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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감독 임순례 부지영, 우리 사회 성감대 건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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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감독 임순례 부지영, 우리 사회 성감대 건드리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0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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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두 여성 감독이 우리 사회의 성감대를 건드렸다. 파격적 소재 선택과 실험적 표현의 독립영화가 아닌 상업영화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임순례 감독의 진실 추적극 ‘제보자’와 부지영 감독의 휴먼 드라마 ‘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뚝심 있게 이 시대 자본의 모순, 가치의 전복에 목소리를 높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도가니’ ‘변호인’ 등의 영화가 그랬듯 민감한 이슈를 통해 시대를 성찰한 두 영화가 어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지 관심거리다.

2일 개봉한 ‘제보자’는 지난 2006년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으로 논란을 야기한 황우석 박사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당시 조작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까지의 과정을 묘사하며 우리나라에서 진실을 밝혀내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지를 보여준다.

 

이장환 박사(이경영) 줄기세포 복제 연구소의 주목받는 연구원 심민호(유연석)는 연구소에서 각종 불법과 조작이 난무한다는 사실에 양심을 속일 수 없어 그곳을 박차고 나온다. 아픈 딸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기 위해서 그는 방송사 시사프로 ‘PD추적’의 윤민철 PD(박해일)에게 이를 제보한다. 윤PD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진실이 우선이냐, 국익이 우선이냐’며 압박하는 여론과 국가권력에 맞서 외로운 싸움을 벌여 나간다.

임순례 감독은 인터뷰에서 “언론탄압이 극심해짐과 동시에 일부 언론에서는 팩트(사실)와 다른 것들을 보도함으로써 언론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서로를 불신하게 만드는 주범이 됐다. 한국사회에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진실을 추적하는 언론인의 집념에 관심이 갔다. 요즘 한국의 언론 현실이 너무 처참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 고발자 심민호, 참 언론인 윤민철과 같이 진실을 용기 있게 세상에 알려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했다. 영화는 그들에 대한 헌사인 셈이다. 그에 따르면 참여연대와 증인제보자보호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제보자’를 통해 제보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더불어 법 추진이 힘을 받기를 소망한다. 개봉을 앞둔 지난 9월29일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함께 공익제보 활성화 및 관련 법 제정을 위한 영화 '제보자' 시사회를 주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카트’는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다뤘다. 실화를 소재로 만든 이 작품은 회사의 일방적 해고 통보 앞에 무력했던 사람들이 파업을 통해 함께 일어서는 과정을 가슴 뭉클하게 그려 제3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34회 하와이 국제영화제, 제19회 부산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았다.

 

배우 염정아는 두 아이를 둔 비정규직 대형마트 노동자 선희로 분해 부당해고를 당한 뒤 복직투쟁을 주도한다. 문정희는 싱글맘 비정규직 혜미를, 김영애는 노조원들의 정신적 지주인 순례를 연기하며 선희의 투쟁에 조력자 역할을 한다. 이외 사춘기 소년 태영(도경수)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엄마 선희의 마음을 점차 알아간다. 취업준비생 미진(천우희)은 마트의 계약직 계산원으로 아줌마들과 자신은 위치가 다르다고 여기다가 마트의 횡포를 보다 못해 아줌마들의 대열에 함께하게 된다.

부지영 감독은 “비정규직 노동문제라는 소재를 상업영화 안에서 만들려는 시도 자체가 큰 용기라고 생각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해서 제작에 참여했다”며 “평범한 사람들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체 임금노동자 두 명중 한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 등 비정규직 확대정책과 기업들의 무분별한 이윤확대 경영방식으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현실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말마저 떠도는 지경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심각한 저임금, 상시적 고용불안, 낮은 사회보험 혜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카트'가 작은 힘이 되기를 제작진은 기대한다. 11월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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