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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로 지금, 라이너스의 담요의 ‘매직 모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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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로 지금, 라이너스의 담요의 ‘매직 모먼츠’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0.06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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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홈페이지 만드는 게 한참 유행이었던 2000년대 초반. '라이너스의 담요' 멤버 '연진'은 자작곡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밴드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가 운영하는 레이블 관계자의 눈에 들어 음악계에 들어서게 됐다. 이후 마음 맞는 친구들과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를 결성했다. 팀 이름은 만화 ‘피너츠’에 등장하는 강아지 ‘스누피’의 친구 라이너스가 항상 갖고 다니는 담요에서 따 왔다. 담요가 없으면 불안하듯 자신들의 음악에서 편안함을 느끼길 바라는 뜻에서다.

[스포츠Q 글 오소영‧사진 노민규 기자] 지난 9월, ‘라이너스의 담요(이하 ‘라담’)’는 새 앨범 ‘매직 모먼츠(Magic Moments)’의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었다. 새 곡을 선보이고 인디밴드들의 축하무대로 공연을 구성했다. 2001년 시작했던 밴드는 2014년까지 흘러오며 3인조에서 멤버 한 명인 ‘원 맨 밴드’가 됐다. '라담'은 9월 CJ뮤직과 계약했다. 그동안 혼자 인디밴드로 활동하다 회사와 계약하게 된 기분은 “대기업에 입사한 듯”했다. 이번 음반 제목처럼, 그녀에게 ‘매직 모먼츠’는 바로 지금이다.

 

◆ 데뷔 14년차 첫 ‘음악 순위 방송’ 출연

쇼케이스에서 '라담'은 눈물을 보였다. 인터뷰 자리에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1집을 냈을 땐 이렇다한 활동을 못 했어요. 앨범이 나와도 주변 분들도 ‘그래? 들어볼게’가 끝이었죠. 회사 계약 후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함께 즐기면서 직접적으로 반응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동안 함께 고생한 스태프 분들이 생각났어요. 원 맨 밴드가 되기까지 멤버들과 서로 아쉬웠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도 났고요.”

뿌듯하기도 했지만 앞으로에 대한 걱정 등 만감이 교차했다. 이날의 감정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문득 울컥하곤 한다. 쇼케이스를 포함해, 회사와 계약한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예전엔 제가 직접 공연 섭외 전화를 받고 비용 문제 조율을 했어요. 항상 웃으면서 얘기하고 싶은데, 어려운 상황이 생길 땐 힘들더라고요.”

이제 매니저도 생겼고 지난달 18일엔 엠넷 ‘엠카운트다운’으로 음악 순위방송도 처음 나가봤다. 방송 출연은 마냥 신기했다. 아침부터 몇 번의 리허설을 거치는 아이돌 '소녀시대-태티서'를 보면서 "너무 예쁘고 부지런해서 놀랐고" 아침부터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방송 시스템도 신기했다.

“제가 그날 출연자 중에 최고령이었어요. 10~20대 중 저만 30대라. 저는 그저 신기해서 보는 분마다 인사를 드렸어요. 다들 ‘저 연예인같지 않은 사람은 누구지?’ 생각했을 거예요.(웃음) ”

 

◆ 서른 지나며 찾아온 고민,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까?”

사실 ‘라담’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음악을 그만둬야 할까 생각했다. 서른을 지나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 금전적인 이유로도, 음악적인 이유로도 고민이 많았다.

“음악을 계속해서 직업으로 삼아도 될지 고민이 컸어요. 예전엔 음악과 다른 일을 병행할 수 있었는데, 이제 음악에 좀더 매진하면서 다른 일과 함께 할 수 없게 돼 선택의 기로에 선 거죠. 그리고 곡을 계속해 만들어내는, '창작'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란 고민이 있었어요.”

그 생각을 잡아준 건 다름아닌 아쉬움이었다.

“좀 더 좋은 음반을 내고 싶은데, 이렇게 아쉬운 채로 끝낼 순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제 예전 곡을 못 들어요. 나이가 든 후에 대학생 때 사진을 보면서 부끄러운 것처럼요. 지금 음반도 많이 아쉬워요. 다음엔 정말 ‘죽이게’ 내야겠어요.”

라이너스의 담요의 목표 중 하나는 ‘음악가들에게 인정받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다. 이번 앨범 또한 스스로는 아쉽지만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중 하나는 '디어클라우드'의 나인이 해 준 평가다. "라이너스의 담요가 우리나라 밴드라는 것에 고마울 따름"이라는 극찬에 감동하기도 했다.

또 하나, ‘라담’에겐 가장 가깝고도 먼 평론가가 있다. 그녀의 어머니다.

“엄마는 제 음악을 신랄하게 비판하세요. 공연을 보시고도 제 멘트가 안 좋다느니 자세가 구부정하다느니, 고음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하세요. 그래서 엄마가 공연에 오시는 게 탐탁지 않지만(웃음), 이번 노래는 따라부르시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재밌기도 해요.”

 

◆ 한글 가사로 낸 첫 음반, ‘허세’ 뺀 지금

라이너스의 담요는 이번 앨범에서 처음으로 한글 가사를 썼다. 이전엔 영어 가사로 구성해 팝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영미권 음악을 좋아해 한국엔 없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뜻에서였다. 또 약간의 ‘허세’이기도 했다.

“대학 신입생들이 영어 원서 들고 다니는 것처럼, 그런 허세도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그땐 지금처럼 한국어 가사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능력도 없었어요. ‘피크닉’에 ‘우리 소풍 갈까요~’ 이렇게 가사를 붙일 순 없잖아요. 한글 가사를 붙이면 너무 유아적인 느낌이 났을 것 같아요.”

유학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했지만 그건 아니다. 교육열이 강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원어민에게 영어 과외를 받은 것과, 대학교에서 영어를 복수전공한 것이 끝. 이후로는 스스로 계속해서 영어 공부를 했다. 덕분에 영어 가사도 쓸 수 있었고 생계를 위해 영어 학습지 지도나 과외도 할 수 있었다.

“저는 무서운 선생님은 아니었어요. 학생들과는 주말에 불러내서 같이 놀고, 떡볶이 먹고 그랬죠. 음악을 하는 걸 알게 된 학생의 어머니가 '자른' 경우도 있어요. 음악을 하면 잘 안 가르쳐줄 것 같았나봐요. 그런데 실제로도 성적은 잘 안 올랐어요. 엄하게 하질 못해서 그런가?(웃음) 학생을 가르치는 건 지금도 하고 싶어요.”

 

◆ 사랑은 마법같은 순간, ‘매직 모먼츠’

'라담'의 이번 앨범 ‘매직 모먼츠’는 대부분 피처링 곡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라담' 음반을 들으면 김태춘, 주윤하, 김간지x하헌진, 빌리어코스티, 윤석철 등 다른 인디 뮤지션들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 음반에 참여해 주셨어요. 이 분들이 더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제 노래를 듣고 이 분들을 알게 된 스태프 분들도 다들 너무나 좋아하셨어요.”

트랙은 사랑의 과정을 담아 구성했다. 달콤한 사랑의 순간부터 이별까지 다루며 달콤하게도, 나른하게도, 시원하게도 노래한다. 이번 음반을 포함해 ‘라담’은 지금껏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해왔다. 올 봄에는 사랑에 대한 에세이집인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에도 참여했다. 사랑을 노래하고 글을 쓰는 그녀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요즘은 사랑을 잘 모르겠어요. 전엔 좋아하는 사람을 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돌적으로 대시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런데 처음엔 정말 좋아했어도 아주 나쁘게 헤어지게 되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이젠 사람을 만나는 게 좀 무서워요. 저는 정말 잘 하는데. 남자가 문젠가?(웃음)”

지금까지 밝고 행복한 노래를 주로 했다면, 앞으로는 경험을 살려 슬픔과 허무함을 담은 노래도 써 보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

 

[취재후기] 인터뷰 중 CJ E&M 센터 벽면 스크린에서 라이너스의 담요 뮤직비디오가 상영됐다. “어, 저거 찍어야 하는데!” 연진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그녀가 말하는 ‘30대’가 낯설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지 않는 외모다. 사랑의 순수함과 밝음을 노래해서일까. 음악과 함께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만큼 그녀는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대중과 마주할 기회가 보다 많아진 만큼, 앞으로 '라이너스의 담요'가 들려줄 또다른 마법같은 순간들을 기대해본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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