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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여자럭비 우생순, 눈물의 10전11기 첫승 '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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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여자럭비 우생순, 눈물의 10전11기 첫승 '트라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02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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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11번째 라오스전서 역사적인 첫 승…정규 선수 없는 암담한 현실서 가능성 발견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여자럭비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었다.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여자럭비가 11번째 도전만에 첫승을 '트라이'했다. 아시안게임 11전 1승 10패의 순간이었다.

용환명(42)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럭비대표팀은 2일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9~10위전에서 라오스를 34-0으로 꺾고 꿈에 그리던 1승을 수확했다.

이날 한국은 라오스를 맞아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 라오스는 이미 한국이 2년전 태국대회와 지난해 인도 대회에서 이겨본 기억이 있는 상대였다.

이번 대회에서 4전 4패를 기록하고 있던 한국은 라오스를 맞아 최민정(23·대한럭비협회)이 4개의 트라이를 성공시키며 20점을 올렸고 최예슬(23·대한럭비협회), 김동리(22·대한럭비협회)가 1개씩의 트라이로 5점씩 올렸다. 또 캡틴 서미지(23·대한럭비협회)는 2개의 컨버전을 성공시켜 4점을 땄다.

최예슬의 트라이로 선제점을 뽑은 한국은 이어 최민정과 서미지가 연속 2개의 트라이와 컨버전을 성공시켜 전반을 19-0으로 앞섰다.

후반에도 최민정과 김동리가 트라이를 합작하며 34점을 따내며 완승을 거뒀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상대팀에게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 것도, 승리를 거둔 것이 처음이었다.

◆ 국내 실업팀도 없는 현실에서 거둔 값진 승리

라오스가 약체라고는 하지만 국내 실업팀도 없고 동호회가 단 2개에 불과한 현실에서 거둔 아시안게임 첫승이었기에 그만큼 값진다.

여자럭비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스포츠 선수 경험이 있는 선수 출신을 상대로 트라이아웃을 실시, 대표팀을 구성했다. 2010년 8월 기자와 PD, 대학생과 선수 출신들로 구성된 1기 대표팀이 출범했다. 고작 3개월 훈련한 뒤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 나섰다.

역사적인 첫 경기에서 중국에 0-51로 대패한 한국은 태국에 0-48, 홍콩에 0-36으로 져 조별리그 전패를 기록했다. 카자흐스탄과 8강전에서도 0-52로 완패했다.

조별리그와 8강전에서 4전 전패를 당한 한국은 싱가포르와 5~8위전에서 5-31로 졌다. 5연패를 기록했지만 트라이로 역사적인 첫 득점을 기록했다. 인도와 7~8위전에서도 10-21로 지긴 했지만 10점을 뽑았기에 나름 성과가 있었다.

한국 여자럭비는 2011년 인도에서 열린 아시아 여자7인제대회에서 라오스를 17-12로 꺾으며 공식 대회 첫 승을 거뒀지만 대표팀 해체와 소집이 반복되면서 발전과 상승세를 이뤄내지 못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사표를 던진 대표팀의 상황도 4년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 3월 대표 선발전을 통해 8명을 발탁했고 4월이 돼서야 상비군 18명이 소집됐다. 지난 4년 동안 호흡을 맞춘 멤버가 없어 좀처럼 경기력이 올라올 수 없었다. 지난 3월 수원여대가 럭비팀을 창단하긴 했지만 실업팀이 없어 전문 선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 걸림돌이다. 현재 대표팀 12명 선수 가운데 수원여대 소속이 4명, 대한럭비협회 소속이 8명이다.

◆ 기대했던 우즈벡전 아쉬운 패배 뒤 첫승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선 여자럭비 대표팀의 전력은 역시나 4년 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싱가포르에 0-19, 일본에 0-50, 중국에 0-64로 완패했다.

하지만 내심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기대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인천 아시안게임이 첫 출전한 팀이었다.

지난 1일 맞붙어본 우즈베키스탄은 만만치 않았다. 전반은 김동리의 트라이와 서미지의 컨버전으로 7-0으로 먼저 앞서갔지만 우즈베키스탄도 안나 아스판디야로바의 트라이로 5점을 따라갔다. 전반은 한국이 7-5로 끝냈다.

그러나 한국은 끝내 우미다 사리바에바에게 후반에 트라이를 내줬고 아시안게임 첫승의 기회를 다음으로 넘겼다. 그리고 라오스전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

정규 선수 하나 없이 대학생과 예비 사회인으로만 12명의 선수를 모아 6개월 동안 훈련해 출전한 아시안게임을 출전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약체 라오스라고 할지라도 승리가 귀중할 수밖에 없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의 땀과 눈물은 하늘에서 뿌리는 빗방울과 함께 하나로 어우러졌다. 그들의 눈에서 흐르는 물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문제는 연속성이다.

4년전의 경험을 고스란히 잇지 못한 여자럭비는 다시 한번 이번 대회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었다. 더이상 시행착오 없이 오늘의 승리 영광을 이후에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한국 럭비계가 더욱 노력하고 연구할 때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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