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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5) 쌍둥이복서 임현철에게 리우는 한풀이 무대, 동생 몫까지 '거침없이 어퍼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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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5) 쌍둥이복서 임현철에게 리우는 한풀이 무대, 동생 몫까지 '거침없이 어퍼컷'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2.19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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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은메달 뒤 근성 강화…부상으로 올림픽 도전 좌절된 동생 임현석 응원 힘입어 자신감 충전

[200자 Tip!] 2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뼈아픈 실패를 맛봤던 한국 복싱의 ‘신흥 강자’ 임현철(21·대전대)에게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한풀이 무대다. 어린 나이에 복싱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본 임현철은 우선 다음달 23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리우행 티켓을 획득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불의의 부상으로 올림픽 도전 기회를 놓친 쌍둥이 동생 임현석의 응원을 받아 한국 복싱의 28년 '노 골드'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태릉=스포츠Q(큐)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평소에는 운동에만 집중하다가도 리우 올림픽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보면 가슴이 쿵쾅거려요. 이제 정말 올림픽이 눈앞에 왔다는 생각이 들지요.”

순박한 외모의 스물한 살 국가대표 복서는 자신이 출전할 가장 큰 무대가 될 리우 올림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직 실감이 나진 않지만 올림픽 무대를 매일 떠올리기에 긴장의 끈을 풀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임현철이 태릉선수촌 내 체력단련장에서 복싱 글러브를 끼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국제복싱협회(AIBA) 라이트웰터급(64㎏) 세계랭킹 10위인 임현철은 지난해 매우 바쁜 1년을 보냈다. 실전 경험을 높이기 위해 국제대회 출전 횟수를 늘렸다.

성과는 좋았다. 그는 지난해 루마니아 골든벨트컵에서 2위, 독일 세미스트리컵에서 3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올림픽을 앞두고 상승세를 탔다. 비록 세계선수권대회 2회전 탈락으로 리우행 티켓을 조기에 따내진 못했지만 국제대회 경험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기에 의미 있었던 한해였다.

◆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한 '그날'의 패배

“어머니께서 경기장에 직접 오셔서 본 첫 경기가 아시안게임 결승이었는데,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하고 말았어요. 너무 억울해서 아직도 그 경기가 기억납니다.”

임현철에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아쉬움과 억울함으로 기억되는 대회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에 출전해 결승까지 올랐지만 끝이 좋지 않았다. 당시 임현철은 결승에서 태국의 마수크 우티차이에게 일방적으로 펀치를 날렸지만 심판진은 2-1로 우티차이의 손을 들어줬다.

임현철은 “어머니께서 몸이 불편하셨기 때문에 그동안 경기를 보러 오실 수 없었다. 그런데 이날은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체육관까지 찾아오셨다”며 “어머니께 처음으로 보여드린 경기였는데 석연찮은 판정으로 져서 화가 났다. 아시안게임 준우승에 대한 아쉬움을 아직까지 떨쳐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임현철을 지도하고 있는 박시헌(51) 복싱 대표팀 감독도 당시 석연찮은 판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박 감독은 “정말 잘 싸웠다. 경기 내용이 좋았는데 판정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거기서 우승했더라면 선수 본인이 더 업그레이드 돼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인 (함)상명이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저는 은메달에 머물렀습니다. 그 차이가 크더라고요. 1등과 2등의 차이가 크다는 걸 그때 새삼 깨달았지요. 그 뒤로 더 악착같이 훈련했습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때 1등을 했던 선수들을 보면 운동해야겠다는 욕구가 더 솟아올랐어요(웃음).”

▲ 섀도 복싱을 하고 있는 임현철.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을 앞두고 매일 이미지 트레이닝을 펼치고 있다.

◆ 태극마크 달고 나서 커진 꿈, 올림픽 제패

이처럼 임현철은 복서에게 반드시 필요한 승부욕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처럼 불타는 승부욕을 보였던 건 아니었다.

대전 동산중학교 2학년 때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복싱에 입문한 임현철은 2013년 국가대표가 됐을 때까지도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대한 야망을 품지 않았다. ‘남들 하는 만큼만 하는 선수’로 머물려 했단다.

하지만 매일 지옥훈련을 소화하는 선수들을 보며 자신도 더 큰 꿈을 꾸게 됐고 국제대회에 대한 목표도 세웠다. 임현철은 “막상 태릉선수촌에 들어오고 나니 생각이 확 바뀌더라. 중학교 2학년 때 참가한 첫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그때 희열감을 느꼈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으니 국제대회에서 승부를 보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 자신과 약속한 임현철은 자신의 복싱 스타일인 인파이터 기질을 더욱 기르려 노력했다. 처음 복싱을 시작했을 땐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멘탈 훈련을 반복한 결과,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펀치 임팩트를 키우려 노력한 끝에 아시안게임 은메달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 '약속의 땅' 리우에서 1등이 되고픈 임현철.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아쉬움을 지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링 위에 혼자 오르지만 항상 함께 있다는 마음으로

리우 올림픽에서 임현철이 금메달을 갈망하는 이유는 또 있다.

쌍둥이 동생인 임현석(라이트급)이 어깨 부상으로 지난해 12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 불참, 태극마크를 달 기회를 놓쳐 리우행이 좌절됐기 때문.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한순철에게 밀려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연달아 메이저대회 출전 문턱을 넘지 못한 동생이 안타까울 터. 동시에 ‘올림픽에서 동생 몫까지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다.

임현철은 “동생도 충분히 실력이 좋다. 나보다 잘하는데, 마지막 한 고비를 못 넘기더라”며 “대회만 다가오면 부상을 당하거나 체중을 못 빼거나 컨디션 난조를 보인다. 감독님들은 ‘둘이 같이 나가면 의지가 되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하셨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못했다. 그래도 아직 젊기에 앞으로 기회는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태릉선수촌에 함께 있었을 때 매우 큰 위안이 됐다며 아쉬움을 삼킨 임현철이다.

이어 “요즘 동생이 나에게 ‘자신 있느냐. 내 몫까지 해라’고 부담을 주는데, 장난 식으로 말해도 큰 힘이 된다.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매일 전화로 운동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고 동생이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이 반대이기에 서로에게 뼈 있는 조언을 할 수 있다. 임현철은 오른손잡이인데 임현석은 왼손잡이다. 또 동생은 형과 달리 아웃복서라 플레이 스타일이 정 반대다.

“어렸을 때부터 서로 다른 것을 해보려 애썼어요. 그게 지금 와서 효과가 큰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동생에게 ‘요즘 아웃복서 중에 이런 선수가 있는데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느냐’라고 물어보면 아웃복서의 단점을 자세하게 이야기해줘요.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이고요. 서로 실력이 안 좋았다면 믿음이 가지 않았을 테지만, 동생이 잘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많이 도움 됩니다.”

▲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임현철. 임팩트가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날마다 힘을 기르고 있다.

◆ 인파이터에 유리한 채점 규정, 허나 방심은 없다

동생의 응원에 힘입어 다음달 23일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을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는 임현철은 또 하나의 호재에 웃음짓고 있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공격적인 선수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도록 채점 규정이 바뀌었다. 저돌적인 인파이터인 임현철에게 유리할 수 있다. 대전체고 시절 전교회장을 맡을 정도로 주도적인 성격이 강한 임현철은 이를 복싱에 그대로 녹이려 한다. 박시헌 감독도 “네 식대로 하라”고 지지해줬다고 한다. 박 감독의 한마디에 더 확신이 생긴 임현철이다.

상황이 임현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건 맞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임현철은 “어택 커버가 떨어질 때가 있고 공격 역시 정확하게 안 들어갈 때가 있다. 아직 올림픽까지 기간이 남았으니 하나하나 고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시헌 감독 역시 “상대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카운트 펀치가 조금 부족하다”며 “손만 가지고 때리는 타법이 돼서는 안 된다. 이것만 보완하면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단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 게 목표입니다. 솔직히 아직 올림픽이 와 닿지 않아요. 떨리고 두려운 마음도 듭니다. 4년 전 런던 대회에 출전했던 (한)순철이 형도 많이 떨렸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뿐만 아니라 복싱 대표팀 선수들 모두가 열심히 훈련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비장한 각오로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임현철 프로필

△ 생년월일 = 1995년 5월 12일
△ 체격 = 173㎝ 64㎏
△ 출신학교 = 대전 동산중-대전체고-대전대
△ 혈액형 = AB형
△ 주요 경력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복싱 국가대표
- 2015년 태국 아시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 수상 경력
- 2011년 전국체육대회 남고부 밴텀급 2위
- 2013년 전국체육대회 남고부 라이트웰터급 1위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라이트웰터급 은메달
- 2015년 루마니아 골든벨트컵 라이트웰터급 은메달
- 2015년 독일 세미스트리컵 라이트웰터급 동메달
- 2015년 태국 아시아선수권대회 라이트웰터급 동메달

[취재후기] 어린 나이에 복싱의 단맛과 쓴맛을 봐서인지 임현철은 매우 솔직한 화법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림픽이 기대된다기보다 ‘두렵다’, ‘무섭다’는 표현을 했다. 가식이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니 미리 준비한 질문보다 즉석에서 던진 질문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감정 표현이 확실한 임현철이 올림픽에서도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후회 없이 쏟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임현철은 "떨리고 두려운 마음이 든다"며 올림픽을 앞둔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비장한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고 승부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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