한다. 수비 조직력이 갖춰지면 공격은 아무렇게나 해도 어느 정도 득점은 된다”고 말했다. 추 감독이 추구하는 수비 조직력을 정립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김동욱이었다.

◆ "공을 오래 잡는다? 그럴만한 이유 있다"

정작 자신은 우승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지만 김동욱의 활약이 없었다면 오리온이 정상을 밟지 못할 수도 있었다. 시리즈 6경기 중 4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고비마다 3점슛을 폭발,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활약이 얼마나 뛰어났으면 시리즈 MVP 후보로 거론될 정도였다.

코트에서 존재감이 커지면서 예전엔 보기 힘들었던 찬사가 쏟아졌다. ‘이타적인 플레이가 늘었다’, ‘BQ(농구 지능)가 좋아졌다’는 말을 언론이나 팬들이 남긴 댓글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김동욱은 “난 그저 매 시즌 내가 할 것을 했을 뿐인데, 팀 성적이 잘 나오다보니 시선이 바뀐 것 같다”며 “예전엔 결과가 안 좋아서 욕을 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결과가 잘 나와 욕먹을 것도 칭찬이 되더라”고 웃었다.

김동욱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편견 중 하나가 바로 ‘공을 지나치게 오래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해 붙은 수식어이기도 하다. “내가 공을 오래 잡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며 미소지은 김동욱은 “2013~2014시즌, 2014~2015시즌에는 공격이 안 될 때 이를 풀어줄 선수가 없다보니 나라도 공을 오래 갖고 있으면서 리딩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오리온으로 트레이드된 직후 크리스 윌리엄스나 2015~2016시즌 문태종, 헤인즈 등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와 함께 뛸 땐 패스나 수비에 더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공을 오랫동안 소유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김동욱의 말이다. 실제로 추일승 감독은 학창 시절 가드까지 본 경험이 있는 김동욱의 플레이 스타일을 존중했다.

“저는 공격에 욕심이 있는 선수가 아니에요. 그런데 정말 어쩌다 한 번 무리해서 공격하다 실패하면 ‘쟤는 쓸데없이 공격 욕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어찌됐건 제가 슛을 쏴서 골을 넣었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겠죠. 제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BQ가 늘었다는 평가에 대해 김동욱은 "그저 매 시즌 내가 할 것을 했을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 잦은 부상 때문에 붙은 별명, '게으른 천재'

김동욱을 둘러싼 편견은 또 있다. 바로 재능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붙은 별명이 바로 ‘게으른 천재’였다.

아마추어 시절 김동욱은 ‘마왕(마산의 농구왕)’란 별명을 들을 정도로 재능이 탁월했다. 마산고에 다닐 때, 1990년대 후반 고교 무대를 주름잡은 김동욱은 방성윤(34), 정상헌(34·이상 은퇴) 등과 함께 차세대 한국 농구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평가받았다. 정확한 슛과 몸싸움, 돌파, 영리함까지 두루 갖춘 ‘천재형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고려대에 진학한 이후 새 무대에 적응하지 못한 데다 부상까지 겹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프로무대에 진출해서도 발목, 무릎, 눈밑 뼈 등의 부위에 거의 매 시즌 부상을 당해 온전한 몸으로 코트를 누빌 수 없었다. 예전보다 움직임이 느려진 것을 본 팬들은 ‘비시즌 때 훈련을 게을리했기에 동작이 느려진 것’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김동욱은 “몸 관리도 실력이라고 하는 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부상을 당하길 원하는 선수는 없다. 훈련 중이나 경기 중에 당하는 부상이 대부분인데, 이런 걸로 욕을 먹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어쨌거나 많은 연봉을 받고 뛰는 선수이기에 감수해야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코트에서 열심히 뛰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김동욱은 컨디션이 좋았던 지난 비시즌 동안 해외 전지훈련, 산악훈련 등 구단의 모든 트레이닝을 성실하게 소화했다. “마음속으로 ‘제발 다치지만 말아다오’라는 주문을 외울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았다”고 회상한 김동욱은 정규시즌 준수한 성적을 낸 데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으로 떠나간 팬심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 지난 3월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프전 6차전 3쿼터서 역습에 이은 득점에 성공한 후 승리를 예감한 듯 환호하고 있는 김동욱.

◆ '기복'의 관점이 달라 생긴 편견, 마음고생 있었다

‘신은 김동욱에게 농구를 잘 할 수 있는 재능을 줬지만 기복도 함께 줬다.’

실제로 김동욱의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한 경기 성적이 좋아도 그 다음 경기에서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는 이야기다.

김동욱은 이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팬들과 자신의 관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난 공격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다”고 입을 뗀 그는 “팬들의 입장에선 전 경기에서 20점을 넣었다면 다음 경기에서도 20점을 넣어야 기복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다음 경기에서 5점만 넣었더라도 리바운드나 어시스트 등 다른 부분에서 공헌하면 전 경기와 비슷한 활약을 펼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은 보통 ‘득점’을 기복의 기준으로 삼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팀이 이기는 게 먼저라고 보기 때문에, 그날 컨디션이 좋은 선수에게 밀어줄 수 있다. 아무리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매 경기 20점 이상 넣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물론 코트에서 잘 하는 모습만 보여줬다면 기복이 심하다는 말을 듣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항상 잘할 수만은 없어요. 잘했을 땐 잠잠하다가 못했을 때 금방이라도 잡아먹힐 것처럼 욕을 먹었어요. 이 부분이 가장 서운했어요.”

▲ 김동욱은 "팬들은 보통 '득점'을 기복의 기준으로 삼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격에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 "남은 선수생활 동안 안좋은 이미지 벗고 싶다"

이렇게 김동욱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이 커지면서 그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인 쪽으로 잡히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기를 할 때 심판 판정에 불만을 쏟아내기 마련인데, 김동욱이 심판에게 대들면 유독 ‘성질머리 고약한 선수’, ‘위아래도 없는 선수’라는 소리를 들었다. “선수로 뛰면서 ‘편견’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 김동욱은 “내가 팬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돼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몇 년을 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이미지를 꼭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심판 판정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승부욕이 강한 그의 성격 때문이다. 김동욱은 “승부의 세계에서 2인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농구는 승부욕을 불태우는 것이다. 어떡해서든 이겨야 직성이 풀린다”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김동욱은 다가오는 새 시즌을 기다리는 고양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지난 시즌 가족 단위로 경기장을 많이 찾아오셨는데, 그 응원의 힘을 받아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올 시즌에 더 많이 오셔서 힘을 주신다면 2연패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 김동욱 프로필

△ 생년월일 = 1981년 8월 14일
△ 체격 = 194㎝ 100㎏
△ 출신학교 = 마산회원초-마산동중-마산고-고려대
△ 주요 경력
- 2000년 제3회 아시아연맹 농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 2001년 제3회 세계연맹 농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 2005~2006년 서울 삼성 썬더스
- 2006년 5월~2008년 상무 농구단
- 2008년 10월~2011년 12월 서울 삼성 썬더스
- 2011년 12월~2015년 9월 고양 오리온스
-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농구 국가대표
- 2015년 9월~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 수상 경력
- 1996년 제33회 춘계연맹전 남중부 미기상
- 1999년 제29회 추계연명전 남고부 우수상
- 2011년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기량발전상
- 2011년 스포츠토토 한국농구대상 식스맨
△ 프로 통산 성적(정규리그 기준)
- 총 384경기 = 경기 당 25분35초 출전, 8.0득점, 2.4 리바운드, 2.3어시스트, 0.9스틸

[취재후기] 김동욱에게 농구는 롤러코스터다. 중·고등학교 때 정점을 찍었지만 대학 입학 후 땅으로 꺼졌고, 프로에서 기회를 잘 잡아 다시 올라갔지만 FA 이후 다시 꼬꾸라졌다. 이번에 두 번째 우승을 경험하면서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처럼 또 언제 내리막길을 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미 많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경험한 만큼, 이제는 김동욱에게 좋은 날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를 안 좋게 보는 안티팬들이 남은 선수생활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하는 플레이를 보고 골수팬으로 돌아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 김동욱은 "앞으로 몇 년을 더 뛸지는 모르겠지만 팬들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꼭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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