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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구르미 그린 달빛' 왕세자 박보검이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경고 "엄중문책 받아야 할 사람은 나와 그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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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구르미 그린 달빛' 왕세자 박보검이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경고 "엄중문책 받아야 할 사람은 나와 그대들이다"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9.2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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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은 두 가지의 이야기를 교차시켜 풀어나간다. 하나는 왕세자 이영(박보검 분)과 남장여자로 내관의 몸이 된 홍라온(김유정 분)의 힘겹고 힘겨운 러브스토리이고, 다른 하나는 왕세자 이영이 진정한 왕의 재목으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26일 방송된 KBS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연출 김성윤 백상훈) 11회에서는 왕세자 이영이 진정한 군주로서의 덕목을 깨달으며 정치적으로 한 발 더 크게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드라마의 제목에서 '구름'은 바로 백성들을, 그리고 '달빛'은 백성들을 보살피는 왕을 의미한다. 즉 정리하면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제목은 '백성의 뜻으로 그려낸 군주'라는 의미를 지닌다. 

▲ KBS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왕세자 이영(박보검 분)은 풍등제에서 풍등을 팔던 꼬마(강주은 분)에게 "좋은 나라란 어떤 나라더냐?"고 질문을 던졌고, 꼬마는 "그야 백성걱정을 가장 많이 하는 임금님이 아시겠죠"라는 답을 얻으며 백성들을 생각하는 성군의 자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 = KBS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

향후 조선의 왕이 될 왕세자의 신분인 이영에게 왕으로서의 책임을 일깨워준 것은 풍등제에서 풍등을 팔던 한 꼬마(강주은 분)와의 만남이었다. 이영은 꼬마에게 "어떤 나라가 좋은 나라더냐?"라고 질문을 던졌고, 꼬마는 이영이 왕세자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환히 웃으며 "백성걱정을 가장 많이 하는 임금님이 아시겠죠?"라며 이영에게 왕의 중요한 도리를 깨우쳐준다.

당시만 해도 이영은 권력을 휘어잡고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외척세력인 안동 김씨의 눈에서 벗어나기 위해 겉으로는 한량 노릇을 하면서, 뒤로는 차후 왕권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꼬마와의 만남을 통해 이영은 외척세력을 몰아내고 왕권을 강화하는 것이 왕으로서 해야 할 전부가 아니라,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백성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참된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런 이영의 다짐은 하필이면 풍등제의 그 꼬마가 역적 홍경래(정해균 분)의 일당에게 전하는 서신을 가지고 있었다며 역모죄로 붙잡혀오며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대신들은 "참형을 당해도 부족함이 없는 죄인입니다"라며 가혹한 처벌을 요구했고, 이영은 "형판은 세작과 연루됐다는 정확한 증좌를 가져오시오"라며 "열살 아이가 글보다 세작 노릇을 먼저 배운 것이 사실이라면, 엄중문책 받아야 할 사람은 나와 그대들이다"라며 꼬마를 풀어주라 명했다.

그러나 이어서 왕(김승수 분)의 수라상에서 은수저가 검게 변색되는 독살소동이 벌어졌고, 꼬마의 아비가 수라상에 올라갈 식재료를 댔고 지금은 꼬마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고 하자 이영의 능력이 대신들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대신들은 왕세자 이영이 자세히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어리다는 이유로 꼬마를 풀어줘 큰 화근을 만들었다며 난리를 피웠고, 꼬마를 다시 잡아다 엄벌에 처하려고 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안동 김씨 세력이 왕세자를 견제하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왕의 수라상에 은수저가 검게 변색된 것은 독 때문이 아닌 특정한 식재료 때문에 그런 것이었고, 영의정인 김헌(천호진 분)이나 이조판서인 김의교(박철민 분) 등 안동 김씨 세력들은 이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왕세자의 눈과 귀를 틀어막은 채 왕세자가 고립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이영 역시 그리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이영은 독에 대해 잘 하는 내시부의 내관 도기(태항호 분)와 다산 정약용(안내상 분)의 도움을 받아 은수저가 변색된 진짜 이유를 알아냄으로써 꼬마에게 덧씌워진 역모죄의 누명을 벗겨내는데 성공했다. 

이영이 이렇게까지 꼬마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 하게 된 이유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인 중전 윤씨(서정연 분)가 해준 말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전 윤씨는 "난 세자가 눈이 밝은 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높은 자리에 있다보면 낮은 자리의 사람이 보이지 않기 마련이죠. 그리고 귀가 어둡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에서 큰 소리 치는 사람의 말만 들으면 안 되니까요. 한 명 한 명이 세자의 단 하나뿐인 백성인 것처럼 지켜주세요. 꼭 그런 왕이 되겠다고 이 어미와 약조해 주겠습니까?"라고 말해줬고, 어린 이영은 "높고 낮음을 가리지않고 백성들을 살피고, 신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아첨과 충언을 가려들으라는 말이옵니까?"라며 이 가르침을 가슴에 새겼다.

▲ KBS '구르미 그린 달빛' [사진 = KBS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

왕세자 이영이 이처럼 어진 성군(聖君)으로서의 길을 향해 나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홍라온(김유정 분)이라는 여자의 등장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이영은 홍라온을 향한 자신의 흔들림이 남자 대 여자로서 느끼는 감정이라고 확신하기 이전에도, 명나라 사신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홍라온을 구해내는 등 누군가를 지켜낸다는 것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리고 이런 감정들이 이제는 홍라온만이 아닌 권력자들의 횡포와 억압에 억울하게 짓눌리는 백성들을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쉽지만 실제 역사에서 왕세자 이영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효명세자는 1830년 22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며 왕위에 오르지 못한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실제 역사와 다소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효명세자 이영이 요절한다는 설정은 바뀔지언정, 효명세자 이영이 왕위에 오르지 못한다는 역사적인 큰 틀은 원작소설의 결말에 비추어볼 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조선시대 효명세자가 미처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요절하며 실패한 개혁정치에 대한 지나간 이야기를 그려내고자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효명세자 이영이 백성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통해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시대를 초월해 현재 대한민국의 위정자(爲政者)들에게 제발 그 알량한 권력다툼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지 말고,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해 열(熱)과 성(誠)을 다해 국민들을 섬기라는 당연한 자세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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