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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델에서 사업가로, 이호진의 제2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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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델에서 사업가로, 이호진의 제2의 삶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09.06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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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188cm의 큰 키와 호감형의 인상. 어딘가 익숙한 얼굴에 고개를 갸웃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무역 및 투자회사 골드레이드(GOLDRADE)의 이호진 대표이사.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광호’란 이름으로 모델과 연기자로 활동했다. 여전히 포털 사이트엔 개명 전 이름으로 프로필이 등재돼 있다. 2001년 모델로 데뷔해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연기했던 그는 사업가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이상민 기자] 골드레이드 대표이사, ‘화이트쇼콜라’ 코리아·차이나 이사, 지니어스브릭 인터레어 이사, 라이크어유키 이사, 중국 흥창신 무역투자회사 이사…. 이호진 이사는 국내외 다양한 영역에서 책임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사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 “서른까지만 해보라”던 연예활동, 승승장구하던 시절

큰 키와 잘생긴 외모 덕에 학창시절 막연히 연예인을 꿈꾸긴 했다. 서울에 놀러갔다가 길거리 캐스팅으로 수많은 명함을 받기도 했다. 한 기획사에서 모델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를 통해 회사에 들어가게 되며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아들이 하나인 사업가 집안이라 이호진 이사의 부모는 연예계 데뷔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모델 활동을 시작하면서 약속한 것이 있었다. 딱 서른까지 활동해 보라는 것. 이후로는 가족의 사업을 도왔으면 좋겠다는 게 집안의 뜻이었다.

“데뷔를 하고 나니 탄탄대로였어요. 데뷔하자마자 신인모델상도 받고, 드라마 출연도 하게 됐으니까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들을 얻었어요.”

모델 데뷔 이듬해인 2002년 신인모델상을 수상하고 2003년엔 베스트 모델상을 받았다.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각종 쇼 모델과 화보 촬영을 하며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고 배우 지인의 돌잔치에 놀러갔다가 감독의 눈에 띄어 영화 ‘공필두’도 찍었다.

이렇듯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던 때 적신호가 켜진 것은 예상에 없던 일이었다.

 

◆ 예상에 없던 공백기로 우연히 시작한 마케팅, 의외의 소질 발견

즐겁게 20대 초중반을 보내던 중, 공백기가 생겼다. 기획사 간 분쟁에 휘말려 연예 활동을 3년여간 쉬게 된 것.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휴식은 힘들었다.

“가진 건 없으면서 겉멋만 들었던 때였죠.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연예 활동을 시작하면서는 절대 도움받지 않겠단 약속을 했던지라 부모님께 말씀도 안 드렸고요. 잘되고 있다고만 말씀을 드렸죠.”

그때 접하게 된 것이 마케팅이었다. 연예 활동을 쉬고 있자니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해 왔다. 의료 마케팅, 프랜차이즈 오픈, 투자 유치 관련 프레젠테이션 등 다방면에서 경험을 시작했다.

그런데 의외의 소질을 발견했다. 당시 홍보이사가 하는 일을 그대로 했더니 기존의 책임자보다도 효율적으로 일을 해냈던 것. 연예 활동을 시작하기 전 아버지와의 했던 약속이 있어 언젠간 집안의 사업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듯 소질이 있는지는 처음 알게 됐다.

“그래도 ‘제 것’, 제 사업이 아니니까 재미가 없더라구요. 그때 마침 가족 여행을 가게 됐는데 그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그동안의 힘들었던 일에 대해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제가 스물아홉 때 부모님께서 그간의 일에 대해 알게 되셨어요.”

이때의 아버지의 조언은 뼈가 되었다.

“아버지께서 ‘너는 연기자로서 절실하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연예계엔 정말 절실한 친구들이 많은데 저는 그 정도가 아니어서 성공할 수가 없단 말을 하셨는데 강렬하게 와닿았죠. 저희 아버지께선 연예계에 대해 전혀 모르세요. 그런데도 아버지께서 보시기에도 제가 절실하지 않아 보였나 봐요. ‘너 감독님 앞에서 무릎 꿇어본 적 있니?’ 그런 질문들을 하시는데, 그동안 제가 연예 활동에 그렇게까진 절실하지 않았단 걸 깨달았어요. 그때 생각했죠. 연기, 사업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은 no였어요. 사업을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이후 일 년 반 정도 경영을 열심히 공부했다. 경영학적 공부는 물론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회의 참관도 해 보며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솔직히 연기는 지금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다르단 걸 알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은 연기지만, 잘할 수 있는 일은 사업이에요. 그걸 아버지 덕에 깨달았죠. 20대 때 남들 못 해 본 거 다 누려봤으니 이제 사업을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 멘토 아버지의 가르침 “돈보다 사람” “사람을 진실하게 대하라”

무역 회사 골드레이드는 다방면의 사업과 연계돼 있다. 현재 이사를 맡고 있는 강남 뷰티숍 ‘라이크어유키’는 14년 동안 알고 지낸 유키 원장이 파리로 유학을 떠나며 그에게 믿음으로 맡긴 것이다.

뷰티숍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사업은 뷰티나 엔터테인먼트 쪽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한‧중 합작의 커피숍 프랜차이즈, 한류 콘텐츠 사업 등 다방면의 아이템을 다룬다. 이는 “사업은 어느 영역이든 흥미롭다”는 그의 생각 때문이다.

이호진 대표가 사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사람’이다.

“전 돈 욕심 안 부려요. 저희는 무역투자회사이기 때문에 수많은 제안이 들어와요. 어차피 기획서는 다 똑같은 내용이에요. 리스크는 적고 예상 이익은 크죠. 제가 보는 건 사람이에요. 나이도 어리고 아무것도 없는 제게 왜 사업을 제안하셨냐, 그 질문을 하죠. 사람 대 사람 간 진실하게 소통하는 게 우선이에요.”

돈보다 사람을 중요시 여기고, 보다 ‘사람을 진실하게 대하라’는 내용은 아버지가 준 가르침이다.

“사업을 하다 사이가 틀어지는 건 욕심 때문이에요. 아버지께선 제게 양보하는 자세도 가르쳐 주셨어요. 손해를 봤을 때 내가 더 껴안겠단 생각을 하면 문제가 안 생긴다고요.”

이호진 대표가 유치원생일 때부터 아버지는 그의 멘토였다. 부부싸움도 한 번 없고 주말은 꼭 가족과 함께 보내는 모습에서 가정의 화목을 깨달았고 그처럼 되고 싶어졌다. 사업 면에서도 아직은 아버지의 덕을 보는 면이 많지만 결국에는 아버지만큼 성공적인 사업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취재후기] 이호진 이사의 인터뷰 중 가장 와닿았던 건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은 다르단 걸 알았다. 좋아하는 일은 연기지만, 잘할 수 있는 일은 사업이다”란 말이었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해 자신을 의심하고 힘들게 사는 이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좋아하는 일을 즐겨본 후 잘하는 일을 찾은 몇 없는 행운을 갖게 된 사람이다. 연기와 사업 중 어느 한 가지를 택하는 게 갈등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도 아직 궁금해요. 제가 지금 택한 길이 최선의 답일지 아닐지. 하지만 적어도 이건 분명해요. 지금 하는 사업은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란 거예요.”

그는 현재 세계 시장에 발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이런 자신감과 재능을 바탕으로 한다면 안 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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