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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G 종합2위', 또 하나의 라이벌 이란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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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G 종합2위', 또 하나의 라이벌 이란에 묻는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10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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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전략종목 겹쳐…축구 등 구기종목 외 격투기 종목서 맞대결 예고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개막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한국이 5회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할 수 있느냐다. 스포츠 강국 중국이 범접할 수 없는 1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종합 2위는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과 경쟁에서 1위나 다름없는 자리다.

1986년 서울 대회와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종합 2위를 달성했던 한국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3위로 떨어지긴 했지만 1998년 방콕 대회부터 2010년 광저우 대회까지 다시 종합 2위를 유지해왔다. 역시 2위 경쟁 상대는 일본이었다.

그러나 종합 2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맞대결 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 메달 경쟁에서도 승리해야만 가능하다. 이 가운데 아시아 4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란은 한국에 큰 걸림돌이다.

한국과 이란은 메달 전략종목이 겹친다.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등 남자 구기종목과 함께 태권도, 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에서 한국과 이란이 나란히 강세다.

레슬링은 이란이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438개의 메달 가운데 가장 많은 125개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태권도에서도 실력이 급성장, 종주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란은 태권도에서 금메달 8개를 비롯해 모두 32개를 수확했다. 이란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3개의 금메달을 거둬들여 한국과 중국에 이어 종목별 메달 순위 3위에 올랐다.

◆ 남자축구 28년만의 금메달, 이란 악연 끊어라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후 한국 남자축구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것은 이란과 악연 때문이다. 정상에 도전하는 한국축구를 막아선 것은 언제나 이란이었다.

사실 1986년 서울 대회 때도 이란의 벽을 만나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8강전에서 이란을 만났던 한국은 박창선의 페널티킥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 39분에 동점골을 내줬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기고 4강에 오른 뒤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1990년 베이징 대회 4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0-1로 져 결승에 오르지 못한 한국은 2002년 부산 대회 4강전에서도 이란을 만나 이영표의 실축 속에 승부차기에서 3-5로 져 다시 한번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2006년 도하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3~4위전에서 만났다. 도하 대회에서는 연장 후반 9분에 결승골을 내줘 0-1로 졌고 광저우 대회에서는 1-3으로 뒤지고 있다가 후반 32분 박주영의 추격골과 함께 후반 43분과 후반 44분 지동원의 동점골과 역전 결승골로 극적인 4-3 승리를 따냈다.

남자축구가 아시안게임에서 28년만에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서는 이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한국은 A조, 이란은 H조에 편성되어 있어 두 팀 모두 각 조 1위로 16강에 오를 경우 결승에서나 만날 수 있다. 이란은 베트남, 키르기즈스탄과 H조에 편성되어 있어 2연승으로 1위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한국이 자칫 사우디아라비아의 덫에 걸려 A조 2위로 16강에 오른다면 4강전에서 이란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이란은 16강전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인도, 요르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G조의 2위팀과 16강전을 치르고 8강에서도 북한, 중국만 아니면 무난하게 4강에 오를 전망이다. 조별리그에서도 단 두 경기만 치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크게 유리하다.

반면 한국은 자칫 A조 2위로 미끄러질 경우 우즈베키스탄과 16강전 맞대결을 벌일 수 있다. 8강에서는 일본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이란과 결승에서 만나 그 악연을 끊고 28년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A조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농구·배구·핸드볼, 만만찮은 이란의 장신 벽

남자농구와 남자배구, 남자핸드볼에서 이란의 도전이 거세다.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란은 아시안게임 남자농구에서 단 한차례도 결승까지 오른 적이 없다. 동메달 세차례에 그쳤다. 이마저도 동메달 2개는 2006년과 2010년 대회에서 따냈을 정도다. 그동안 이란 남자농구는 아시아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6년 도하 대회를 계기로 이란 남자농구가 본격적으로 깨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은 도하 대회 당시 이란과 조별리그에서 75-89로 완패했다. 그 결과 한국은 8강전에서 중국과 만날 수밖에 없었고 4강에 오르지 못해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이란이 일본을 꺾고 4강에 올라 동메달을 차지한 것과 큰 차이였다.

반면 광저우 대회에서는 이란을 만나지 않은 덕분에 중국과 결승전을 치를 수 있었다.

남자농구에서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농구는 중국 외에도 이란을 비롯한 중동세를 넘어야 한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해 열린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도 이란에 65-76으로 완패했다. 이란은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에서도 1승을 거두는 등 한국보다 앞선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남자배구 역시 이란의 장신벽을 넘어야 한다.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던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던 이란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도 일본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아시아 배구의 새로운 강호로 자리했다.

이란 배구는 올해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란은 배구 월드리그 최종 라운드까지 올라 4위를 차지하더니 한국이 1승 4패로 대회를 마감한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남자선수권에서 조별리그 1라운드 4승1패의 전적을 거두며 조별리그 2라운드까지 올랐다. 이란은 조별리그에서 프랑스에만 1-3으로 졌을 뿐 미국, 이탈리아 등 배구 강호들을 모두 물리쳤다.

이에 대해 박기원 감독은 "공격과 블로킹의 차원이 다르다. 높고 파워가 있다"며 "이란이 공격할 때 수비가 안전하게만 움직여서는 답이 없다. 용감한 판단과 결단, 사전 예측으로 공을 때리기 전에 미리 자리를 잡아야만 이란을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이 한국을 위협하는 또 다른 종목은 남자 핸드볼이다. 남자 핸드볼은 아프리카와 유럽 출신 귀화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운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의 강한 도전을 받고 있지만 중동세를 이끄는 것은 유럽 못지 않은 강한 체력과 장신을 자랑하는 이란이다.

2006년 당시만 해도 중동의 텃세 정도로만 여겼지만 한국 남자 핸드볼의 전력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이란은 발전을 거듭했다. 올해초 아시아남자선수권에서도 이란과 24-24로 비기는 등 힘든 경기를 펼치며 5~8위전으로 밀려나며 4회 연속 정상 도전에 실패했다. 이란은 이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최근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이란과 마지막 경기를 펼쳤다. 1986년부터 2002년까지 5회 연속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 남자 핸드볼은 2006년 도하 대회 당시 중동의 텃세에 밀려 결승 진출에 실패한데다 3~4위전에서도 이란에 27-31로 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이란과 결승전에서 32-28로 이겨 정상에 복귀했다.

◆ 레슬링·태권도, 이란과 최대 격전

이란과 벌일 가장 뜨거운 경쟁은 격투기 종목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한국과 이란의 공통 강세 종목인 레슬링과 태권도에서 더욱 뜨겁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금메달 49개를 따내 58개의 이란에 뒤져 있을 정도로 레슬링은 이란의 강세 종목이다. 한국 역시 레슬링을 금메달 획득이 가능한 우세종목으로 올려놓고 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9개를 따내는 동안 47개를 1986년 서울 대회부터 2006년 도하 대회까지 거둬들였다. 한국 레슬링은 5개 대회 연속 레슬링 종목 메달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그 사이 이란은 무려 7개의 금메달을 거둬들였다.

당시 한국은 은메달 3개와 6개의 동메달에 그쳤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이란에 당했다. 남자 자유형 84kg급에서 이재성은 자말 미르자에이에게 0-7로 완패했고 남자 그레코로만형 60kg급의 정지현과 84kg급의 이세열 역시 각각 오미드 노루지와 탈렙 네마트푸르와 결승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남자 74kg급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이윤석도 준결승에서 사데기 구다르지에게 져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경우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광저우 대회에서 노골드에 그쳤던 한국 레슬링의 명예 회복의 기회다. 하지만 역시 전통적으로 레슬링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외에도 이란의 벽을 넘어야만 한다. 레슬링에서 되도록 많은 금메달을 따야만 종합 2위가 보장된다.

태권도 역시 이란의 도전이 거센 종목이다. 1986년 서울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은 모두 47개의 금메달을 거둬들이며 종주국의 위치를 확고히 했지만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이란에 의해 그 지위가 다소 흔들리고 있다.

광저우 대회에서 한국 태권도가 거둬들인 금메달은 4개. 중국도 4개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은메달에서 한국이 4-2로 앞서 가까스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 대회에서 모두 3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이란이 태권도에서 따낸 금메달이 8개인 점을 비교해보면 급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이란 태권도는 2002년 대회부터 한국의 발목을 계속 잡아왔다. 이란은 2002년 대회와 2006년 대회에서 모두 한국 선수를 상대로 승리하며 1개씩의 금메달을 따냈다.

2002년 대회에서는 72kg 이하급에서 하디 사에이가 이재신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이란은 2명이 결승에 올랐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한국 선수와 맞붙었고 1승 1패로 호각세를 이뤘다.

2006년 대회에서도 84kg 이하급의 유세프 카라미가 박경훈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고 84kg 이상급에서는 메흐디 나바에이가 김학환에게 져 은메달을 따내 역시 1승 1패를 이뤘다.

하지만 이란은 2010년 대회 결승에서 한국과 세 차례 맞붙어 2승 1패로 우세했다. 68kg 이하급과 87kg 이하급에서 각각 장세욱과 박용현을 꺾고 금메달 2개를 수확했다.

여자 태권도 역시 장족의 발전을 거두고 있다. 광저우 대회에서 62kg 이하급의 노은실이 나헤레흐 마세마니에게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이란의 여자 태권도는 광저우 대회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가져가며 만만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란은 격투기 종목에서 한국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종주국인 가라테에서도 이란은 9개로 일본(23개)에 이어 가장 많은 금메달을 수확하고 있다.

이밖에 이란은 역도에서도 강세다. 중국과 이란의 강세 속에 한국 선수단은 역도 종목을 금메달 획득이 어렵거나 소수인 약세 종목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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