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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돌풍' 노리는 10대들의 두려움 없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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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돌풍' 노리는 10대들의 두려움 없는 도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15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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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정현·태권도 이다빈 등 우승후보…요트 김다정도 최연소 메달 도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종목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보통 스포츠 선수의 전성기는 20대로 꼽는다. 20대 초반은 경험이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체력과 패기로 밀어붙일 수 있고 20대 후반은 경험과 체력, 패기가 조화를 이루는 최고의 시기다. 물론 사격이나 양궁 같은 일부 종목은 30대 이후에서도 최고 전성기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역대 한국 스포츠 역사를 봤을 때 10대의 활약도 눈부셨다. 김연아(24·올댓스포츠)나 손연재(20·연세대)가 국제 무대에서 빛을 발했던 것도 10대였다. 박태환(25·단국대대학원)이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최우수선수(MVP)가 됐던 것도 고교생 신분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10대의 도전이 거세다. 이들 중에는 금메달 후보도 있다. 인천의 바닷바람보다 더 거세고 더 상쾌한 10대 돌풍은 한국 선수단의 5회 연속 아시안게임 종합 2위를 이끌 주역들이기도 하다.

▲ 한국 남자테니스의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는 정현은 윤용일 이후 16년만에 남자 단식 우승을 노린다. 정현은 국내 최연소 챌린저 우승, 메이저대회 예선 승리 등 기록을 써가며 ATP 랭킹 180위에 올랐다. [사진=스포츠Q DB]

◆ 테니스 정현, 16년만에 남자 단식 금메달 도전

정현(18·삼일공고)은 이미 주니어 무대가 좁다. 이미 시니어에서 맹활약 중이다.

한국 테니스의 유망주에서 어느덧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는 정현은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방콕오픈 챌린저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조던 톰슨(호주, 세계 278위)을 2-0으로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정현은 방콕오픈 챌린저 우승으로 국내 남자 단식 테니스 최연소 챌린저대회 우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챌린저보다 낮은 레벨인 퓨처스 대회에서 이미 네 차례나 정상에 올랐던 정현은 어느덧 지난 8일 발표된 ATP랭킹에서 249위에서 180위로 뛰어올라 100위대에 진입했다.

또 정현은 방콕오픈 챌린저에 앞서 참가한 US오픈 테니스에서도 1회전을 통과하며 국내 최연소 메이저 테니스 예선 승리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도전은 2회전에서 멈추긴 했지만 4단식, 1복식,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대만과 데이비스컵 플레이오프에서 12,14일 단식 두 경기를 이기며 1그룹 잔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 테니스는 1998년 방콕 대회 윤용일(41) 이후 16년 동안 남자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역대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는 1986년 유진선(52)까지 2명에 불과하다.

정현이 넘어서야 할 벽은 높다. 중국, 대만, 인도 등 강호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올해 기량이 더욱 급성장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정현의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 진종오, 이대명과 함께 10m 공기권총에 출전하는 김청용은 이미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세계사격선수권 단체전 은메달을 이끌며 아시안게임 단체전 우승의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김청용·김설아, 사격 단체전 입상 주역 될까

사격 종목에서는 전통적으로 '고교생 파워'가 빛을 발했다. 여갑순(40·대구은행)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공기소총 금메달을 땄을 당시 서울체고 2학년생이었고 강초현(32·갤러리아사격단)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여자공기소총 은메달을 땄을 때 유성여고 3학년생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고교생들의 활약이 눈부실 전망이다. 김청용(17·흥덕고)과 김설아(18·창원봉림고)가 그 주인공이다.

이미 이 둘은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세계사격선수권에서 단체전 메달을 따내는 주역으로 활약했다.

김청용은 10m 공기권총에서 '피스톨 킹' 진종오(35·KT), 이대명(26·KB국민은행)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김청용은 종목 예선에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 이대명과 함께 580점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따내는데 힘을 보탰다.

김청용은 아직 고교 2년생으로 사격에 입문한지 3년밖에 되지 않은 대표팀 막내이지만 지난달 18일 중국 난징에서 열렸던 유스올림픽에서도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획득하며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선일(58) 사격대표팀 코치는 "집중력이 탁월하다. 어린 나이임에도 대범함까지 갖추고 있다"며 "대표선수가 되고 나서 기록이 좋아졌다. 진종오 은퇴 후 대를 이을 선두 주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김설아 역시 정미라(27·화성시청), 유서영(19·한국체대)와 함께 출전한 여자 50m 소총 3자세에서 1735점을 합작하며 동메달을 차지하는데 일조했다. 한국 사격이 여자 50m 소총에서 세계선수권 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던 중국과 점수가 3점밖에 나지 않아 단체전 금메달 획득의 희망도 밝혔다.

지난 6월 대표선발전에서 쟁쟁한 실업팀 선배들을 제치고 50m 소총 3자세와 10m 공기소총에 출전하는 김설아는 거창군 사격협회 유소년 육성 프로젝트 1호 엘리트 선수로 창원봉림고 재학 후 급성장세여서 여고생 메달리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여자배구 대표팀 큰 힘

쌍둥이 자매인 이재영과 이다영(이상 18·선명여고)은 여고 배구 최강 선명여고를 이끈 주역이다. 지난 12일 열렸던 V리그 여자 드래프트에서도 이들은 하종화 전 감독의 차녀인 하혜진(18·선명여고)과 함께 1~3순위를 휩쓸었다.

이 가운데 이재영과 이다영은 드래프트 1, 2순위에 지명됐을 정도로 장래가 촉망된다. 이미 여자배구대표팀에도 포함돼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이후 20년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자 배구는 히로시마 대회 금메달 이후 4차례 아시안게임에서 입상에 실패한 도하 대회를 제외하고 모두 중국의 벽에 막혀 은메달에 그쳤다.

히로시마 대회 금메달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이들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는 것은 초고교급의 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레프트 공격수 이재영은 김연경(26·페네르바체)과 함께 왼쪽 공격을 이끌고 있다.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에서 맹활약하며 성인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이재영은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끌었다.

또 이다영은 주전 세터 이효희(34·한국도로공사)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세터로 성장하고 있다. 드래프트 2순위로 수원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은 이다영은 이미 대표팀에서도 제대로 된 세터로 키우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선구 대표팀 감독은 "부상 회복 중인 이효희가 돌아오면 노련한 경기운영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한국 배구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다영도 성인 무대와 국제 무대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경험을 통해 긴장감 속에서도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재영과 이다영을 향해 쏠린 눈은 너무나 많고 뜨겁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어갈 주역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

▲ 태권도 대표팀의 송영건(왼쪽)과 이다빈도 아시안게임 입상에 도전한다. 송영건은 아시안게임이 첫 국제대회 출전일 정도로 경험이 없지만 비밀병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고 이다빈은 쟁쟁한 실업선배를 물리친 여고생으로 금메달 가능성이 높다. [사진=스포츠Q DB]

◆ 태권소녀 이다빈, 첫 아시안게임 금빛 발차기 다짐

여자 62kg급에 나서는 이다빈(18·효정고)은 선수층이 너무 두꺼운 태권도 종목에서 유일한 여고생 선수다.

지난해 주니어 아시아선수권과 올해 코리아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대회 경기 경험을 쌓은 이다빈은 올해 약간 침체를 겪었다.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왼쪽 정강이를 다치는 바람에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8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이다빈은 태권도 대표팀에서 기대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보다. 자신의 기량만 제대로 발휘한다면 금메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이다빈은 이미 대표 선발전에서도 금메달 가능성을 밝혔다. 선발전 첫 경기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이자 국가대표 1진인 김휘랑(23·인천시청)에 13-1 대승을 거둔데 이어 결승전에서는 광저우 금메달을 따낸 노은실(25·삼성에스원)에게도 13-1 완승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다빈과 동갑인 송영건(청주공고) 역시 남자 74kg급에 출전한다. 남자부에서는 대학, 실업 선배들이 워낙 쟁쟁해 고교생 국가대표 선수가 드물었지만 송영건이 아시안게임에 당차게 도전장을 던졌다.

송영건은 지난 7월 국가대표에 최종 선발됐을 때 '내가 1등한 것이 맞나'하고 생각했을 정도로 얼떨떨했지만 패기를 바탕으로 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첫 국제대회이긴 하지만 경쟁자들에게 전력이나 주무기가 노출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깜짝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 김다정, 15세 미만 참가 가능한 옵티미스트서 16년 만에 입상 기대

올림픽에는 없지만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인 요트 옵티미스트는 좀 특별하다.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하고 23세 이하만 출전할 수 있는 남자축구처럼 나이 제한이 있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만 나이 제한이 적용되는 축구와 달리 아예 이 종목 자체가 나이 제한이 있다.

옵티미스트는 15세 미만이 탈 수 있는 1인승 요트다. 어린 선수들만 참가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15세 미만만 참가할 수 있다. 선수들 대부분은 중학생이거나 학교를 좀 일찍 들어간 경우라면 고교생 정도만 출전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 선수단 가운데 최연소 선수가 모두 이 종목에서 나왔다.

박성빈(14)과 김다정(13)은 모두 대천서중에 다니는 중학교 2학년생으로 각각 한국 선수단의 남녀 최연소 선수다. 김다정은 한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로 박성빈(2000년 10월생)보다 3개월 늦게 태어났다. 최고령 선수인 승마 전재식(47·레츠런승마단)과 나이차만도 아빠와 딸 뻘인 34년이다.

요트 옵티미스트는 1998년 방콕 대회에서 남녀 동반 금메달을 딴 이후 단 한 번도 메달을 따내지 못한 종목.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 역시 메달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김다정은 16년만에 메달권 입상을 기대케하고 있다.

보령 청파초등학교 때부터 요트를 타기 시작한 김다정은 올해 해양경찰청장배 전국요트대회와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유망주다.지난 7월 열린 대통령기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김다정은 충남 보령 요트팀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시스템으로 부쩍 성장하고 있다.

충남 보령 요트팀은 보령요트경기장에서 청파초등학교, 대천서중학교, 충남해양과학고, 보령시청의 합동 훈련 시스템을 통해 국내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수년 동안 요트 선수를 육성한 충남 보령 요트팀은 8년만에 대통령기 종합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 김다정은 지난해부터 왕산요트장에서 꾸준히 훈련해왔고 캐나다와 합동훈련에서도 기량을 끌어올려 메달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김다정이 메달을 따낸다면 한국의 아시안게임 역사상 최연소 메달리스트가 된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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