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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라임-라율 엄마' 윤진희, 돌아온 워킹맘이 암흑기 역도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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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라임-라율 엄마' 윤진희, 돌아온 워킹맘이 암흑기 역도를 구했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8.08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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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악재 역도에 메달 선사, 남편 원정식 권유에 현역 복귀 개인 2번째 올림픽 메달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윤진희(30·경북개발공사)가 사고를 쳤다. 내리막길을 걷던 한국 역도가 ‘두딸 엄마’ 덕에 반등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윤진희는 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센트루 파빌리온 2에서 열린 리우 하계올림픽 역도 여자 53㎏급 결승에서 인상 88㎏, 용상 111㎏, 합계 199㎏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 은메달 이후 8년 만에 거머쥔 2번째 메달이다.

윤진희가 걸어온 길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그는 한국 역도와 워킹맘의 자존심을 들어올렸다.

◆ 역대 최약체, 암흑기 역도에 희망 안겼다 

한국 역도는 2008년 베이징에서 금메달 2개(장미란, 사재혁), 은메달 1개(윤진희)로 국민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그런데 2012년 런던 노메달로 주저앉았다. 장미란은 은퇴했고 사재혁은 후배를 폭행해 선수 자격 징계를 받았다.

그래서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풀 시드(10장) 획득에 실패해 7명만 나섰다. 2014년 11월 윤석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때 “어려운 길을 택했다”는 동정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앞이 캄캄했다.

원라임(4) 라율(2) 엄마 윤진희가 매트로 돌아와 수렁에 빠진 역도를 구한 것이다.

하늘이 도왔다. 인상에서 101㎏으로 올림픽 기록을 세운 리야쥔(중국)이 용상에서 무리한 시도를 하다 1,2,3차 시기를 모두 실패했다. ‘당연히 4위겠거니’ 하며 결과를 지켜보던 윤진희는 리야쥔이 바벨을 놓치는 순간 활짝 웃었다.

◆ 원정식의 아내, 내조만 생각했는데

윤진희보다 더 윤진희의 메달을 기뻐한 이가 있다. 남편 원정식(26·고양시청)이다. 오는 10일 남자 69㎏급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역도선수다. 아내는 만류했지만 훈련을 미룬 채 경기장에 나타나 환희의 순간을 함께했다.

윤진희는 8년 전 베이징 올림픽 2위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미련 없이 은퇴를 택했다. 그는 “어린 나이(22세)에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니 동기부여가 안됐다”며 “'내 실력으로 은메달도 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2012년 초 은퇴했고 그해 결혼했다.

▲ 역도 부부 윤진희(왼쪽)와 원정식. 2012년 결혼한 둘은 리우 올림픽에서 동반 메달 획득을 노린다. [사진=스포츠Q DB]

현역 복귀를 마음먹은 게 남편 덕이다. 원정식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용상에서 왼쪽 무릎 부상을 당했다. 지루한 재활 과정을 거치며 “함께 하자. 최고의 자리에서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아내를 설득했다. 윤진희는 다시 바벨을 잡았다.

◆ 딸 이야기 나오면 눈물 흘리는 워킹맘 

윤진희는 이 시대의 평범한 워킹맘이다. 딸 라임 라율 이야기가 나오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는 리우로 출정하기 전 스포츠Q와 인터뷰에서 “남편이 고양시청, 나는 경북개발공사라 외박을 받으면 중간지점인 원주에서 만나는데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갈 때마다 큰 아이는 엄마, 아빠가 다시 떠난다며 슬퍼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2년을 쉬었다 다시 세계 정상급 기량을 찾았다는 건 그의 열정, 의지가 얼마나 강렬한 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진희는 내조에 전념하겠다고 생각을 굳힌 뒤 근육량이 크게 줄어 있었기에 재활 선수같은 프로그램을 소화해야 했다. 설상가상, 지난해 말에는 어깨 부상을 당해 올림픽을 포기하려 했다.

그렇게 고비가 닥칠 때마다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겠노라 다짐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해냈다.

이제는 내조를 할 차례다. 남편을 응원한다.

원정식은 “내가 그렇게 실력이 좋은 선수가 아닌데 아내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아 쑥스럽다”며 “현재로서는 10위권이 목표다. 욕심 부리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내의 기를 받은 그가 부부 동반 메달이라는 진기록에 도전한다. 

■ 윤진희 프로필
△ 생년월일 = 1986년 8월 4일
△ 체격 = 160cm, 58kg
△ 출신학교 = 원주여중-원주여고-한국체대
△ 주요 경력
-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여자 역도 국가대표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 2009년 원주시청 입단
- 2011년 세계선수권 국가대표
- 2015년 경상북도개발공사 입단
- 2016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 수상 경력
- 2004년 전국체육대회 여고부 58kg급 인상-용상-합계 금메달
- 2004년 대한역도연맹 신인선수상
- 2005년 전국 춘계여자대회 대학부 58kg급 금메달
- 2005년 전국체육대회 여일반부 58kg급 인상-용상-합계 금메달
- 2006년 한중일 국제초청대회 58kg급 금메달
- 2006년 전국체육대회 여일반부 58kg급 인상 금메달, 합계 은메달
- 2007년 세계선수권 53kg급 인상 금메달, 용상-합계 동메달
- 2007년 전국체육대회 여일반부 58kg급 인상-용상-합계 금메달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53kg급 은메달
- 2009년 전국체육대회 여일반부 58kg급 인상-용상-합계 금메달
- 2009년 세계선수권 53kg급 인상 은메달, 용상-합계 동메달
- 2011년 전국체육대회 여일반부 53kg급 인상-용상-합계 금메달
- 2015년 전국체육대회 여일반부 53kg급 인상-용상-합계 금메달
- 2016년 리우 올림픽 53㎏급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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