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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15) 유도 재일동포 3세 김림환, 리우행과 바꾼 '진짜 강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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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15) 유도 재일동포 3세 김림환, 리우행과 바꾼 '진짜 강자의 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5.19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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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행 실패했지만 포디엄 '애국가의 꿈'은 더 크고 제대로..."도쿄올림픽 땐 가만 있지 않아요"

[200자 Tip!] 유도는 리우 올림픽에서 양궁과 함께 한국의 메달 사냥을 쌍끌이할 효자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남자 대표들이 기대를 모은다. 세계랭킹 1위가 73㎏급 안창림과 90㎏급 곽동한, 2위가 60㎏급 김원진, 66㎏급 안바울이니 서정복 한국 유도대표팀 총감독이 "기대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당연하다. 이들을 더 강하게 만드는 '언성 히어로'들이 있다. 재일동포 3세 김림환(24·렛츠런파크)이 대표적이다. 치열한 경쟁 끝에 안바울에게 리우행 티켓을 넘겨줘야 했지만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2020 도쿄 올림픽을 목표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태릉=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지난 10일 강원 양구서 열린 제55회 전국유도선수권. 리우 올림픽 파견 국가대표 최종평가전을 겸한 이 대회에서 김림환은 66㎏급 1인자 안바울을 잔뜩 긴장시켰다.

▲ 재일동포 3세 김림환은 66㎏급에서 안바울 다음 가는 강호다.

3회전에서 안다리후리기 유효패를 안겨 안바울을 패자부활전으로 밀어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결승에서 1차전 지도패, 2차전 조르기패로 물러났지만 박수를 받고도 남았다. 안바울은 “기술이 많이 노출돼 힘들게 우승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제유도연맹(IJF) 랭킹 34위인 김림환은 재일동포 3세다. 지난해 3월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3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이었던 순천만국가정원컵 우승으로 이름을 알리더니 4월엔 터키 삼순 그랑프리에서 정상에 오르며 애국가를 울렸다.

리우 영광을 꿈꾸는 '어제의 경쟁자'인 올림픽대표의 파트너로 태릉선수촌에서 땀방울을 쏟고 있는 김림환을 만났다. 삼순 그랑프리 금메달 이야기로 말문을 열자 그는 "시상대 제일 위에서 애국가를 듣고 싶다고 꿈꿔왔는데 드디어 해냈다"며 "진짜 진짜 기뻤다"고 활짝 웃었다.

◆ "강해지고 싶어 택한 유도, 오직 한국만 생각했다"

“일본에서 유도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한국만 생각했어요.”

김림환은 도쿄제일초, 아이하라중, 니타고, 도카이대를 졸업했다. 림환은 수학자인 아버지 김철부 씨가 지어주신 이름으로 독일의 수학자 ‘리만’에서 따왔단다. 그는 아들이 적분, 기하학 등을 정립시킨 위대한 인물처럼 크길 바랐다.

▲ 인터뷰 도중 유도 입문 과정을 떠올리다 웃음보가 터진 김림환. "유도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형을 보고 멋져보였다"고 말했다.

유도에 입문한 계기는 정말 단순하다. 김림환은 “아는 형이 싸우는 것을 보다가 유도 기술로 상대를 제압했는데 그저 멋져 보였다”며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곱 살 때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유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도카이대 졸업반 때인 2014년 3월 강원도 철원서 열린 2차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태극마크의 꿈을 키웠다. 세계랭킹, 국제무대 점수가 없어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 꿈은 무산됐지만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대학 졸업 후엔 당당히 태릉선수촌의 일원으로 자리잡았다.

김림환은 “선수촌 생활 6개월째다. 처음에는 다같이 운동하고, 모든 것을 보고하는 단체 생활이 어려웠지만 이젠 다 적응됐다”며 “(지도자 분들이) 아직 막 이야기하시면 조금 어렵긴 한데 저한테만 천천히 알려주시면 알아듣는 데도 문제가 없다”고 웃었다.

▲ 태릉선수촌 생활 6개월 째. 김림환은 "단체 생활이 쉽지 않았지만 이젠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 "동체급 1위 안바울-재일동포 3세 안창림, 함께 있는 것만으로 공부"

올림픽에는 국가별로 한 체급에 1명만 나설 수 있다. 대한유도회는 IJF 랭킹과 국제대회 성적, 최종선발전 결과 등을 합산해 국가대표를 선발한다. 올해부터 빠르게 두각을 나타낸 김림환이지만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갖춘 안바울을 밀어낸다는 것은 어려웠다.

김림환은 “안바울은 체력이 좋고 하체가 세다. 운동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며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올림픽에 못 가는 것은 아쉽긴 하지만 내가 아직 부족한 거니까 괜찮다”고 말했다.

룸메이트인 안창림의 조언도 피가 살이 된다. 역시 재일동포 3세인 안창림은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차별과 무시를 당한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으로 살아온 점에서 공통 분모가 있다.

안창림은 “아직 림환이 형이 모르는 것이 많아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귀띔했다. 김림환은 "모른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창림이는 세계 1위답게 유도를 연구하는 자세가 돋보인다”며 “도장 안팎에서 조언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 재일동포 3세 안창림과 방을 함께 쓴다는 김림환. 한국인의 자긍심을 품고 사는 이들은 서로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

김림환은 “서정복 감독님, 송대남 코치님의 지도를 받으며 이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공부”라며 “다음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는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안바울도 같은 체급이고 넘어야 할 상대”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 김림환이 느끼는 한일 유도의 차이는

한국과 일본은 리우에서 금메달을 두고 혈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일 유도를 모두 경험한 김림환의 생각도 같다. 그는 “전력은 비슷하다고 본다. 모두 최고의 선수들”이라며 “양쪽 다 올림픽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있어서 가봐야 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가 느끼는 양국의 차이는 무엇일까.

김림환은 “우리나라는 국가대표에서 만족하는 법이 없다. 메달을 강조한다. 일본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한다”며 “그래서 의지와 정신력 측면에서는 한국이 확실히 우위를 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유도대표팀은 오전 5시 30분 기상해 하루 4차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 근력 운동, 장거리 달리기, 산타기 등은 기본. 개인 보충운동도 있다. 태릉에서 가장 운동량이 많은 종목 중 하나로 정평이 나 있다.

김림환은 “일본에서는 체력 운동은 개인적으로 하는 편인데 반해 한국은 선수층이 적어서 그런지 단체로 체력 운동을 한다”며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는데 태릉의 훈련량이 솔직히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 김림환은 "한일 유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체력 훈련과 정신력에 있다"고 말했다.

◆ "부족한 것 투성, 내가 만족하는 유도를 하고 싶다"

꿈은 단순하다. 홀로 뿌리를 찾아 온 이상,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유도선수가 되는 것이다. 김림환은 “궁극적으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 큰일”이라며 자신의 단점을 늘어놓는다.

“국제대회에서 메달 따는 방법은 조금 알아가는 것 같은데 내가 그렸던 유도를 하지 못해요. 이대로 가면 절대로 못 싸워요. 아직 전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보이는 루틴도 없어요. 흉내만 낼 뿐이고. 근육은 부드러워 유연하긴 한데 힘이 약하고 한판 기술도 없고 탄력도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 점을 묻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 했다.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한국 선수들 수준이 워낙 높아요. 업어치기가 외국 선수들한테는 잘 들어가는데 국내에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다 잘하니까요. 한국이 잡기에 능하거든요. 그것도 제 것으로 만들겠습니다. 다른 체급 선수들도 지켜보며 공부하고 있어요.”

리우 올림픽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태극 도복을 입고 1년도 안됐기에 첫술에 올림피언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스스로 보강하고 보완해야 할 것들을 '위시 리스트'처럼 줄줄 꿰고 있는 김림환. 그가 세계 강자로 애국가를 높여가면서 써내려갈 재일동포 신화를 하나씩 주목해보자.

■ 김림환 프로필

△ 생년월일 = 1992년 5월 6일
△ 체격 = 165㎝ 66㎏
△ 출신학교 = 도쿄제일초-아이하라중-니따고-도카이대
△ 수상 경력
- 2014년 여명컵전국대회 금메달
- 2014년 바쿠 그랜드슬램 동메달
- 2015년 칭다오 그랑프리 동메달 
- 2016년 순천만국가정원컵 금메달
- 2016년 삼순 그랑프리 금메달

[취재 후기] “아직 모르는 단어가 많다”고 겸손해 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출신교를 말해달라는 요청에는 “적어볼 게요”라며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펜을 놀렸다. 외모만 놓고 보면 취재원 인상만으로 가장 무서운 축에 속했다. 몇 마디 나눠보니 영혼이 맑은 남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안바울을 긴장시킬 사나이, 김림환을 주목하련다.

▲ 김림환은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그는 "랭킹은 신경쓰지 않는다"며 "본인이 만족하는 유도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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