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2:11 (금)
[리우, 희망을 뛴다] (3) 골프한류는 흔들림 없다, 위기 즐기는 '역전의 여왕' 김세영 있으매
상태바
[리우, 희망을 뛴다] (3) 골프한류는 흔들림 없다, 위기 즐기는 '역전의 여왕' 김세영 있으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7.17 1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림픽 골프> LPGA 통산 5승중 연장승리로 3승…부상 회복 박인비 대신 사실상 한국 에이스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 이후 사라졌던 골프가 돌아왔다. 112년 만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올림픽 골프 종목에서 과연 누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자 종목은 제이슨 데이, 애덤 스콧(이상 호주)을 비롯해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브랜든 그레이스(남아공) 등 세계 톱10 가운데 무려 6명이나 지카 바이러스를 이유로 빠져 관심이 떨어졌지만 여자 종목에서는 내로라하는 톱 랭커들이 총출동해 열전이 예고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골프한류'를 이끌어온 태극낭자들이 금메달을 노린다. 다음달 17일(한국시간)부터 20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라 다 티주카의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4라운드로 벌어지는 여자종목에서 한국은 박인비(28·KB금융그룹)와 김세영(23·미래에셋), 양희영(28·PNS), 전인지(22·하이트진로)이 나선다.

◆ 올 시즌 유일한 LPGA 우승 차지한 한국 선수, 김세영에게 거는 기대감

세계랭킹 15위 이내 선수 가운데 한 국가당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3위 박인비와 5위 김세영, 6위 양희영, 8위 전인지가 리우행 국가대표로 뽑혔다.

세계랭킹으로만 보면 박인비가 단연 간판이다. 박인비는 올해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면서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역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연소 명예의 전당 헌액 기록도 세웠고 지난해에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위업도 달성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엄지 손가락 부상 때문에 지난 11일까지도 출전 여부를 확정짓지 못했을 정도로 경기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박인비는 많이 회복돼 올림픽 출전을 선언하긴 했지만 경기 감각 회복 여부는 알 수 없다. 이미 오는 22~25일 벌어지는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까지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박인비가 실전 감각을 조절할 수 있는 대회는 오는 29일부터 벌어지는 메이저대회 위민스 브리티시 오픈밖에 없다.

결국 실질적인 에이스는 김세영이 될 수밖에 없다. 김세영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올시즌 우승 경험이 있다. 김세영은 지난 3월 JTBC 파운더스컵에 이어 지난달 마이어 LPGA 클래식까지 올 시즌 2승을 거두며 지난해 신인왕다운 경기력을 펼쳤다.

또 우승 2회를 포함해 7번의 톱10 진입으로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상금도 100만4416달러로 6위에 올라 있어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상금을 쌓았다.

무엇보다도 김세영의 강점은 강한 자신감과 두둑한 배짱이다. 김세영이 LPGA에서 통산 5승을 거두면서 무려 3승을 연장전에서 따냈다. 마이어 LPGA 클래식에서도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와 연장 접전 끝에 승리했다. 또 JTBC 파운더스컵에서는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를 5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3차례 서든데스를 모두 승리로 장식한 '연장 불패'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언제나 마지막날에 역전승을 거두는 '역전의 여왕'으로 대접전의 부담을 이겨낼 수 있는 집중력도 김세영의 장점이다. 위기를 즐기는 '역전 퀸'이다.

특히 김세영은 LPGA 5승 가운데 바하마와 하와이, 중국 하이난 등 3승을 섬에서 거둬 '아일랜드 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만큼 바람이 부는 날씨에서도 강하다기 때문에 바다를 끼고 있어 바람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리우 올림픽 링크스 코스에도 잘 적응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희영은 올 시즌 우승이 없지만 시즌 상금 81만2895달러로 전체 8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US여자오픈에서 3위에 오르는 등 모두 6차례 톱10 진입에 성공하면서 세계여자골프랭킹 6위와 레이스 투 CME 글로브 7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 한미일 메이저대회를 천하통일한 슈퍼루키 전인지도 올 시즌 초반 4차례 대회에서 3위 안에 모두 들었을 정도로 상승세를 탔다. 최근 US여자오픈에서 컷오프되면서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다소 아쉬움을 샀지만 남은 대회에서 샷 감각을 되살린다면 깜짝 우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 안병훈 도전장, 대 이은 올림픽 메달리스트 도전

이번 리우 올림픽에는 대를 이어 올림피언이 된 국가대표가 눈에 띈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에서 활약할 이재영(20)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배구대표팀 세터였던 김경희 씨에 이어 대를 이은 올림피언이 됐다. 또 다른 한 명은 바로 국경을 넘은 핑퐁커플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인 안병훈(25·CJ오쇼핑)이다.

세계랭킹 31위 안병훈은 톱 랭커가 대거 불참을 선언하는 바람에 올림픽 출전 남자 골퍼 가운데 10번째로 순위가 높다. 골프 종목에선 톱 랭커라고 해서 무조건 우승하는 것이 아니기에 안병훈 역시 정상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어차피 리우의 그린은 대부분 선수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곳이기 때문에 출발점은 같다.

버바 왓슨과 리키 파울러, 패트릭 리드, 맷 쿠차어(이상 미국)를 비롯해 헨릭 스텐슨(스웨덴), 대니 윌렛, 저스틴 로즈(이상 영국), 세르히오 가르시오(스페인)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있지만 올해 US오픈에서 공동 23위에 오르는 등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자신감도 있다.

만약 안병훈이 남자골프에서 메달을 따낸다면 서울 올림픽 남자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아버지 안재형과 여자단식과 복식에서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했던 어머니 자오즈민에 이어 대를 이은 메달리스트라는 기로곧 남기게 된다.

김경태(30·KT)가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출전을 포기했지만 세계랭킹 76위에 있는 왕정훈(21)도 '영건'으로서 기대가 모아지는 유망주다. 지난 5월 모로코에서 벌어졌던 하산 골프 트로피를 비롯해 모리셔스에서 열린 아프라시아 은행 모리셔스 오픈까지 유러피언 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을 급격하게 끌어올리며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다.

* 주요 경쟁자는 올해 1승 이상 올림픽 출전선수 대상  ** 올림픽 출전기준 세계랭킹(7월11일 발표) <자료=LPGA>

■ [Q] 아시나요? 리우 올림픽 골프에 한국계 여자선수들도 4명이나 출전한다는 것을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성적 순으로 최대 출전 티켓 4장을 모두 확보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그러나 한국계도 4명이 리우 그린을 누비게 된다. 총 출전 선수 60명 중 13%가 한국인-한국계이니 규모상으로도 ‘골프한류’를 실감케 한다.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9)는 38주 연속 압도적으로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1강’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금메달 1순위 후보다. 서울 태생의 고보경은 6세 때 이민을 떠나 뉴질랜드 국가대표를 거치며 아마추어무대를 평정한 뒤 2004년 LPGA 데뷔 이후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통산 13승 중 올해만 3승을 거둬 상금,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랭킹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호주는 한국계로만 리우행 쿼터 2명을 채웠다. 호주 여자골프의 리빙 레전드 카리 웹(58위)이 대기 멤버로 밀려난 가운데 생일이 4일 차인 스무살 동갑내기 이민지(14위)와 오수현(41위)이 리우로 간다. 호주 아마추어무대를 제패한 이들 듀오는 카리 웹 재단의 장학금을 받고 자라난 ‘웹 키즈’다.

호주 서부 퍼스에서 태어난 이민지는 10세 때 티칭프로인 어머니에게 클럽 잡는 법을 배웠다. 2014년 프로 전향후 지난해 LPGA 무대에 입성, 킹스밀컵 챔피언십과 지난 4월 롯데챔피언십을 석권하며 2승을 올렸다.

부산 태생으로 9세 때 골프를 시작한 오수현은 2004년 호주 이민을 가서 2013년 호주 국가대표를 지냈다. 2014년 프로로 전향한 뒤 올해 LPGA에 뛰어들어 톱10에 두 번 진입했다.

모두 아마추어 세계 1위를 휩쓴 남태평양의 동포 트리오 외에 한국에서 중,고교를 나온 노무라 하루(24)는 일본 대표로 올림픽 그린을 밟는다. 주니어 시절 한국인 어머니 성을 따라 문민경으로 활동했다. 김세영의 동기인 노무라는 2011년 프로로 전향할 때 아버지 국적을 선택했다. 올해에만 2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2년 미야자토 미카가 LPGA 우승을 차지한 뒤 4년 만에 정상을 밟은 노무라는 일본의 새로운 희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20개 LPGA 대회에서 한국선수가 거둔 우승이 6승, 한국계가 따낸 우승 역시 6승. 30%씩 분할점령한 한국-한국계의 경쟁구도가 리우에서도 볼만해졌다.

남자 골프에서는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6)가 유일한 한국계다. 인천 태생으로 2002년 초등학교 6년생 이진명은 국가대표 주니어대표를 지낸 뒤 바로 이민을 떠났다. 대니 리는 2008년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18세로 타이거 우즈가 보유한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워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