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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기적의 드라이브' 유승민, IOC 선수위원 당선 의미와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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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기적의 드라이브' 유승민, IOC 선수위원 당선 의미와 미래는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8.19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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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바에바 등과 당선...8년간 한국 스포츠외교 간판 "눈빛 따뜻한 행정가 되고파"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한국 탁구는 리우에서 1988년 서울 올림픽 탁구 채택 이후 처음으로 노메달에 그쳐 자존심을 구겼다. 그런데 더 큰 '사고'를 쳤다. 유승민(34·삼성생명) 코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당히 당선되는 대업을 일궈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은 19일(한국시간) IOC가 발표한 선수위원 투표 결과 1544표를 받아 후보자 23명 중 2위에 올랐다. 리우 올림픽 참가선수 1만1245명 중 5185명이 참가했고 선수 1명당 4명까지 표를 던졌다.

당선 기준은 상위 4위까지다. 4년 전 펜싱 신아람의 '1초 오심논란' 상대였던 브리타 하이데만(34·독일)이 1603표로 수위를 차지했다. ‘미녀새’ 장대높이뛰기 스타 옐레나 이신바예바(34·러시아)가 1365표로, 수영 다니엘 귀르타(27·헝가리)가 1365표로 유승민의 뒤를 이었다.

◆ 진종오-장미란 제친 것부터 드라마, 영어-발품으로 만든 역전극 

뉴시스에 따르면 유승민은 현지 기지회견에서 “나를 뽑아준 선수들에게도 감사하지만 25일간 인사를 지겹게 받아준 선수들에게도 고맙다"며 "열심히 위원 생활을 해 8년 뒤 모든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싶다”는 당선 소감을 밝혔다.

누구도 유승민이 IOC 위원이 될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대한체육회가 선정한 한국 대표 IOC 선수위원 후보자로 선정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유승민은 “사격 진종오 형과 역도 장미란이 언론에 노출이 많이 돼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빼어난 영어 실력으로 경쟁자들을 제친 것이다.

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은메달, 동메달(이상 1개씩)을 땄지만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유승민은 유럽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장 탁구 장 미셸 세이브(벨기에),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루이스 스콜라(아르헨티나), 해머던지기 전설 무로후시 고지(일본) 등에 비해 이름값이 떨어졌다.

그는 오로지 발품으로 뒤집기를 연출했다. 지난달 23일부터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오전 7시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웃는 낯으로 선수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선수 식당에서는 연설도 했다. 유승민은 “어떤 선수들은 항상 같은 장소에서 밝은 웃음으로 맞아줘 힘이 났다고 하더라”며 “진심을 보여줬기에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유승민은 태권도 문대성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2번째 IOC 선수위원이 됐다.

◆ 2024년까지 한국 스포츠외교 간판, “모든 사람 포용했으면” 

유승민은 사실상 한국의 유일한 IOC 위원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건강이 좋지 않아 활동할 수 없는 상태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당선돼 8년 간 활동한 문대성 위원은 논문 표절 의혹으로 지난달 직무가 정지됐고 곧 임기도 종료된다. 유승민은 2024년까지 한국 스포츠외교의 얼굴로 활동한다. 당장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한국 체육계는 한숨을 돌렸다.

IOC 선수위원은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 IOC 위원과 임기만 다를 뿐 스포츠계 원수급 대우를 받는다는 점에서 행사하는 권리가 같다. 동하계 올림픽 개최지 투표, 올림픽 종목 선정에 관여하는 등 IOC가 의사를 결정하는데 있어 선수 대표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선수 교육, 취업기회 지원, 도핑방지 운동, 선수 권익보호 등의 역할도 맡는다.

선수단 투표로 선출된 12명(하계종목 8명, 동계종목 4명)의 선수위원은 19명으로 구성되는 IOC 선수분과위원회에 자동으로 속한다. IOC 위원장이 대륙, 성, 종목 분배를 고려해 나머지 7명을 정한다. 유승민은 전이경(쇼트트랙), 문대성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3번째로 IOC 선수분과위원으로 활동한다.

유승민은 “선수 유승민은 눈빛이 날카로웠던 사람이지만 행정가 유승민은 눈빛이 따뜻해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으면 한다”며 “25년 간 내 자신을 위해 일했다면 지금부터는 내 커리어를 IOC나 선수들, 스포츠 발전에 헌신해야 하는 위치가 됐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가 의지를 다졌다.

또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 하겠다”며 “선수위원회가 선수들이 커리어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도와줘야 한다. 선수들과 위원회의 관계를 친밀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역할을 한 후에 구체적인 이슈를 듣고 뛰며 먼저 다가가겠다”고 다짐했다.

기적을 이룬 유승민은 오는 22일 한국 선수단과 함께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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