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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8) '리우 반란' 꿈꾸는 무명 레슬러 김승학, 고독한 싸움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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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8) '리우 반란' 꿈꾸는 무명 레슬러 김승학, 고독한 싸움은 시작됐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3.14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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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한봉 감독 격려 속에 지옥훈련…김현우-류한수 잇는 레슬링 간판으로 성장 다짐

[200자 Tip!] 한국 레슬링의 올림픽 역사는 화려하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가 대한민국 올림픽 1호 금메달을 획득하는 신기원을 연 이후 2004년 아테네 대회까지 7연속 올림픽 금메달행진을 이어갔다. 박장순, 심권호, 정지현, 김현우 등 많은 스타들이 배출됐다. 올해 생애 첫 올림픽 출전권을 노리는 김승학(23·성신양회). 레슬링계에서 그리 이름이 알려진 선수는 아니지만 기량 향상 속도가 빨라 리우 올림픽행 티켓은 물론 입상까지도 넘보고 있다. 리우의 깜짝 업어치기를 꿈꾸는 신예 레슬러의 외침은 불암산 자락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태릉=스포츠Q(큐)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조금 더 붙어서 빠르게 파고들어!”

레슬링복을 입은 선수들이 연신 거친 숨을 몰아치는 서울 태릉선수촌 다목적체육관. 조금이라도 느슨한 플레이가 나오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선수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안한봉(48)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국가대표팀 감독의 지휘 아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둔 대표선수들이 실전과 같은 지옥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 김승학이 태릉선수촌 다목적체육관에서 세계 정상에 서겠다는 다짐을 담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독 몸집이 작은 선수가 눈에 띈다. 바로 최경량급인 그레코로만형 59㎏급 김승학이다. 안 감독의 호각 소리에 맞춰 연신 매트를 구른 그는 땀을 비 오듯 흘렸다. 매일 하는 사점(Dead point)훈련이지만 할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힌다.

“안 해본 사람은 이 고통을 몰라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지요.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근육)이 당기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요. 나중에는 몸이 저절로 움직이게 돼요.”

아직 실감이 나진 않지만 선수로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에 멈출 수 없는 김승학이다. 그는 “지난해 선수촌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적응도 안 되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기에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며 웃어보였다.

◆ 최경량급, 기술 걸기 쉽지만 당하기도 쉽다

김승학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처음부터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국내외 대회를 뛰며 경험을 늘리면서 조금씩 성장했다.

인천 검암중학교 1학년 때 교내 특별활동을 통해 레슬링에 입문한 김승학은 인천 대인고교 2학년 시절인 2009년 문체부장관기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김승학은 2012 독일 그랑프리대회를 제패한 뒤 2014년 전국체전 금메달, 지난해와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 1위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 매일 반복되는 사점훈련. 온 몸이 자기 것이 아닌 것 같은 고통이 따르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기에 멈출 수 없는 김승학이다.

김승학은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대학 재학 때 주위 사람들이 ‘너는 레슬링 체질이다. 기본기만 잡으면 된다’는 말을 했다”며 “그 말이 참 힘이 됐다. 힘들어도 레슬링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최경량급인 59㎏급 출전을 위해 몸을 만들고 있는 김승학은 유연성과 탄력, 순발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한봉 감독도 “기술은 나무랄 데가 없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몸놀림이 빠른 만큼 구사하는 기술도 다양하다. 앞목잡아돌리기와 업어치기, 안아뛰기가 김승학의 주특기다. 허리 태클도 잘 건다.

많은 장점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보완할 점도 있다. 같은 체급 선수들보다 힘이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안 감독은 “힘과 체력을 보강한다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분발을 당부했다.

59㎏급은 상대의 몸이 가볍기 때문에 기술을 걸기 쉽지만 반대로 걸리기도 쉽다. 상대 역시 빠르게 기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한 번에 큰 점수를 뺏길 수 있기에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김승학은 “강인한 체력이 바탕이 돼야 집중력도 높아질 수 있다. 내 체력의 한계치를 높이기 위해 지옥훈련도 불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승학은 "한수형과 현우형 같은 선배가 있어 선수촌 생활을 잘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 롤모델은 류한수, 갖고 싶은 별명은 '리틀 킴'

매일 치열한 훈련이 펼쳐지는 가운데 선배들이 든든하게 이끌어준다면 큰 힘이 생길 터. 태릉선수촌에는 김승학에게 동기부여가 될 선배들이 많다. 그는 “사람 복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류한수(28)와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제패한 그랜드슬래머 김현우(28·이상 삼성생명)가 바로 김승학의 조력자들이다.

김승학은 “한수형은 내가 봐도 정말 멋있는 선수다. 자기관리를 정말 잘하시고 운동 시간에 항상 맨 앞에서 분위기를 이끌면서 나에게 ‘힘내라’며 기운도 북돋워준다. 내 롤모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현우에 대해서는 “훈련 중에 내가 힘들어할 때 ‘네가 이거 한 번만 더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말해주신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김현우 형의 뒤를 잇는다는 의미로 ‘리틀 킴’이라는 별명이 붙었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 김승학이 생애 첫 올림픽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는 이달 15일 카자흐스탄에서 개막하는 아시아 시니어 선수권대회다.

◆ 경쟁자들 만만치 않지만 아시아 예선서 리우행 티켓 딴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올림픽과 같은 큰 무대에서 승산이 있다.

김승학은 자신이 올림픽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쿠바의 보레로 몰리나와 동메달을 획득한 북한의 윤원철을 꼽았다. 아들 모두 몸놀림이 빠르고 기술도 다양해 까다로운 상대다. 김승학은 올림픽에서 이들을 8강 이후에 만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올림픽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첫 기회가 바로 오는 18~20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아시아지역 올림픽 예선이다. 이 대회에서 걸려 있는 리우행 티켓은 단 2장. 최소 결승에 진출해야 리우행을 확정짓게 된다. 여기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다면 4월 22~24일 몽골 울란바토르, 5월 6~8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각각 열리는 세계예선 1, 2차 대회를 노려야 한다.

김승학은 “아시아 예선대회를 앞두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훈련 중에도 지난 경기 비디오를 보며 바테르를 잡고 있다”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네가 최고다’라고 말씀해주신다. 그 말에 힘입어 더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1차 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승학 프로필

△ 생년월일 = 1993년 2월 17일
△ 체격 = 165㎝ 62㎏
△ 소속팀 = 성신양회
△ 출신학교 = 인천 검암중-인천 대인고-한국체대
△ 혈액형 = B형
△ 주요 경력
- 2012년 세계주니어레슬링선수권대회 대표
- 2013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 대표
- 2013년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표
- 2015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
- 2015년 세계선수권 대표
△ 수상 경력
- 2012년 독일 그랑프리 그레코로만형 55㎏급 1위
- 2012년 세계주니어선수권 그레코로만형 55㎏급 5위
- 2013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 그레코로만형 55㎏급 2위
- 2013년 세계주니어선수권 그레코로만형 55㎏급 14위
- 2013년 뉴욕 애슬레틱클럽 인터내셔널 그레코로만형 55㎏급 2위
- 2014년 전국체전 그레코로만형 59㎏급 1위
- 2014년 스페인 그랑프리 그레코로만형 59㎏급 5위
- 2015년 국가대표 선발전 그레코로만형 59㎏급 1위
- 2015년 아시아선수권 그레코로만형 59㎏급 5위
- 2015년 스페인 그랑프리 그레코로만형 59㎏급 3위
- 2015년 세계선수권 그레코로만형 59㎏급 7위
- 2016년 국가대표 선발전 그레코로만형 59㎏급 1위

[취재후기] 김승학은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 동안 잘 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른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강훈련을 온몸으로 버틴 뒤 근육을 충분히 쉬게 해주는 게 매우 중요하단다. 하지만 김승학은 멈출 수 없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휴식시간까지 할애해 매트를 구르는 그에게 올림픽 메달이 얼마나 절실한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 김승학에게 2016 리우 올림픽은 '도전의 무대'다. 그는 "올림픽에 처음으로 나간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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