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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최악의 하루' 기분 좋은 여름밤같은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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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최악의 하루' 기분 좋은 여름밤같은 로맨스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6.08.22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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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한낮의 더위가 지나간 후, 여름밤 산책은 기분 좋고 편안하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를 꿰뚫는 '최악의 하루' 역시 제목처럼 짜증스러운 하루를 그려냈지만 그 끝맛은 제법 산뜻하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최악의 하루'(감독 김종관)는 하루 동안 세 남자를 만나며 골치를 썩는 여자 은희(한예리 분)의 이야기다. 배우지망생인 은희는 연기 교습을 받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어쩐지 미묘한 느낌의 대본 위 대사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은희가 이날 처음 만나는 남자는 한국에 온 일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 분)다. 은희는 료헤이에게 길을 찾아주며, 영어로 서툰 대화를 이어간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두 사람은 익숙하게, 차분한 대화를 이어간다. 

은희는 이어 남자친구 현오(권율 분), 전 연인 운철(이희준 분)을 만나게 되고 앞서 료헤이의 앞에선 나오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준다. 료헤이에겐 초면에도 친절한 한국인이었던 은희는, 현오와는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는 연인이고 운철과는 만남을 깔끔히 끝내지 않은 미적지근한 관계다. 해답 없는 다툼 속에서 은희는 결국 폭발하고, 하루는 엉망이 돼 버린다. 

▲ 영화 '최악의 하루'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우리는 상대에게 얼만큼의 진실과 진심을 보여주고 있을까. 은희의 행동에선 그런 질문이 저절로 떠오른다. 은희는 운철에게 현오에 대해 숨기는 등,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진실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다 결국 코너에 몰린다. 

그러나 은희의 행동은 전혀 밉지 않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공감을 사기 충분하다. 이를 담백하게 표현하는 한예리의 연기력을 통해서는, 비난하기보다 오히려 그의 편에 서 주고 싶은 느낌까지 받게 된다. 

은희가 거짓말을 한다면, 그와 만나는 남자들은 찌질함과 짜증으로 버무려진 인물들이다. 료헤이를 제외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예의가 부족하고 '정 떨어지는' 타입이다. 료헤이를 상대하는 출판사 담당자마저, 짜증만을 안겨준다. 

▲ 영화 '최악의 하루'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최악의 하루를 보낸 은희지만 하루 끝은 그리 나쁘지 않다. 두 남자를 보내고 혼자가 되는 듯했던 은희는 예기치 못한 일을 겪게 되며 또다른 전환점을 맞는다. 끈질기게 들러붙었던 무더위 후 찾아든 바람이 더 시원한 것처럼, 은희가 마주하게 된 새로운 풍경은 더욱 의미를 갖는다. 아무리 대화를 나눠도 해결되지 않았던 답답함은, 뜻밖의 만남으로 인해 천천히 해소된다. 

은희를 힘들게 하는 장본인이지만, '골 때리는' 현오와 운철은 영화의 백미다. 이들의 뻔뻔한 대사와 연기에는 '빵 터질' 수밖에 없고, 작품 전체에 묻어나는 유쾌함은 연인 간의 현실적이고 찌질한 구석까지 보여주는데도 도리어 산뜻하다. 온통 찌질한 사람과 얘기뿐이지만 밉지 않은, 묘한 매력이다. 

더불어 영화 내내 담기는 서촌의 아름다운 풍경은 즐거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차와 사람, 소음이 가득한 서울 대신, 색다르고 신선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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