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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관중' 세팍타크로 결승 현장, 누가 '비인기'라 하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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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관중' 세팍타크로 결승 현장, 누가 '비인기'라 하더냐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0.03 21:4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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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결승전 가득 들어차, 뜨거운 응원전

[부천=스포츠Q 민기홍 기자] ‘비인기 종목’은 잘못된 말이다. ‘비활성화 종목’이 옳다. 인기가 없는 건 대중이 눈으로 직접 접할 기회가 드물어서다.

3일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남녀 레구(3인조) 결승전이 열린 경기 부천체육관. 경기장은 떠나가는 듯 했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그 어떤 인기스포츠가 부럽지 않았다.

부천체육관은 여자프로농구(WKBL) 하나외환의 홈구장. 남자프로농구(KBL) 전자랜드의 전신 대우 제우스와 신세기(SK) 빅스가 홈으로 사용할 당시 간혹 매진 사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가수들의 콘서트가 아니면 좀처럼 가득 찰 일이 없는 곳이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3일 세팍타크로 레구 결승이 열린 부천체육관에는 앉을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관중이 들어찼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한 여자 레구 결승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스탠드 2층만 빈자리가 조금 보였을 뿐 4000여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여자 경기가 끝났고 남자 결승이 다가오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오전 11시가 되자 5500석의 경기장은 빈틈없이 들어찼다.

아시안게임 공식 주제가 ‘온리 원(Only One)’과 메가 히트곡 강남 스타일이 나오자 클래퍼가 만들어내는 일사분란한 박수 소리에 경기장이 들썩였다. 경기 시작 전 코트에 들어선 선수들이 세팍타크로 공을 관중석으로 차 올리자 이를 서로 받겠다며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먼저 경기장을 뜨겁게 달군 것은 태국 응원단이었다. 본부석 맞은편에 자리잡은 100여 명의 응원단은 태국이 스코어를 낼 때마다 국기를 펄럭이며 “타일랜드, 타일랜드”를 연발했다. 2세트 중반 오심으로 실점한 후 선수들이 점수를 따내자 더욱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기에 눌렸던 한국 팬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시안게임 공식 서포터스의 주도로 파도타기 응원이 시작됐다. 기예같은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탄성이 나왔고 한국이 블로킹을 성공할 때면 어김없이 ‘대한민국’ 구호가 나왔다.

▲ [부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체육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킬러들의 화려한 공격이 나올 때마다 탄성을 내질렀다. 임안수가 태국 선수의 블로킹을 피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3종목을 보기 위해 일정을 짜고 올라왔다는 한 고등학생은 "어제 남북 축구 결승전과 탁구 복식 결승전을 보기위해 올라왔다가 3000원 하는 세팍타크로를 끼워넣었다"며 "비인기 종목이라 큰 기대 안하고 왔다. 관중들도 많았고 종목도 역동적이라 크게 만족하고 간다"고 전했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 들어선 이기훈 남자 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많은 관중이 오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감격해하며 "세팍타크로가 활기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팍타크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자리가 없어 경기장 출구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꽤 됐다.

축구 A매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때 현장에서 느낀 그 공기와 다른 것이 하나도 없었다.

미디어의 관심만 있다면 비활성화 종목도 얼마든지 주목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날이었다. 세팍타크로 대표팀은 비록 이날 종주국 태국의 벽에 막혀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비활성화 종목을 대표해 우승보다 값진 큰일을 해냈다.

sportsa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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