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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4) 여자탁구 귀화스타 전지희, '무한열정'으로 빚는 도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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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4) 여자탁구 귀화스타 전지희, '무한열정'으로 빚는 도전의 가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2.15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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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강행군 소화한 뒤 맞는 첫 올림픽…"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 펼칠 것"

[200자 Tip!] 한국 탁구가 세계 최강으로 군림한 중국에 밀린 지 꽤 오래됐지만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 여자 단식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랭킹 14위 전지희(24·포스코에너지). 중국 출신 귀화 선수다. 지난해 가장 많은 대회에 나서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그는 지난달 양하은(22·대한항공)과 짝을 이뤄 국제탁구연맹(ITTF) 헝가리오픈과 독일오픈을 연속 제패하며 올림픽 메달을 향해 한 걸음 더 전진했다. 1년 동안 급성장하며 자신감을 충전한 전지희의 시선이 지구 반대편 '약속의 땅' 리우를 향하고 있다.

[태릉=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 오든 당황하지 않고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애 첫 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답이다. 아직 올림픽 무대를 밟은 적이 없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결전 무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전지희가 탁구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태릉선수촌 승리관에서 리우 올림픽 필승을 다짐하는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몸에 무리가 왔기 때문. 전지희는 “무릎 상태가 안 좋아 체력훈련과 하체 근력을 기르는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전체적인 힘이 떨어진 것 같다”며 “지금은 체력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2월에 대회를 치른 뒤 공백기 때 보강운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릉선수촌 승리관에서 인터뷰하는 와중에도 양 무릎에 아이싱을 하고 있었다.

국가대표 여자탁구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박상준(42) 코치는 “무릎이 좋지 않아 전체 훈련량의 70%만 소화하고 있다. 미니게임은 모두 치르지만 체력 훈련을 소화하진 못하고 있다”고 걱정하면서도 “강문수(64) 총감독님이 스파르타 훈련으로 유명하다. 어떻게 하면 메달을 딸 수 있는지 아시는 분이기 때문에 2월 보강운동을 통해 체력이 올라가면 경기력도 충분히 향상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 올림픽 출전권 따기 위한 강행군, 그 자체가 '도전'이었다

전지희에게 지난해는 강행군의 연속이었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족적도 남긴 1년이었다. 그는 지난해 ‘가장 많은 대회와 경기를 소화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ITTF에 따르면 전지희는 그랜드 파이널 전까지 단식 51경기, 복식 34경기를 치렀다. 아시아와 유럽, 남미 대륙을 오가며 출전한 대회만 24개(오픈대회 18개, 국내대회 5개, 유니버시아드대회). 숨 돌릴 틈이 없는 강행군이었다.

이렇게 많은 대회를 치러야할 이유가 있었다. 바로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대한탁구협회가 2015년 10월 ITTF 랭킹 기준으로 리우 올림픽 대표 3명을 조기에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전지희는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야 올림픽 여자 단식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2015년 1월 기준으로 전지희의 세계랭킹은 30위. 국내 선수 중 3위였지만 안정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순위 상승이 절실했다.

▲ 전지희(오른쪽)가 실전 훈련에 몰입하고 있다. 훈련 파트너는 렛츠런파크 소속 박영숙.

랭킹 포인트를 쌓기 위해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한 전지희는 잇따라 승전고를 울리며 자신감을 축적했다. 지난해 3월 스페인 오픈을 시작으로 8월 체코 오픈 준우승, 9월 아르헨티나 오픈과 칠레 오픈 우승 등 눈부신 성과를 이뤘다. 그 결과 지난해 초 30위였던 세계랭킹이 지난해 12월 12위까지 올라갔다. 올림픽 출전권 역시 거머쥘 수 있었다.

전지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회를 뛰면서 정신력이 강해졌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치른 게 성적이 잘 나온 원동력이다. 특히 패색이 짙은 경기를 뒤집었을 때 자신감이 높아졌다. 그렇게 이긴 경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활짝 웃었다.

◆ 16세에 결정한 한국행, 탁구 향한 남다른 '열정' 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서효원(29·렛츠런파크), 양하은과 함께 한국 여자탁구 ‘빅3’로 자리매김했지만 전지희의 탁구 인생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중국 허베이성 랑팡 출신인 전지희는 중국 주니어대표팀까지 지냈지만 더 올라가진 못했다. 성인 등록 선수만 3000만명에 달하는 중국에서 국가대표가 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하면 큰 대회를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선수로서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이때 전지희에게 한국이 눈에 들어왔다. 전지희가 진로 문제로 고민하던 때가 16세인 2008년이었는데, 유럽 국가로 귀화하려면 만 18세가 돼야 했다. 홍콩 역시 7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했고 싱가포르 국적으로 귀화하는 절차도 까다로웠다.

하지만 한국은 이에 대한 제약이 많지 않았다. 전지희는 “공백기 없이 탁구를 계속하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아버지의 친구인 재중 한인동포의 양녀로 입적해 한국생활에 적응했다”고 말했다.

▲ 지난해 많은 대회를 소화한 전지희는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모든 훈련을 100% 소화하고 있진 못하고 있다. 2월 휴식기를 이용해 보강운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렇게 한국땅을 밟은 전지희는 2년간 한국 드라마를 보며 낯선 언어를 배웠고 2011년 일반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됐다. 하지만 그는 ITTF 귀화선수 규정에 묶여 3년간 국가대항전에 나서지 못했다. 빗장이 풀린 2014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혼합복식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3년은 오히려 쉽게 기다릴 수 있었어요. 귀화시험을 친 뒤 행여 떨어질까 마음 졸인 시간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운동은 제 의지가 있으면 잘 할 수 있지만 귀화시험 결과를 제 의지대로 바꿀 수는 없잖아요. 시험에 최종 합격한 뒤에는 ‘이제 탁구에만 전념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편했어요(웃음).”

◆ "생애 첫 올림픽, 부족한 부분 다듬어 목표 달성할 것"

한국 국가대표가 된 뒤 2014 아시안게임, 2015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비롯해 각종 투어에 참가하면서 실전 경험치를 쌓은 전지희는 지난해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랜드 파이널에선 단식 4강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 맹활약으로 대한탁구협회 선정 2015년 최우수선수에 뽑힌 전지희는 이제 자신의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올림픽 무대에서 어떤 요소가 성패를 가를까. 전지희는 심리적인 부분을 들었다. 그는 “아무리 강한 상대와 붙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며 “마음속에서 벌써 지고 들어가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코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떤 상황이 오든 당황하지 않고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 탁구를 계속하기 위해 한국으로 귀화를 망설이지 않은 전지희는 "귀화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기술적인 부분도 다듬어야 한다. 전지희는 “왼손잡이이기에 때릴 수 있는 각이 넓다. 특히 오른손잡이 선수와 경기를 할 때 이점을 발휘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 파워가 약해 내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박 코치님께서도 힘을 기르라는 주문을 많이 하신다. 또 몸을 더 민첩하게 움직이라고 말씀하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출전하는 무대인만큼 실수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수를 최대한 줄여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입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치면서 목표를 달성하겠습니다.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 동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전지희 프로필

△ 생년월일 = 1992년 10월 28일 (중국 태생 / 2011년 한국 귀화)
△ 체격 = 159㎝ 56㎏
△ 소속팀 = 포스코에너지 여자탁구단
△ 혈액형 = B형
△ 주요 경력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 수상 경력
- 2013년 코리아 오픈 여자 복식 준우승
- 2013년 전국선수권대회 혼합복식 준우승
- 2013년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준우승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혼합복식 동메달
-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혼합복식 금메달, 여자 복식 동메달, 여자 단체전 동메달 
- 2015년 스페인 오픈 단식 우승
- 2015년 체코 오픈 단식 준우승
- 2015년 아르헨티나 오픈 단식 우승
- 2015년 칠레 오픈 단식 우승
- 2016년 헝가리 오픈 여자 복식 우승
- 2016년 독일 오픈 여자 복식 우승

[취재후기] 전지희의 ‘롤 모델’은 그와 같이 중국에서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한 펑티안웨이(30·싱가포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단식 동메달리스트인 펑티안웨이 역시 모국의 높은 벽을 넘기 위해 귀화의 길을 택했다. “상상 이상의 노력을 하는 선수”라고 펑티안웨이를 떠올린 전지희는 “힘든 길을 택한 선배가 있었기에 귀화를 준비하면서 외롭지 않았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펑티안웨이 언니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제는 전지희 본인이 귀화를 두고 갈등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롤 모델 역할을 할 때가 됐다. 전지희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는 선수로 남길 기대해 본다.

▲ 자신의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둔 전지희는 "강한 상대와 맞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경기를 치르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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