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광저우 악몽은 없다" 금빛 발차기 선택은 '파워 태권도'
상태바
"광저우 악몽은 없다" 금빛 발차기 선택은 '파워 태권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12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권도 대표팀, 인천 아시안게임서 금메달 6~8개 목표 마지막 구슬땀

[태릉=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어이! (팍) 어이! (팍) 야잇! (팍)" 태릉선수촌 개선관 태권도 체육관에서는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미트(타깃)을 때리는 둔탁한 소리로 요란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한국 태권도 대표팀 선수들이 대회에서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단내나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은 11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필승의 의지를 다지면서 4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악몽은 더이상 없다고 자신했다.

태권도가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한국은 단 한번도 종목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에서 8체급 출전해 금메달 7개를 가져왔고 베이징 대회를 건너뛰고 다시 정식종목이 된 히로시마 대회에서는 남자 8체급 가운데 4체급에만 출전했는데도 전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종목이 처음 채택된 방콕 대회에서도 남녀 각 6체급에 출전해 남자는 모두 금메달을 땄고 여자에서는 금메달 5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이쯤 되니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라고 하면 금메달을 따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녀 태권도 대표팀 12명의 선수들이 12일 태릉선수촌에서 미디어데이를 갖고 금메달 최소 6개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때부터 종주국의 위치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산 대회에서도 남녀 8체급씩 출전해 모두 메달을 가져왔던 한국 태권도가 도하 대회에서는 여자 6체급 가운데 한 체급에서 메달을 가져오지 못하는 이변이 생긴 것.

이어 광저우 대회에서는 금메달 숫자가 남녀 통틀어 4개로 줄었다. 남녀 각 6체급 모두 12명의 선수가 출전해 무려 8개의 금메달을 놓친 것이다.

◆ 강한 체력으로 밀어붙여 자존심 회복한다

한국 태권도는 다시 절치부심, 와신상담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명예회복의 장이다.

한국 태권도는 바뀐 규정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전자호구는 몸통 득점만 판단하고 주먹득점과 얼굴득점은 부심이 판단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회전에 의한 몸통공격은 전자호구가 득점으로 인정한 뒤 부심이 회전 여부를 판단해 추가로 1점을 준다.

이에 대해 코칭스태프는 전자호구에 어떤 위치에서 잘 반응하는지 면밀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센서가 잘 듣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경고와 감점을 주는 룰이다.

겨루기를 하다가 넘어지거나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 경고를 받게 된다. 이 경고가 2개로 쌓이면 감점 1점이 되고 경고 누적이 10회가 돼 5점이 감점되면 자동 실격패가 된다.

이를 위해 한국 태권도는 상대 선수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체력 태권도'로 승부수를 던졌다. 득점을 따낸 뒤 이리저리 피하면서 점수를 지키기보다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상대 선수를 당황하게 해 넘어지게 하거나 경기장 바깥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 이대훈(오른쪽)과 김태훈(왼쪽)이 12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전자 호구를 착용하고 실전 훈련을 하고 있다.

김종기(54) 총감독은 "아시안게임을 대비하는 훈련에서 체력 훈련이 차지하는 비중이 8, 전문 기술 훈련의 비중이 2였을 정도로 체력 위주로 실시했다"며 "2주 동안 태백 선수촌에서 산을 넘고 언덕을 넘으면서 단내나는 훈련을 했다. 그 결과 선수들의 체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총감독은 "죽을 각오로 대회에 임하고 있다. 체력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며 "한국 태권도가 위기라지만 이번 대회에서 최소 6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최대 8개까지 바라본다. 광저우 때 꺾인 자존심을 제대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 만만치 않은 이란·중국·대만에 중앙 아시아도 도전장

김종기 총감독이 최소 6개, 최대 8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고는 하지만 한국 태권도에게 이점은 홈에서 열린다는 것 하나뿐이다. 오히려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일단 선수들의 경험이 미숙하다. 남녀 6체급씩 12명의 대표팀 선수 가운데 5명이 주요 국제대회 입상 경험이 없다. 국제대회에 나간 경험이 없는 선수도 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경험 역시 승패를 가르는 변수이기 때문에 이는 분명 악재다.

게다가 아시아 각국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중국, 이란, 대만, 태국 등 전통적인 아시아 태권도 강국에 최근에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요르단 등이 신예 강국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이 가운데 중국과 대만, 이란은 한국 태권도의 최대 라이벌이다. 만약 한국 태권도가 최소 6개의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내지 못한다면 바로 중국, 대만, 이란에 덜미를 잡히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한국이 광저우 대회에서 종목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은메달 2개의 아슬아슬한 차이였다. 당시 한국이 금메달과 은메달 4개씩, 동메달 2개를 땄고 중국이 금메달과 동메달 4개씩,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이어 이란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로 3위에 올랐다. 특히 이란 선수는 한국 선수와 세차례 결승전을 벌여 2승 1패로 우위를 지켰다.

▲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이 12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미트 타겟을 치른 훈련을 하고 있다.

또 태국과 대만도 각각 금메달 2개씩 거둬들이며 평준화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 광저우 대회 당시의 성적이 인천에서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를 위해서라도 김종기 총감독의 선택은 '파워 태권도', '체력 태권도'일 수밖에 없었다.

김 총감독은 "이란이 우리와 스타일이 비슷하다. 특히 광저우 대회 때는 이란의 힘에 밀려 허둥대다가 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그냥 물러서지 않는다. 상대가 먼저 들어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에이스 이대훈에 차세대 김태훈·여고생 이다빈도 금빛 발차기 준비 끝

대표팀이 꼽는 금메달 후보는 남자 54㎏급 김태훈(20·동아대), 63㎏급 이대훈(22·용인대), 87㎏ 초과급 조철호(23·삼성에스원)와 여자 46㎏급 김소희(20), 53㎏급 윤정연(22·이상 한국체대), 62㎏급 이다빈(18·울산효정고) 등이다.

이 가운데 이대훈은 광저우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노리는 에이스다.

이대훈은 "4년 전에는 막내였지만 어느덧 고참으로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광저우 때는 첫 출전이어서 긴장했지만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인만큼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이대훈은 "고지대에서 빠른 발차기 연습으로 체력 훈련을 했다. 전자호구는 한번 차는 것보다 열번 차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하다"며 "한국이 종합 2위를 하는데 태권도가 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훈이 에이스라면 김태훈은 김 총감독이 꼽는 차세대 에이스다.

54kg급에 출전하는 김태훈의 키는 183cm. 183cm에 54kg면 웬만한 여성으로서도 엄청 마른 체형이다. 그런데 근육으로 무장한 남자 태권도 선수의 체격조건이라면 믿지 않는다.

김 총감독은 "체력 하나만큼은 전체 선수 가운데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대표팀 선수 가운데 이대훈과 함께 가장 성실하고 체력에서도 절대로 뒤지지 않는 선수가 바로 김태훈"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또 김 총감독은 "스타일 자체도 내가 원하는, 끊임없이 상대를 몰아치는 스타일"이라며 "벌써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기대된다. 이미 실업팀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 이다빈(왼쪽)이 12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미트를 때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다빈은 유일한 여고생 대표 선수다.

여기에 여고생 이다빈 역시 주목할만하다. 선발전 첫 경기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이자 국가대표 1진인 김휘랑(23·인천시청)에 13-1 대승을 거둔데 이어 결승전에서는 광저우 금메달을 따낸 노은실(25·삼성에스원)에게도 13-1 완승으로 선발전에 뽑혔다.

왼쪽 정강이를 다치는 바람에 아시아선수권에서는 8강에 머물렀지만 이다빈은 지금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돼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를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