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진종오, 개인전 2관왕으로만 그랜드슬램 '인천에서 화룡점정'
상태바
진종오, 개인전 2관왕으로만 그랜드슬램 '인천에서 화룡점정'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12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월드컵 파이널 개인 2관왕 기록…아시안게임만 남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피스톨 킹' 진종오(35·KT)가 세계사격선수권 개인전에서 2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며 개막까지 일주일 남은 인천 아시안게임 전망을 더욱 밝혔다.

진종오는 11일(한국시간) 스페인 그라나다 라스 가비아스의 후안 카를로스 1세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2014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 결선에서 200.3점을 기록, 유스프 디케즈(터키)에 2.3점 앞서며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진종오는 지난 9일 50m 권총 개인전에서 60발 합계 583점으로 34년만에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이번 대회 두번째 금메달을 거둬들이며 대한민국을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의 권총황제로서 입지를 굳혔다.

무엇보다도 진종오의 세계선수권 개인전 2관왕 등극은 여태껏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단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한 악연을 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 진종오는 월드컵 파이널과 아시아선수권, 올림픽에 이어 세계선수권에서도 개인전 2관왕에 오르며 세계적인 총잡이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제 목표는 단 한 차례도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지 못한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2관왕에 오르면 메이저 5개 대회 개인전 2관왕의 대기록을 쓰게 된다. [사진=스포츠Q DB]

◆ 큰 경기 약하다는 징크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서 털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진종오는 큰 경기에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테네 올림픽 50m 권총 은메달이 그 단적인 예였다. 당시 진종오는 본선에서 567점을 쏘며 1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마지막 발에서 6.9점을 쏘는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다 잡았던 금메달을 놓치고 은메달을 따냈다. 물론 은메달도 귀중한 것이었지만 마지막 발 실수는 그에게 가슴을 칠만한 것이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눈 감고 쏴도 그것보다 낫겠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 경기에 약하다는 징크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훌훌 털어버렸다. 10m 공기권총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영점을 조정한 진종오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따내지 못했던 50m 권총 종목에서 기어코 금메달을 따내는 집념을 보였다.

방콕에서 열린 '세계총잡이들의 왕중왕전' 월드컵 파이널에서도 50m 권총 금메달을 따내며 2008년을 최고의 해로 보낸 진종오는 이듬해 중국 우시에서 열린 월드컵 파이널에서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메이저대회 2관왕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진종오는 2010년 세계선수권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당시 독일 뮌헨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에서 10m 공기권총 개인전 동메달에 그쳤던 그는 50m 권총 단체전 금메달과 10m 공기권총 단체전 동메달로 위안을 삼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50m 권총 단체전과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지만 정작 50m 권총 개인전에서는 후배 이대명(26·KB국민은행)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진종오는 아시안게임에서 따냈던 금메달 2개는 모두 단체전에서 따냈을 뿐 정작 개인전에서는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에 그쳤다.

▲ 진종오(왼쪽)가 11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제51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사격대표팀 김선일 코치와 함께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사진=대한사격연맹 제공]

◆ 런던 올림픽 2관왕으로 명실상부한 '피스톨 킹'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큰 경기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깨는 대회였다면 2012년 런던 올림픽은 개인전 2관왕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월드 피스톨 킹'에 오르는 대회였다.

시작도 좋았다. 2012년 1월 벌어진 아시아사격선수권에서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개인전 종목에서 모두 중국 선수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하며 2관왕에 올랐다.

50m 권총에서는 라이벌 장티안(중국)에 5.2점이나 앞선 668.0점을 쐈고 10m 공기권총에서는 왕지웨이(중국)에 6.5점이나 앞선 689.6점을 쐈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아시아선수권의 상승세를 탄 진종오는 런던 올림픽에서도 개인전 2관왕에 올랐다.

10m 공기권총 마지막 발에서 10.8점을 쏘며 금메달을 따낸 진종오는 50m 권총에서도 최영래(32·청주시청)과 접전 끝에 금메달을 따내며 2연패에 성공했다.

진종오는 50m 권총 종목에서 대한민국 공기권총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개인전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는 선수가 됐다.

월드컵 파이널과 올림픽, 아시아선수권까지 모두 개인전 2관왕 퍼레이드를 펼친 진종오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개인전 2관왕에 올라 메이저 5개 대회 가운데 4개 대회 '개인전 2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 진종오가 11일(한국시간)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세계사격선수권 50m 권총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10m 공기권총 개인전에 이어 2관왕에 오른 뒤 시상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국제사격연맹 홈페이지 캡처]

◆ 부담은 천배됐지만 아시안게임 악연 끊는다

진종오는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파이널, 아시아선수권 등의 개인전에서 모두 10개의 금메달을 거둬들였지만 정작 2002년 부산 대회부터 나선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진종오에게 아시안게임은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벌써 우리나라 나이로 36세이기 때문에 몸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고서는 정상의 기량을 유지할 수 없다. 다행인 것은 세계사격선수권을 통해 정상의 기량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특히 국제사격연맹은 지난해 룰을 완전히 바꿨다. 그동안 본선에서 쏜 점수와 결선에서 쏜 점수를 합해 개인전 메달을 가리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본선에서 최대한 높은 점수를 받으면 그만큼 우승하기가 쉬웠다. 그러나 지난해 본선에서 기록한 점수를 초기화시키고 새롭게 결선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본선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정상급 선수가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하기도 한다.

진종오 역시 "규정이 바뀌고 나서 처음으로 치러지는 아시안게임이기 때문에 관중들은 흥미롭겠지만 정상급 선수들은 모두 개정된 룰을 반대한다"며 "본선에서 세계신기록을 내고도 결선에서 메달권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 규정은 바뀌었으면 한다"고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진종오는 세계사격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연달아 치를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냈다. 14일 귀국해 아시안게임에 본격 대비하는 진종오는 20일 50m 권총 종목을 시작으로 첫 메달 사냥에 나선다.

세계선수권 2관왕으로 진종오의 부담은 더 늘어났다.

진종오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개인전 2관왕을 차지했지만 아시안게임이란 목표가 남았기 때문에 나태해질 수 없다"며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아시안게임에 대한 부담감이 백배가 됐다고 했는데 2관왕에 오르면서 이젠 천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종오는 과녁 한가운데에 집중한다. 그가 2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무서운 집중력과 함께 즐기면서 경기에 임하는 그의 긍정적인 자세 덕분이었다.

진종오는 10m 공기권총 우승을 차지한 뒤 인터뷰에서 "사실 본선에서는 좋지 않았지만 결선에 가면서 집중을 해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며 "2위 선수에겐 미안하지만 즐기면서 쐈다. 다른 선수들이 부진한 탓에 내가 편안하게 우승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진종오와 호흡을 맞춰온 김선일 사격대표팀 코치도 "진종오가 본선에서는 사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결선에서 그답게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상대가 진종오를 의식해 자멸한 것도 있었다"며 "국제대회에서 마지막 발을 여유있게 지켜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웃었다.

진종오는 아시안게임 악연을 끊으면서 그 누구도 세우기 힘든, 아니 앞으로도 불가능할 수도 있는 개인전 2관왕 '슈퍼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한국 사격계는 진종오라면 무난히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 진종오는 평소 컨디션 유지를 위해 외국을 갈 때면 이코노미석 대신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정도로 자기 관리에 엄격하다. 세계사격선수권과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자기 관리가 철저한 프로의식을 갖고 있는 진종오라면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달성할 것이 기대되고 있다.

■ 진종오 국제대회 메달 획득 현황

대회 개인전 단체전
하계올림픽 2004 아테네 50m 권총 은메달 -
2008 베이징 50m 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은메달
2012 런던 50m 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금메달
세계선수권 2010 뮌헨 10m 공기권총 동메달 50m 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동메달
2014 그라나다 50m 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금메달
50m 권총 은메달
10m 공기권총 은메달
월드컵파이널 2008 방콕 50m 권총 금메달 -
2009 우시 50m 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금메달
아시안게임 2002 부산 10m 공기권총 동메달 50m 권총 은메달
2006 도하 10m 공기권총 동메달 10m 공기권총 은메달
50m 권총 동메달
2010 광저우 50m 권총 은메달 50m 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금메달
아시아선수권 2004 쿠알라룸푸르 10m 공기권총 동메달 -
2007 쿠웨이트시티 50m 권총 은메달 50m 권총 은메달
2012 도하 50m 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금메달
10m 공기권총 금메달
50m 권총 은메달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