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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양궁 남자단체 금메달, 좌절과 시련 뚫은 김우진 '엑스텐'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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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양궁 남자단체 금메달, 좌절과 시련 뚫은 김우진 '엑스텐' 퍼레이드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8.07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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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꺾고 단체전 금메달…사상 첫 전 종목 석권 희망 안기다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이것은 팀워크다. 모두가 잘했다. 누구 하나가 잘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리우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번째 금빛 낭보를 전한 김우진(24‧청주시청)이 세계양궁연맹을 통해 밝힌 소감이다. 김우진이 4년 전 런던 올림픽대표팀 선발전에서 최종 4위로 탈락한 아픔을 딛고 금빛 과녁을 명중하며 부활을 알렸다.

주장 김우진은 7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후배 구본찬(23·현대제철), 이승윤(21·코오롱)과 함께 출전해 미국에 세트스코어 6-0(60-57 58-57 59-56) 승리를 거두며 정상에 올랐다.

4년 전 런던 대회에서 동메달로 끊겼던 금맥을 다시 잇는 남자 단체전 쾌거이자 화끈한 설욕의 장이었다. 런던 올림픽 때는 오진혁, 임동현, 김법민이 양궁 남자 단체전에 출전했는데, 4강에서 미국에 219-224로 패했다. 멕시코와 3-4위전에서 이겨 동메달은 획득했지만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이어온 올림픽 4연패에는 실패했다. 선배들의 4년 전 패배를 김우진을 비롯한 후배들이 깨끗이 갚아줬다.

◆ 돌아온 양궁신동, 런던올림픽 선발전 탈락의 설움 날렸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금메달이었다. 연신 ‘골든 텐’을 쏜 김우진이 든든히 버티고 있었기에 금메달을 자신할 수 있었던 한국이다.

김우진은 전날 남자 랭킹 라운드에서 72발 합계 700점을 쏘며 임동현이 런던 올림픽에서 세운 세계기록과 올림픽기록 699점을 모두 갈아치웠다. 이때부터 ‘금빛 명중’에 대한 기대감이 차올랐다.

녹다운 라운드에서도 한국의 저력은 빛났다.

8강에서 네덜란드를 6-0(55-52 59-54 57-54)으로 꺾었고 4강에서는 호주를 역시 6-0(59-57 59-58 56-54)으로 제압했다. 그리고 결승에서 미국에 6-0 승리를 거두며 퍼펙트 우승을 확정했다. 대표팀 맏형 김우진은 결승 1번 주자로 나서 흔들림 없는 면모를 보여줬고 이를 후배들이 잘 따라와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다.

김우진은 “4년 동안 열심히 훈련했다. 우리는 서로를 믿었고 자신감을 가졌다. 항상 서로 대화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기를 지켜본 적장도 엄지를 들었다. 이기식 미국 대표팀 감독은 “믿을 수 없다”는 말로 한국 선수들을 칭찬했다.

김우진 개인으로는 지난 4년간의 시련을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금메달이었다.

그는 열여덟 나이로 출전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2004 아테네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임동현에 이은 고교생 스타로 명성을 떨쳤다.

이듬해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며 2관왕에 오르면서 단숨에 한국양궁을 대표하는 대들보로 자리 잡았다. 당시 최소 5년간은 김우진의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 오갔을 정도로 그의 기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시련을 겪었다. 그해 런던 올림픽과 2013 세계선수권 대표 선발전에서 모두 탈락의 쓴맛을 본 것.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도 고배를 들었다.

김우진은 “2년간 슬럼프를 겪으면서 양궁이 미치도록 싫었다. 이렇게 반짝하고 끝나는 건가 생각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김우진은 재도약을 위해 몸부림쳤다.

그 결과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2014년 제주 체전에서 대회 3관왕을 차지하며 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신감을 충전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관왕(개인, 단체), 올해 메데진 월드컵과 안탈리아 월드컵에서 나란히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 4년 전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했던 한을 풀었다.

◆ 남자 단체전 금빛 낭보로 스타트, 사상 첫 전 종목 석권 전망 밝혔다

남자 단체전에서 다소 수월하게 금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에 남은 세 종목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문형철 총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리우 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천하통일'을 목표로 삼았다. 올림픽 양궁 역사상 한 번도 나오지 못한 대기록이다.

4년 전 런던 대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보배가 여자 개인전에서 정상에 올랐고, 여자팀은 단체전에서 올림픽 7연패를 달성했다. 그간 한 번도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남자 개인전에선 오진혁이 정상에 올라 최초 전 종목 석권의 숙원을 푸는 듯 했다.

그러나 남자 단체전에서 발목이 잡혔다.

당시 한국은 단체전 랭킹 라운드를 당당히 1위로 통과하며 8강에 직행했지만 준결승에서 미국에 져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멕시코를 꺾고 동메달을 획득하긴 했지만 전 종목 석권을 눈앞에서 놓쳐 아쉬움으로 남았다.

런던 대회에서 아쉬움을 삼켰던 남자 대표팀이 리우에서 스타트를 잘 끊은 셈이다.

올림픽 8연패를 노리는 여자 대표팀에도 좋은 기운을 불어넣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아 남자 대표팀을 응원한 기보배(28‧광주시청), 최미선(20‧광주여대), 장혜진(29‧LH)으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8일 단체전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한국은 랭킹 라운드에서 세 선수 합계 1998점을 쏴 러시아(1938점), 중국(1933점)을 제치고 1위에 올라 8강에 직행했다.

이번 대회부터 단체전에도 세트제가 도입돼 이변의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많고,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한국 선수들에게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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