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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13) 신한은행 신기성 감독-정선민 코치, '레알' 아닌 '진짜' 위해 혁신을 혁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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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13) 신한은행 신기성 감독-정선민 코치, '레알' 아닌 '진짜' 위해 혁신을 혁신하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4.27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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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지도체제로 의기투합...대표급 즐비했던 '레알'은 잊고, 선수 구성에 맞는 '진짜' 리빌딩 선언

[200자 Tip!]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은 딱 들어맞았다. 2007년부터 여자프로농구 6년 연속 통합우승을 일궈냈던 인천 신한은행은 2015~2016 시즌 5위로 추락하며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레알 신한'으로 천하를 호령했던 신한은행이었기에 충격은 컸다. 이제 신한은행도 리빌딩이 필요해졌다. 과거 영광을 함께 했던 선수들은 더이상 없다. 신한은행의 명가 재건과 혁신을 위해 고향 인천으로 돌아온 신기성(41) 감독과 친정팀에 복귀한 정선민(42) 코치가 의기투합했다.

[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연극이 끝나고 난 뒤 관객이 우르르 빠져나간 극장은 적막하다. 신한은행의 홈 코트인 인천 도원체육관도 시즌이 끝나자 고요함에 빠져들었다. 가뜩이나 조용한 인천 구도심이라 더욱 그렇다.

▲ 지난 시즌까지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코칭스태프로 활약했던 신기성 감독(왼쪽)과 정선민 코치가 인천 신한은행의 부활을 위해 뭉쳤다. 인천 토박이인 신기성 감독은 고향 연고팀에서 첫 감독을 맡았고 정선민 코치 역시 현역시절 전성기를 보냈던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신한은행까지 침묵에 빠져들 수는 없다. 2015~2016 시즌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신한은행 선수들은 6개월 후부터 벌어질 새 시즌을 대비해야 한다. 신한은행은 부천 KEB하나은행 코칭스태프로 있던 신기성 감독과 정선민 코치를 발빠르게 영입하며 리빌딩에 나섰다.

훈련은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신기성 감독과 정선민 코치는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현재 체력훈련은 전문 트레이너의 지시를 받으며 이뤄지고 있다. 신 감독과 정 코치는 한발 물러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앞으로 어떤 전술을 짜고 어떻게 선수단을 운영할 것인가를 구상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데려올 2명의 선수들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신기성 감독과 정선민 코치가 생각하는 지향점은 같다. 더이상 '레알 신한은행'이라는 말은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영광은 그저 옛 추억으로만 묻어두고 전혀 다른 팀을 만든다는 것이 리빌딩의 시작점이다.

◆ 당장 성적 아닌 새로운 팀 만들기, 신한은행과 뜻이 맞았다

신한은행은 한국 여자농구를 이끌어왔던 현대(현대산업개발)를 인수해 만들어진 팀이다. 실업농구부터 현대는 늘 강팀이었다. 신한은행 역시 전주원, 정선민, 하은주에 강영숙, 강지숙 등 대표급 선수들을 모두 데려와 여자프로농구를 평정했다. 스타급 선수들을 끌어모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주름잡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이름을 따서 '레알 신한은행'으로 불렸다.

그러나 과거 영광을 함께 했던 선수들은 더이상 없다. 마지막 챔피언에 올랐던 4년 전 멤버 가운데 주전급은 최윤아와 김단비 정도다. 많은 선수들이 떠났기 때문에 이젠 어린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며 새로운 신한은행을 만들어야 할 때다.

▲ 여자프로농구 명문 인천 신한은행의 지휘봉을 잡게 된 신기성 감독은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팀 리빌딩을 통한 꾸준히 강한 팀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신한은행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신기성 감독은 "신한은행처럼 우승을 많이 한 명문구단이 초보 지도자인 내게 팀을 맡겼다는 것은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뜻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직 젊기 때문에 신한은행과 잘 맞을 것 같아 정선민 코치와 마음을 굳혔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기성 감독은 이제 처음으로 사령탑에 오르게 된다. 신한은행으로서도 '초보 감독'에게 팀을 맡기는 것은 큰 부담이다. 신기성 감독 역시 신한은행이라는 명문팀을 맡는 것은 큰 도전이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신한은행의 제의를 받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준비가 100% 완벽하게 되어 있는 상황에서 팀을 맡는 감독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며 "지도자라면 항상 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름 지도관이 있고 팀을 맡게 되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경험이 부족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경험을 갖고 감독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선민 코치와 함께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오는 과정이 다소 순탄치 않았다는 것이 마음 한구석에 걸린다. 이미 박종천 감독과는 얘기가 됐고 '축하한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선수들에게 채 얘기를 꺼내지 못한 상태에서 언론에서 먼저 인천행 보도가 나온 것이다. 그것도 포스트시즌을 앞둔 시점이어서 더욱 민감했다.

신기성 감독은 "아직 정식계약을 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마음의 동요가 심했다. (김)정은이 같은 선수들은 눈물을 쏟기도 했다"며 "다행히도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갔으니 선수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언론에서도 충분히 사실 취재를 한 것이었겠지만 꼭 그 시점이었어야만 했는지 아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정선민 코치도 "KEB하나은행에 있으면서 첼시 리와 많이 친했고 잘 붙어다녔는데 신한은행으로 떠난다고 하니까 너무 서운해하더라"며 "그래도 친정팀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편했다. 마치 집에 온 것처럼 느낌도 좋다. 선수 시절 함께 했던 (최)윤아나 (김)단비도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 정선민 코치는 '레알 신한은행'을 이끌었던 최윤아, 김단비 등과 함께 다시 뭉쳤다. 정선민 코치는 "신한은행에 오니 마치 집에 온 것처럼 편하다"며 기뻐한다.

◆ 고향으로 온 신기성-친정팀으로 온 정선민의 의기투합?

신기성 감독은 산곡북초등학교와 농구 명문 송도중과 송도고까지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인천에서 다닌 토박이다. 정선민 코치도 현역 시절 신한은행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KEB하나은행에서 1년 반을 함께 했다고는 하지만 둘의 조합은 왠지 어색해 보인다. 실제로 신 감독과 정 코치 모두 현역 시절에 단 한 차례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신기성 감독이 신한은행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정 코치를 선택했다.

신기성 감독은 "KEB하나은행에서 함께 코칭스태프로 있으면서 농구를 보는 관점이나 가치관이 나와 잘 맞아 떨어졌다. 파트너로서는 적임자라고 생각했다"며 "정선민 코치에게도 '신한은행에서 기량을 화려하게 꽃피웠으니 후배들에게 베푸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의했고 정 코치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 신 감독은 "정선민 코치에 대해 '후배들을 무시한다', '드세다'는 확인되지 않은 선입견이 있다. 내가 겪어본 정 코치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유쾌하고 외향적인데다가 직접 남자들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 함께 어울리고 대화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매우 놀라면서도 보기 좋았다. 여자팀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여자코치를 찾기보다는 마음도 잘 맞는 정 코치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정선민 코치 역시 신기성 감독에 대해 엄지를 치켜올린다. 신기성 감독(1975년생)과 정선민 코치(1974년생)는 사실상 동년배나 다름없다.

정선민 코치는 "선수 때는 TV로만 봤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KEB하나은행에서 함께 하면서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며 "항상 자신을 낮추면서도 마음이 열려있는 대인배같은 사람이다. 또 자신이 배운 것을 공유할 줄도 안다. 지도자로서 역량이 탁월하기 때문에 앞으로 정말 훌륭한 감독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신기성 감독이 인천 신한은행 선수들의 훈련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신기성 감독은 아직 선수들의 훈련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선수들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 레알 시절은 완전히 잊어라, 신한은행을 새롭게 개조한다

정선민 코치는 신한은행의 '레알 시절'을 이끌었던 주역이었다. 정선민이 신한은행에서 마지막으로 뛰었던 2010~2011 시즌 주전 멤버들이 최윤아, 김단비, 강영숙, 전주원, 하은주, 진미정 등이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과 같았다. 하지만 더이상 그만한 멤버를 꾸리기는 어렵다. 새로운 판을 짜야 할 시기다.

이에 대해 정선민 코치는 '레알 신한'은 더이상 없다고 못박는다. 정선민 코치는 "사실 '레알 신한은행'의 멤버 구성은 시쳇말로 '사기급'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 여자농구 역사에 그런 선수 구성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며 "예전의 '레알 신한은행'의 이미지를 팬들이 계속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바람에 선수들도 '레알'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젠 잊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 코치는 "신한은행의 성적이 급락하게 된 것은 팀을 이끌었던 선수들이 이른 시간에 은퇴를 하고 중간급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가면서 일어난 현상"이라며 "중간급 선수들이 계속 남아 있었다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될 수 있었을텐데 최윤아, 김단비 같은 어린 선수들이 순식간에 고참이 돼 그 뒤를 받쳐줄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 신한은행의 문제점"이라고 진단했다.

정선민 코치가 본 또 다른 지적사항은 선수들의 자신감 결여다. 정 코치는 "신한은행에 다시 와서 윤아와 단비를 봤을 때 '레알 신한이라는 중압감에 그동안 너무 힘들었겠다'는 생각부터 했다"며 "예전의 '레알 신한'으로 팀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들의 잠재력과 개인 자질은 뛰어나기 때문에 충분히 좋은 팀으로 만들 수는 있다"고 밝혔다.

▲ 정선민 코치는 인천 신한은행의 지난 시즌 추락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레알 신한은행'의 옛 영광은 추억으로만 묻어두고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데 신기성 감독과 뜻을 함께 한다.

신기성 감독 역시 뜻을 함께 한다. 신 감독은 "하은주, 신정자 등 높이를 담당해줬던 선수는 더이상 없다. 곽주영이 있긴 하지만 혼자서 높이를 부담할 수는 없다"며 "신한은행에 가장 잘 맞는 농구는 '스피드 농구'라고 생각한다. 공격도 수비도 빠르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신 감독은 현역 시절 '총알 탄 사나이'라고 불릴 정도로 빠른 농구를 선호했다. 스피드 농구를 접목시켜 신한은행을 새로운 팀으로 바꿔보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신 감독은 체력훈련에 중점을 둔 사천 전지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빨리 그리고 많이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신 감독은 "공격을 전개하거나 수비를 할 때도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코트에 있는 5명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만큼 많이 뛰고 패스워크도 좋아야 한다. 상대 수비가 정리되기 전에 공격을 전개하는 얼리 오펜스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국인 선수도 빠른 농구에 적응할 수 있는 선수들을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기성 감독은 "초보 지도자의 경우 의욕만 너무 앞세우다가 스스로 망가지곤 한다. 모두가 경험이 없어서 생기는 일"이라며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지도관이 있고 팀을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구상이 있다. 의욕만 앞서서 하기보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싶다. 물론 코치와 얘기도 많이 나누고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하나하나씩 새로운 신한은행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 신기성 감독은 높이를 버리고 스피드를 중요하게 하는 '빠른 농구'로 인천 신한은행을 변화시키겠다고 다짐한다. 정선민 코치 역시 현재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강팀의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각오다.

■ 신기성 프로필
△ 생년월일 = 1975년 4월 30일
△ 출신학교 = 인천 산곡북초등학교-송도중학교-송도고등학교-고려대학교
△ 주요 경력
- 1998년~2005년 원주 TG삼보 선수
- 2005년~2010년 부산 KT 선수
- 2007년 아시아남자농구선선수권 국가대표
- 2010년~2012년 인천 전자랜드 선수
- 2012년 MBC 스포츠플러스 농구해설위원
- 2013년 고려대학교 농구부 코치
- 2014년 부천 KEB하나은행 여자농구단 코치
- 2016년 인천 신한은행 감독
△ 수상 경력
- 1999년 프로농구 신인선수상
- 2005년 프로농구 최우수선수상, 베스트5

■ 정선민 프로필
△ 생년월일 = 1974년 10월 12일
△ 출신학교 = 산호초등학교-마산여자중학교-마산여자고등학교
△ 주요 경력
- 1993년 SKC 선수
-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국가대표
-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세계여자선수권 국가대표
- 1999~2000년 시애틀 스톰 선수
-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국가대표
-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세계여자선수권 국가대표
- 2003~2006년 천안 KB국민은행 선수
- 2006년~2011년 안산 신한은행 선수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세계여자선수권 국가대표
- 2011~2012년 청주 KB국민은행 선수
- 2012~2013년 산시 신루이 선수
- 2014년 부천 KEB하나은행 여자농구단 코치
- 2016년 인천 신한은행 코치
△ 수상 경력
- 1994년 농구대잔치 신인상
- 1996년 농구대잔치 최우수선수상
- 1997년, 1999년, 2007년 아시아여자선수권 우승
- 1998년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우수선수상, 득점상, 베스트5
- 1999년 여자프로농구 최우수선수상, 겨울리그 득점상, 리바운드상
- 2000년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최우수선수상, 베스트5
- 2001년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최우수선수상, 득점상
- 2002년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최우수선수상, 우수수비선수상, 자유투상, 베스트5
- 2008년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 득점상, 베스트5
- 2009년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베스트5
- 2010년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MVP, 윤덕주상, 베스트5

[취재후기] "왕년에는 내가 잘 나갔었는데 말이지"라는 말을 하는 사람치고 현재 잘나가는 사람은 없다. 옛 영광이나 영예에 빠져 있다가 현재를 망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세상사가 다 그렇다. 그런 점에서 '레알'을 버리려는 신한은행의 시도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여겨진다. 과거의 영광은 그저 하나의 역사만으로 남겨두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제대로 된 선택이다. 6개월 후 새 시즌에 '레알'이 아닌 '진짜' 신한은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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